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03

« 2017/03 »

  •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2010.10.03 03:54

성균관 제1강, 1편 철학이야기2010.10.03 03:54

 


<성균관스캔들> 을 요즘 재미나게 보고 있다. 원체 아기자기한 사극을 즐기기도 하고, 원작을 재미나게 읽은 기억에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단순한 원작의 재탕에 벗어나 신선하다. 잘금4인방과 그 주변인물, 정조와 정약용, 붕당정치 등등에 관한 것은 아마 드라마 리뷰계의 거장들이 벌써 충분히 분석과 비평을 해 놓았지 싶고, 나는 늘 하던대로, 텍스트 중심 분석작업이나 해보려고 이 재미난 일에 무작정 도전해 본다. '제1강, 1편'이라고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이게 이어질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달린다. 

우선 드라마 시작하며 나오는 스토리. 용하와 장의파1인이 세책방에서 필사꾼 윤희를 기다린다. 용하가 의뢰한 것은 빨간책이니 넘어가고, 장의파1인(미안합니다, 좀 더 유명해 지시길)이 의뢰한 책이 등장한다. 책은 급히 달려오다 저잣거리에서 잃어버리고 급히 자리에 앉아 척척 써내려가는 윤희.


상단에 時習之시습지불이 보인다. 흐릿하지만 뭐 뻔하지.^^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공자왈,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과연 성균관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 어울릴 시작이다. 그렇다. 논어 학이편(1편) 첫 장이다. 윤희가 2각(30분)의 짬을 달라해서 순식간에 필사해 내는 책은 다름아닌 논어주해. 좀 큰 글씨로 논어를 옆에 작은 글씨는 그 해설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정말 기쁘다. 이거슨 진리. 요즘 내가 정말 실감하고 있으니까. 정말 보고 싶은 친구들 이런 저런 핑계로 연락 없이 지내지만, 그냥 또 만나면 어제 본 친구 같은 느낌이지 않나.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는 당위가 아니다. 그런 생각들은 나름대로 소중한 인간관계의 기본인 것을…, 하지만 별 중요하지도 않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상처받거나, 또는 반대로 상처주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여전히 군자가 뭔지 잘 모르겠고, 군자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글을 공자님 비스무리 하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그게 입으로만 떠드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 컷을 보면, 일단 '헉!' 해줘야 마땅하다. 

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

공자왈, 천명을 모르면 군자라 할 수 없다. 예를 모르면 사람 앞에 나설 수 없고(뜻을 세울 수 없고), 말을 모르면 사람을 알 수 없다. 

이것은 논어 요왈편 또는 지장편 등으로 불리는 마지막편(20편), 마지막 절이다. "2각(30분)만 더 주시오." 했던 윤희. 논어주해(논어집주인지 주해논어인지는 알 수 없다)를 주해를 포함해서 암기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30분에 그걸 쓰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정말 쓰러질 만한 천재임에 틀림없다. (굳이 아쉬운 점을 억지로 꼽는다면 대역 선생님이 쓰신 글이 명필이고 단아한 것은 분명하지만 속도감은 좀 물리적으로 안 맞는 정도일까? ^^) 

이 요왈편은 단 3장으로 구성되어있고(다른 편과는 다르게) 그 문헌학적 해석은 학자들간의 설이 분분하지만(후대 첨가설 등) 내용은 공자정치철학의 핵심이 담겨있다. 지명
知命, 지례知禮, 지언知言

절묘하다고 해야할 듯 싶다. 이 지명
知命, 지례知禮, 지언知言을 풀어 쓴다면, 학이편 첫머리의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와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때때로 배워 익혀 천명을 알고, 벗을 사귀며 예를 알고, 사람이 나를 알아주는 것에 연연하지 않음으로 남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논어의 이 배치도 절묘하지만, <성균관스캔들>의 연출력과 작가 필빨도 인정해주지 않을 수 없다. 

일이관지一以觀之 하는 이 논어의 결론은 때로 지명
知命 의 해석 탓으로 공자를 지나친 숙명론자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과거, 현재, 미래 즉 역사적 통찰을 뜻한다는 해석이 더 지배적이기도 하고 타당해 보인다. 영화 <공자>를 봐도 그것은 알 수 있지만 좀 유식해 보이기 위해 쓸데없이 중국철학자 한 분의 글을 인용해본다. 

命就是天命命有屬於個人者有屬於群體者
個人的生死窮通固然有命國族人群的治亂興衰也是有命

此命貫通於過去現在未來三世普通人不知君子不能不知
知命之後不講宿命論而是在確知三世前因後果時力求改惡向善將一己與人群之命改善到至善之境

一己之命人群之命最惡劣的就是否定五倫道德不知人禽之辨
卒致父子相殺盜賊橫行權謀詐術流行天下戰爭隨時可以觸發。 
君子知命不能不之愈深求其改善的心念愈迫切
。 

명은 곧 천명이다. 명은 개인에 속하고, 또 예를 따르는 무리에 속한 것.
개인의 생사고락이 명에 달려있고, 국가의 흥망성쇠 역시 명에 달려있다.
이 명이야 말로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것이라, 범인은 그를 깨닫지 못하나, 군자는 능히 깨달아야 한다.
명을 깨달았다면, 숙명론을 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명을 깨달았다면) 역사적 인식을 통해, 악을 고치고 선을 지향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 더불어 지극한 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명, 무리의 명은 오륜도덕을 부정하고 악으로 빠지게 될 수 있다. 사람됨과 짐승의 분별을 알지 못하고, 아비가 자식을, 자식이 아비를 살해하고, 도적이 횡행하고, 권모술수가 천하를 뒤덮고, 전쟁이 수시로 발발한다.
군자가 명을 알면, 못 이룰 것이 없고 근심 할 것이 없고, 근심이 깊다 해도, 능히 그 개선의 마음이 근심을 이겨낸다. 

摘自儒學簡說徐醒民授著 서성민교수저 <유학간설> 에서 인용



포퓰리즘에 대해 공자께서도 근심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우리시대 위정자가 과연 천명을 거스르지는 않는지, 역사에서 뭔가 배우기나 했는지 걱정될 따름이다. 뭐 그렇다고 국정의 근본이 유학이라는 것은 아니고.

오늘은 요정도만, 논어에 관해서는 <성균관스캔들>이 EBS 강좌는 아니지만 이어지는 회차에 또 등장한다. 박사 정약용(안내상 분)이 내린 논어의 정의는 새삼 마음을 울린다. 

"공구라는 고지식한 늙은이와 똘똘한 제자들이 모여서 어떠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박 터지게 싸운 기록들이다." – <성균관스캔들> 제 4강 

"배워서 남 주자."를 평소 신념으로는 갖고 있되, 실천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는 붕대가 극중 윤희의 대사에 흠뻑 취하면서 논어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든다. 잠시 동양철학의 세계로 푸욱 빠져볼까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붕대소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0.10.03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4 05: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저도 동이는 안녕~
      요즘 너무 볼게 많네요. <성균관스캔들>, <별순검3>, 그리고 탐색전 중인 <닥터챔프> 메디컬드라마는 죄다 봐준다는...

      명은 천명에 앞선다고 한 것이 아무래도 좀 조심스럽지 않은 번역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몰래 바꾸어 놓았지요. ㅎㅎ

      命론에서 보통 일음일양一陰一陽 한 것을 천명으로, 일흥일망一興一亡을 무리의 명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를 개인의 명으로 보던데, 이는 그 이전에 性론에서 말하는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이 하나인가 둘인가 논쟁의 결과가 전제되어야 가능하겠지요. 실제 리학 쪽에서는 일원론적으로, 기학 쪽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이원론(플라톤이 경험세계를 허구로 보고 오직 이데아만 실재한다고 보고 이데아를 통해서 인식가능하다고 본 것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상을 보고 이데아를 유추해 낼 수 있다고 봤죠.) 측면이 강한데요. 저는 어쨌든 후자쪽을 전제하고 텍스트를 읽었고, 또 서성민선생이 다소 민족주의적 계몽주의자라는 태도를 보이는 터라 주체의 자각문제가 도학의 진리문제보다 우선한다고 쓴 문장 같아 뉘앙스를 살려보려 해석했었던 것 같습니다.

      뭐 그런데 뉘앙스는 안 살고, 괜한 의문만 남기네요. '앞선다'라는 표현은 유가철학에서 자주 만나는 개념인데 거의 대부분 인과관계보다는 우선순위의 개념이 더 많더군요. 저 역시 인과관계를 뜻한 것은 아니었구요 여기선 명과 천명을 구별하는 것 보다는 지명과 부지명을 구별해내는 것이 관건일 것 같은데 사실 저도 잘 몰라요. 동양철학은 학교에서도 거의 관심밖이었기에... 어쨌든 날카로운 선수님. ㅋ

      그나저나 방법론적 가이드는 아무래도 예기나 대학, 중용에 많아요. 윤리학은 그쪽이라. 동양고전들은 정언명법처럼 서술되어 있지만, 때로 너무 심플해서 늘 주해가 필요하기 마련이고, 공자시대는 한자특유의 함축문자 특성과 더불어 죽편에 글을 남겼기에 더 단문으로 이루어졌으니 그렇지 않을까요? 타임머쉰을 타고 공자님을 만나서 대담을 해보지 않는한...ㅋ

      마지막으로 <다모>의 대사, 이그노벨식 패로디.
      "아프냐"
      "나도 *** 아프다"

    • 2010.10.04 1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5 0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화이트칼라는 오늘부터 OCN에서 시즌1 재방송을 하고 있네요. 힐끗 보고 언젠가 몰아봐야지 하고 있었어요. 추천해 주시니 후딱 보고싶어졌네요.^^

      그나저나 동양철학(특히 한국철학)은 너무 몰라서, 이참에 좀 읽어나가고 있어요. 다행인것은 집에 모셔둔 책은 많은 것이구요. 불행(?)인 것은 완전 새책에 먼지만 엄청 쌓여있다는...

      이번주는 널럴하게 지낼 예정이라 성균관에 푸욱 빠져볼 작정입니다. 알콩달콩 이야기도 너무 재미나지만, 그 밖의 이야기도 같이 즐겨주실 분이 있어 너무 기쁘답니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