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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혼전 임신으로 생긴 아이, 낳아야 하나?

찬성(낳아야 한다) VS
반대(낳지 말아야 한다)

·
찬성 - 성신여자대학교
“낙태 허용은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지 않는 임시방편일 뿐”
· 반대 - 고려대학교
“낙태는 선택의 문제. 여성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16강전부터 인기를 끈 화려한 말빨(?)의 성신여대 레츠팀과 음.. 고려대 잡담팀의 대결이라 일단 재미있기는 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들여다 보았다. 사실 16강전에서는 양팀 다 고전했다고 본다. 성신여대팀의 경우 논란을 일으킬만한 발언들로 후폭풍까지 맞은 걸로 알고있고, 고려대팀의 경우 상대였던 이화여대 엣지팀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내심 성신여대팀의 승리를 점치며 들여다 보게 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성신여대의 승리였지만 여튼 16강전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보인쪽은 결과와 다르게 고려대팀이었다고 평가한다.

생명윤리와 책임의 문제 VS 권리의 문제 의 대결이었지만,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돈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포인트는 다소 뻔해진 논의진행과정보다 몇몇 실언들이었다.

성신여대팀의 "수정이 되는 순간부터 생명이다." 발언에 고려대의 "사후피임약은 사실상의 낙태다."라는 반론은 적절하고 통렬했다. 이는 말꼬투리 차원의 반격이 아니었기에 토론초반 성신여대팀은 스스로 무너지는게 아닌가 할 정도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아마 편집된 방송분보다 더 큰 충격이었으리라 짐작된다.

후반에 들어서는 성신여대팀의 "태아에게 기본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논박의 여지가 있는 의견에 고려대팀은 반박을 택하지 않고 "태아에게 의지가 없다"고 말려들고 만다.

제시된 논거와 상관없이 이 두가지 실언이 결과적으로 승부를 가른듯 하다. 석연치 않지만 말이다.

성신여대팀이 후반에 역전을 한 결과로 나왔는데 나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 윤리문제, 행복의 문제를 차례차례 이끌면서 논점을 계속해서 희석시켰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거기에 말려든 것이 고려대팀으로서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고려대팀이 점수(?)를 땃던 전반부의 성신여대팀의 논지전개가 논리적으로는 자가당착에 빠질지라도 심정적으로는 더 동감하게 된다. 생명윤리를 말하며 예외적으로 범죄로 인한 원치않는 임신의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라는 의견은 아마도 스스로도 모순이 된다고 판단 했을것이고 아마도 반격에 대한 준비도 했을것이다. 솔직히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것이라면 예외없는 생명존중이 논지를 전개하기에 편리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는 것에 스스로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보조패널간의 질답중 고려대팀 쪽에서 만약 당신이 혼전임신을 하게되었을때,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낳을것인가? 라는 질문에 한치의 주저함 없이 낳을것이다. 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 누구라도 실제 그 상황이 되기 전까지 장담하지는 못할 일이다. 닥쳐보면 생각이 바뀔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그 발언을 신뢰한다. 편견에 치우친 감상이지만 - 생명체기준논쟁을 제외하고 - 성신여대팀은 자신들의 주장과 생각의 싱크로율이 100%인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정서적인 접근은 오히려 고려대팀이 적극적으로 했어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윤리적 문제만큼 권리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쉽게 타인의 윤리적 행위에 대해 직관적으로 판단하지만, 권리문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닌이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권리문제에 공감을 얻고 싶었다면 오히려 감성을 자극하는 사례를 적절히 구사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측의 논의과정에서 실수만 부각되고 논점이 사라진 것이 제일 큰 아쉬움일 것이다. 
주된 이유는 상대의 주장에 섞여있는 공통점을 빠르게 이해하지 못한 점이 아닐까? 낙태시술이 위험하다는 것에 같은 입장임을 후딱 인정하고 넘어가야 했었고, 산모가 낙태를 선택할 경우 살인인가 하는 징벌적 문제가 더 크게 대두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사회적편견으로 치부하기엔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후반부의 논의에서 낙태를 앞두고 손익계산을 하는 산모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 쳐지는 것은 생명의 문제를 양쪽다 실용적인 잣대로 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토론자의 윤리적인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확장하고 집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생명의 문제는 태아의 생명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진대, 산모의 생명문제가 그저 권리의 문제로 치환되고는 더이상 드러나지 않은점은 아쉽다.


토론의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채 이런저런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은 쉽다는 것을 안다. 반대로 직접 참여했을때, 당연한 것도 놓칠 수 있고 상대 논리의 진위판단과 건전성을 점검할 새도 없이 말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고려대팀이 16강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은 상대논리를 빠르게 파악하는 점이었는데, 후반에 가서 그 능력은 사라졌고, 성신여대팀이 16강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이 없는 것은 여전히 자기함정에 빠진다는 점이다.

그런의미에서 배틀에서 성신여대팀이 승리한 것은 기술적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예선부터의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우승이 목표라는 당위 이상의 목표를 발견했으리라 믿는다. 승부사로서의 기질이 아닌 멋진토론자의 모습을 4강전에서는 보여주기 바란다.


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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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8.16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잠시 생각하게 하는 주제군요.

  2. Favicon of http://organicfarmer.tistory.com BlogIcon 꿈이촌놈 2010.08.1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태문제" 역시 답을 찾기가 어렵죠. 윤리적이냐. 현실적이냐. 에효.
    글쓰는 재주는 타고 나신듯... 부러워요.. 진심입니다.

  3.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16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태 논의가 진전없이 흐른다는 것, 정치적인 맥락으로 오용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 반열에 끼기엔 한참 멀었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8혁명 당시 여성들은 왜 낙태 합법화를 외쳤는가?', 'OECD 국가 중 국민 대다수가 카톨릭 신자인 스페인, 폴란드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가 낙태를 합법화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낙태 합법화 이후 선진국은 어떤 변화과정을 거쳤는가?' '낙태를 법적으로 금지한 이후 어떠한 징후가 나타나게 되었는가' 역사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연결시켰으면 보다 흥미로운 토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더군요. (저는 통계를 인용한 토론 방식은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싱크로율 100%는 공감 100%입니다^^ '여대'에서 낙태 합법화를 반대하는 견해가 저에겐 조금 신선하게 다가오기두 했구요. 제 3자로 인해 간접적으로 낙태를 경험한 저로서는, 성신여대분께 감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낙태 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이긴 하지만요.

    낙태를 체험하는 쪽은 여성이라는 생각, 그리고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남성으로서 제한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낙태 이전에 섹스에 대한 논의가 다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군대에서 떠벌이는 음담폐설, 영웅적인 경험담 따위의 마초성 짙은 낭설은 이제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말이죠. 이 문제는 숨기고 감추면 문제가 더 커지는 걸 많이 봐와서요. 개방된 성문화 만큼, 열린 시선과 다양한 시각이 공존했으면 합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6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하신 다룰 수 있는 논제들 다 공감가는 군요. 저역시 이번 토론배틀을 눈여겨보면서 계속보이는 문제가 의미없는 통계자료의 남발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반론을 위한 인용은 긍정적으로 이해하려 하지만 자신의 논거로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반감되더군요. 통계의 허구와 귀납에 대한 불신탓일까요? ㅎㅎ

      90년대 이후 대학가에 성에 대한 담론들이 자유롭게 쏟아졌고, 요즘의 대학생들은 아마 충분히 성문제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토론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성문제는 한참 혈기왕성한 사람들의 의견이 진국이겠죠.^^

      3라운드가 외교정책에 관한 토론이었는데, 친미냐 친중이냐의 문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8강전 4주제중 제일 재미있었는데,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리뷰를 못하고 있네요.

      방문해주시고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16 1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볼 때마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거짓말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그리고 서울대 3김시대는 차분하게, 다시 돌이켜본 후 댓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2달 전 즈음에 서울대생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우선 하나만 휙 던지고 가자면.., "촌놈들의 역사주의" 정도가 되겠네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6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촌놈들의 역사주의... 가늠은 안되지만 기대됩니다. Highdeth님 etude의 대상은 세상만사일것 같다고 함부로 추정해보는데요. 그곳에 정리해주시고 트랙백 붙여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습니다. 산문시와 같은 님의 글이 댓글로 소모되는 느낌이라 아까운 마음이 들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16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철학을 취미로 하시는 분은 무서워요-_-;;;;

      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흔히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로 구분하곤 하는데... 저는 역사철학을 독학으로 하고 있고, 대학원에서 보다 세밀하게 배우려 하고 있어요, 3분야에서 역사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서술은 아무래도 사양사 쪽이 두드려져서 서양사, 그리고 현대사를 전공할 생각이에요. 작년엔 거시사에 천착해오곤 했는데, 올해엔 미시사에서도 '일상사'에 뿌리를 두려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세상만사'라고 말씀하신건 정확히 집어주신 거죠^^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트랙백 붙여드리겠습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7 0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섭긴요. 소뒷걸음입니다. ㅋ
      제 나름의 개똥철학의 정의는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에 대한 소극적 반발일 뿐입니다. 적극적 반발을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할텐데 아는게 쥐뿔이 없어서 소극적인거지요. 아는척은 잘하는데 큰일입니다. ㅎㅎ

  4. mjkim 2010.08.17 16: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냉정한 평가 감사합니다.
    3R,4R리뷰도 볼수있을까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7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뭔가 부족한 글입니다. 냉정한 평가라니요... 그저 뒷담화겠죠. 물어뜯기는 원래 자신있지만, 워낙 다들 죽자고 덤벼대는 와중에 저까지 할 필요는 없을듯 하구요. ㅎㅎ

      3,4라운드 다시보기를 한 번 하고 써볼까 하는데 안올라오네요. 사흘 지났더니 기억이 자극적인 몇가지 밖에 안남아서 못쓰고 있습니다. 시의성은 놓치겠지만, 어짜피 제 리뷰 첫째 목적은 제 공부니까요. ㅋ 여튼 늦더라도 다시보기 되는대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5. 다시 2013.04.07 2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태에 대한 찬반 양론은 언제까지고 존재할 것 같아요...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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