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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뭐 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과정을 완전히 마친 것 도 아니니 유학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 어학수업을 한 과목(유닛은 꽤 되었지만) 들었으니 어학연수라 하기도 좀 뭣하고 신사유람이라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테다.

영어는 못하지만 자신감과 적응력은 내 무기.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설레임 아니다 ㅡ.ㅡ;;) 가득 안고 날아간 곳은 San Francisco. 출발 하기 직전까지도 부모님은 MBA과정을 준비하는 걸로 착각하고 계셨다. 게다가 바로 이름만 딱 대면 알만한 대학에 들어갈 꺼라고 얼토당토않은 확신에 차 있으셨다. 원래 부모들이란 그렇다. 자기 자식은 다 천재인 줄 알고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좋다고. 하지만, 정말 몹쓸 일이지만 내 계획은 전혀 달랐다. 경영학이라니 원. 애초에 계획한 대로 일이 안 풀리기도 했지만, prerequisite course(선수과목 - 응? 선수?ㅋ) 때문에 한동안 시간을 보내야 했다. Public Speaking과 Studio Art등등 뭐 의욕과 달리 공부는 별로 열심히 안 했으니 할 말은 없고 ㅋ. 참 잘 놀았다.

미국생활에서 제일 먼저 맞닥뜨린 것은 운전면허였다. 일단 준비해 간 국제면허증으로 당장 운전은 가능했지만, 차량 구매부터 보험가입까지 여러 가지 불이익이 많았다. 곧바로 신청하고 얼마 후에 맞이한 면허시험은 턴어바웃 할 때 오른 손으로 시험관 어깨를 후려 쳐 준거 외에 가볍게(?) 커트라인으로 통과해 주시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DMV사무실로 가던 중이었다. 의외로 주행시험 내내 친절했던 시험관이 뭐라뭐라 하며 나를 불렀다. 대충 축하한다는 말이겠거니 해서 "쌩유~썰" 하며 밝은 미소를 날려주는데. You left your car light on.(니차 불 켜져 있어.) 하며 내 차를 가리킨다. 아하. 바디랭귀지의 고마움이란.

일단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못 알아 먹는 말이 나오면 주눅이 든다. 면허시험장 사무실로 돌아와 간단한 신체 검사를 받을 때였다.(나는 분명히 시험 후 신체검사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해서 물어보니 다들 시험 전 신체검사란다. 내 기억의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그때 그때 다른 것일까?)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꽤 형식적인 신체검사임은 매 한가지인데, 나는 색약 문제로 매번 복잡하다. 하나의 램프에 빨강, 초록, 노랑 불이 교대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러줘야 하는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레드, 그린, 옐로우, 그린, 레드,... 무슨 키에슬롭스키 영화도 아니고. 그러던 중 마침 기계가 고장 났는지 작동하지 않는다. 직원이 뭐라뭐라 나에게 설명하는데, 도저히 못 알아 듣겠더라. 일단 난 괜찮다고 That's ok! 했는데, 묘한 표정으로 또 뭐라뭐라 한다. 아참 OK해야 할 쪽은 내 쪽이 아니라 그쪽이지... I'm sorry. Pardon me. Say it again please.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해 여러 번 듣고도 끝내 이해 못해서 나 영어 잘 못 알아 들어요~ 라고 고백했다. I have hearing problem.(제 청각에 문제가 있어요.) 그러자 그 직원 갑자기 사무실이 떠나 갈듯한 소리로 Oh~~~ I am sorry~~~ 외친다. 순간 나도 깨달았다. 급한 마음에 뭔가 내뱉는 다는게 I mean I am not good enough to speak in English.(난 영어로 말할 자격이 없어요.) 그 센스직원 금방 깨닫고 한국계 직원을 불러준다. 진즉 그럴 것이지. 

면허시험 합격의 기쁨보다 무안함이 휘몰아친 하루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인근에 사시던 교회집사님 댁에서 빨래를 해주셨었지만 늘 미안해서 그 날 저녁 지하에 있는 코인세탁실로 처음 갔다. 빨래를 돌리며 혹 훔쳐가면 어쩌나 싶어 옆에서 그냥 잡지를 읽고 있는데 어떤 힙합청년 타입의 애가 들어오며 말을 건넨다. How is it going?(안녕~) Well m... It's 1st time, so I don't know it goes well actually.(응? 나 사실 첨이라 잘 될지 모르겠어.) 아 뭔가 꼬일려면 한도 끝도 없이 꼬인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날이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좋은 점은 누구나 5분이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게 늘 좋은 점만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하루 였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입을게 없어질 무렵까지 그 세탁실에 못갔다.

부끄러운 하루를 고해성사라도 할 겸, 다음 날 만난 역시 유학생인 Jackie라는 친구에게 이야기 했다. 그 친구는 예술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MBA과정에 있던 나름 유식하고도 똑똑한 사람의 전형 같은 느낌의 Mentor격이었는데, 실제로도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성격의 소유자인 그가 깔깔깔 웃으며 자기도 그런 적 있다며 해 준 이야기.

I love you 4 centimeter reason에서 4 centimeter 가 어떤 메타포인지 궁금하다고 친구에게 물어봤단다.




다른 사람 버전은 몰라도 Nat King Cole 버전은 그럴 만 하다. ㅋ
I love you 4 cm reason, Jac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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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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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10.02 0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 어쩐지 빨간장미 입에물고 수요일에 가고시픈(?)
    아름다운 곳에 계셨군요~~ 부럽루럽
    미국도 여러지역에 계셨나봐요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너무 물가가 비싸지요?(이런...낭만제로 ㅎ)
    그래서 그런지 장거리 출퇴근이 많은것 같았는데 해서 주말이면 호텔이 저렴해서 좋았던것도 ^^ㅋ -근처엔 대형 차이니즈마켓이 많았던것 같기도 하고 유독 기억에 남는 고기섹션에 껍데기 벗긴 개구리를 팔던것도... 발구락 사이에 피가 고여있..으악)
    전 처음 놀러 갔을때 집들이 참 희한하게 다닥다닥 붙어서 지어놔서 어떻게 지었을까 되게 궁금했었는데 아직도 풀리지않은 미스테리....
    한날은 비지터센터에서 나눠주는 공짜 지도에 보니 걸어서 두시간이면 도시를 다 볼수 있다고 해서?(기억이 가물해서 확실한지...그래도 분명히 두시간-_-!) 왠걸 정말 하루종일 이골목 저골목 방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핫 과거 할렘 분위기를 방불케하는 먼지 풀풀날리는 음산한 어떤 골목에 들어갔다가 생수병차고 노는 흑인아찌들이 에이~(헤이~ 그 특유 뉘앙쓰) 마 레이디~ 하는데 나 레이디 아님. 골목끝까지 총알탄 육상선수처럼(오바) 튀었던 기억

    그런데 처음이신데 상당히 매끄러운 영어를 구사하셨던듯 합니다. 저는 땡큐밖에 몰랐더랬어요 하핫 (see? follow me 시발로마) 웃는 얼굴에 침못뱉는다고 못알아들으면 뭐든지 땡큐! 그럼 안되보였는지 좀더 도와주고 ㅎㅎ
    말씀처럼 누구나 금새 어울릴수 있고 특히 고맙다는 표현, 미안하다는 표현 많이 하는게 저는 참 너무 좋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마주치면 늘 웃는것도 (처음엔 저한테 관심있어서 그러는줄 알았는데) 항상 습관적인 말인것 같아도 늘 허니~ 스윗할트~ 이렇게 해주는것도 저는 들을때마다 좋은지요 ㅎㅎ
    그나저나 4센티미터 리즌은 푸핰ㅋ 너무나도 큰웃음주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시절 라됴에서 자주 나오던 에미넴 노래중에 'Without Me' 란 곡이 있었는데, "round the outside~~round the outside~" 이게 아무리들어도 "마미 아웃사이드")

    왠즈이 오늘도 쓸데없는 수다만 떨고가는 선수 응? ㅎ 선수였습니다 (__)
    저는 10월첫날! 왠지 감이 너무 좋습니다 맨날 감은 좋은데 ㅎㅎ 암턴 저의 이 좋은 기분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붕대소녀님도 마무리 하시는 논문 화이팅!!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2 0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포스팅은 일전에 말씀드렸던 '치기' 어쩌구 하다가 생각나버린 '센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ㅋ

      샌프란시스코가 물가가 비싸단 생각은 한 참 뒤에나 할 수 있었어요. 산타바바라 옮긴 뒤에야 제대로 확신하고. 절대 빈곤생활이었지만 비교대상이 없어서 그냥 미국은 그런가보다 했었구요. 샌프란시스코가 뭐 별로 대도시 같지도 않다보니 ^^

      차이나타운 꽤 크죠. ㅎㅎ 재팬타운도 자그마 하지만 일본식 건물과 키노쿠니야서점등이 자리해서 그냥저냥 일본거리 다운 느낌이 있고, 워낙에 히피들 투성이라 혼자 걸어댕기기 좀 당황스러울때도 많고 ㅋㅋ 여튼 아트 하고싶은 사람이 서부로 간다면 무조건 샌프란시스코 추천해야 될듯요.

      음... 매끄러운 영어라니요. ㅋ 그냥 짧게 이야기하면 못알아듣길래 길게하는 습관이 붙어가던 중이었어요. 스타벅스 가서 주문할때, 그란데 라테 플리즈... 이게 안통하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결국 포기하고 Today's coffee를 한동안 마실 수 밖에 없었다는...

      마미 아웃사이드 ㅋㅋ 저 이런거 디게 많아요. ㅋ

      여튼 저는 산 곳은 샌프란시스코, 산타클라라(산호제), 산타바바라 이렇게 옮겨다녔어요. 이를 두고 1.4후퇴냐? 하던 친구도 있었다는...

      글도 안되고, 머리도 복잡한데 오늘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수제인형 핸드폰줄 선물받았어요. 머리 좋아진대나 어쩐대나. ㅋㅋ 근데 그냥 웃고 말았는데, 선수님 장문의 댓글보며 기분 완전 업됬습니다. 죙일 달려봐야겠습니다. 근데 논문이 되면 안된다니깐요!! ㅡ.ㅡㅋ

  2. Favicon of http://mih.bottesuggds.com BlogIcon ugg 2013.04.07 1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mih.christianlouboutinouti.com/

  3. Favicon of http://dpq.cheapsuprashoeso.us/ BlogIcon supra society 2013.04.19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은 반짝반짝 빛이 나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빛은 사라저버릴거야,지금 우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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