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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01:45

道를 아십니까? 圖를 알지요. 철학이야기2010.09.02 01:45


오늘은 Highdeth님의 포스팅에 관한 밑도 끝도 없는 리뷰다.
밑도 끝도 없다는 이 표현 너무 맘에 들어 큰일이다. ㅋ

난 이 단어가 무섭다. 라고 시작되는 꽤 흥미를 당기는, 그러나 읽어봐야 우울해지는 글이다. 

essay로 쓰여진 까닭에(첨에 언뜻 랩가사 인줄 알았다) 보는이에 따라 먹물든 청춘의 넋두리로도 아름다운 청년의 삶과 세상에 대한 고민으로도 해석가능할 것이다. 무엇이든간에 어짜피 공개된 블로그의 포스팅은 누군가의 요릿감으로 쓰여져도 좋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바탕이다.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요릿감이란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요리와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소통'에 대한 최대한의 찬사가 담긴 은유적 표현이다.

여튼 내 맘대로 재료를 선택하고 손질해 다듬고 필요에 따라 불조절, 기름칠, 양념질 해서 후다닥 배를 채우기.
한끼 식사를 위한 요리준비 시간은 그것을 먹는데 쓸 시간을 넘기지 말자. 이것이 붕대요리의 미학.
요리의 道이자 요리의 圖.

준비된 재료
1. 圖 난 이 단어가 무섭다.
2. 그들이 보지 않으려 하는 곳에 진리가 있다.
3. 내 의도대로, 내 멋대로, 학점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이게 내 방식이다.
4. 모든 것이 나에겐 역사다.
5. 자아는 스스로만이 계몽시킬 수 있다.
6. 침묵하는 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자다.
7. 미친 세상에서 정상적인 척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미친놈이다.

장봐온 건 이것 뿐이지만, 냉장고에는 이래저래 먹을만한 게 굴러다닌다.

재료 손질하기
1. 圖 라는 글자에 포함된 무려 4개의 네모와 2중 3중 네모. 가장 가운데 틀에 들어가려하는 몸부림이 싫다.
2. 틀 밖에 오히려 진리가 있다.
3. 그래서 나는 틀 밖의 삶을 지향한다.
4. (나에게도 어떤 틀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역사다.
5. 너에게 강요하자는게 아니다. 그래도 뭔가 느껴졌으면 좋겠다.
6. 보아라! 느껴라! 말해라!
7. 圖의 구획선 안의 狂人으로 사는건, 사는게 아니다.

손질된 재료를 갖고 뭘 어케 할까 고민하는 것은 잘못된 순서일테다. 애초에 만들어질 요리를 생각하고 재료는 손질되는 것이니까. 이런의미에서 오늘 만들 요리는...

조리법


와인과 초간단 안주. Bon Apetito!


맛보기
圖 라는 글자에 포함된 무려 4개의 네모와 2중 3중 네모. 모두가 가장 가운데 틀로 달려 들어가려하는 몸부림이 싫다는 Highdeth님이 "열차가 도착합니다. 안전선 안으로 한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갑자기 앞으로 달리지 않기를 바라는 꽤나 보수적인 자유주의좌파(?)인 붕대셰프의 요리다. 

recipe를 보고 계량컵과 저울을 사용해서 만드는 요리도 재미있다. 그래도 그보다는 냉장고를 뒤적여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만드는데서 요리의 재미는 배가된다. 전자가 과학의 영역이라면 후자는 예술의 영역일테다. 아무래도 좀 더 즐거운 요리를 추구하는게 낫다 싶다. 예술 하자.

예술의 영역에 들어서면 진위판단문제를 잠시 떠나도 좋다. "좋고 싫은데 이유가 어디있어?"라는 말은 어찌보면 지극히 철학적인 이야기다. 철학에서는 좋다, 싫다의 판단은 취미판단(斷)이라 부른다. 언제나처럼 여러 이견들이 존재하지만 칸트에 의하면 취미판단은 개념적 인과관계를 갖지 않는다. 다만 '공통감각'이라고 불리우는 어떤 것에 의해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된다. 이 '공통감각'이란 말이 재미있다. Gemainsinn 영어로는 Common Sense다. 우리말로 상식.

Highdeth님은 아마도 이 상식의 부재를 한탄하는 것일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圖에 가두어져서 진정 道를 잃어간다고. 무척이나 공감하면서 어쨌건 맛나게 요리해 먹었다. 하지만 왠지 비워진 그릇을 바라보니 영 찜찜하다.


설겆이
까놓고 한끼 식사거리로도 좀 부족한 감이 있는 오늘 식사는 배를 채우기보다는 음미하기를 바라면서 해보았다. 
하지만 고등학교시절 1교시 마치고 또는 시작하기도 전에 먹었던 도시락을 기억하는가? 특별히 맛나지는 않지만 후다닥 먹어치우고도 또 먹고 싶은 그런 맛의 도시락이라고 생각해본다.


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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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02 0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고 감사합니다. 대답은 포스팅으로 살짝 드렸구요. 현재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살짝 붙일 생각입니다. 으음... 뭐랄까 조크가 없는 고담시와 같은 곳이라서요. 그런데 배트맨도 없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휙 던져볼 생각입니다.^^; 본래 제가 생각한 대자보의 스케일은 좀 크게 그려 놓았거든요. 이번에는 Etude 정도입니다. 카네기홀 공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규모 난장 콘서트 정도는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