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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08:42

성균관 제11강 철학이야기2010.10.05 08:42

 
대뜸 '제1강, 1편' 이후 '제11강'으로 넘어온 이유는 그 사이 별 사건이 없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제1강을 보며 생각만 해두었던 이야기가 어제 제11강을 보며 떠올랐기 때문이다. 잊어먹기 전에 정리해두려고 시간을 뛰어넘었다. 우선 <성균관스캔들> 제1강에서 눈길 끌었던 장면.

 

 
사부학당에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선준에게 계란이 날아들고, 선준은 모략(선준의 머리카락을 부적으로 얻고자 한)을 꾸민 자에게 과도한 보복을 한다.(굳이 방방곡곡에서 모은 머리털을 날려버릴 것은 뭐람.) 어쨌건 원리원칙주의자 선준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

"그딴 싸구려 위안이나 동정으로 뭐가 해결되지?" 엄친아의 일갈이다. 유념해야겠다.

언급되지도 않고 그냥 소품으로 쓰인 선준의 손에 들린 책이 <춘추좌전>인지 뭔가 다른 역사책인지 붕대의 얕은 지식으로 알 길은 없지만, 몇 줄 읽어보니 <춘추>에 관련한 책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 방식이 몇 년 몇 월 하고 간단한 내용이 정리되어있는 형태가 그 근거. 




좌) 음주전문춘추괄례시말좌전구독직해音註全文春秋括例始末左傳句讀直解 세종조 보물제1159호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우) 춘추경좌씨전구해春秋經左氏傳句解 세종13년(1431)판각 보물제1208호 가천박물관소장

오른쪽 책을 보면 언제 쓰여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예나 지금이나 책에 낙서질은 한다. 신기하다. 

, 사, 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보통 배고픈 직업과 연관된다. 제대로 밥벌이 해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공과 관련한 직업이란 게 별로 없는 까닭에 대개 무관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그런데 <성균관스캔들>이 다루는 시대, 즉 조선 중기는 이 문, 사, 철 이 밥 먹여 주던 시대였다.

당대 학문이라 함은 사서삼경(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 사서오경(예기, 춘추)등이었다는 점이야 다 아는 사실이고, 문, 사, 철 로 구분해 현대에 비추어 본다면 아마 문학(시경, 서경), 철학(논어, 맹자), 윤리학(예기, 대학, 중용), 천문학, 수리철학(주역), 그리고 사학(춘추) 되겠다. 이런 구분은 물론 큰 의미는 없다. 서경은 역사를 다루지만 역사소설에 가까우니 문학으로 취급했지만 그렇게 따지면 논어도 문학으로 구분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여기서는 <춘추>에 눈길이 갔었다는 단순한 이야기. 


<제11강>의 시작은 <제10강>에서 일어났던 '윤희 도둑놈 모함사건'의 재판과정으로 시작된다. 순두전강이란 이름의 재판정에서 피고는 김윤식, 판사는 정조임금, 검사는 장의측, 변호사는 잘금4인방인 셈이다. 정조가 잘금4인방에 '통'을 주고, 장의측에 '불통'을 주는 근거는 피고 김윤식에 대해 무죄추정원칙을 지키지 않았기에 직무유기라는 이유지만, 이 판결에 대해 논할 것은 아니고, 이 사건구성과 그 해결과정을 이야기로 꾸민 것이 꽤 재미있다.

이선준의 멋진 변론을 옮긴다.

"시전상인들의 횡포로 물가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하여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은 난전을 열어 살길을 찾고자 하나, 그는 바로 '금난전권'. 국법을 어기는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백성에게 도적이 되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 장부, 시전상인들의 뒷돈을 받아온 관원들의 기록입니다. 가진 자만의 편을 드는 그릇된 법, 금난전권과 백성이 아닌 돈을 섬기는 관원, 그리고 그들의 뒷배인 더 큰 정치인들이 바로 이 도난사건의 진범입니다." 

멋있다. 하지만 언뜻 생각해 보면 이 재판과 상관없는 증거물 제출이 될 수도 있다. 금난전권과 정치신료가 배후라 한들, 당장의 김윤식에게 씌여진 누명이 해결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진술이 유효한 까닭을 찾아냈다.  

유학 5경중 하나로 꼽히는 <춘추>는 공자가 쓴 역사책이다. 그 기록의 간결함 탓에 많은 해설서가 등장하는데 그 중 유명한 것이 <춘추좌씨전>이다. 역사학자가 아니라면 단순히 년월과 간단한 메모 수준의 기록인 <춘추>에 살을 붙여 풀어 쓴 이야기책이라고만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본다.  

진()나라 태사(太史)였던 동호(董狐)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나라 영공이 갖은 악정 끝에 재상 조순(趙盾 - 조둔, 조돈 으로도 읽힌다)의 조카였던 조천에게 시해되자 바로 "秋九月乙丑, 晉趙盾弑其君夷皐"(가을9월을축, 진나라 조순이 왕 이고를 시해했다.)라 기록한다.

진영공은 그 패악함이 정도를 넘었기에 일찍이 당대 재상이었던 조순의 간언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조순을 죽이려 했다. 조순은 어렵게 목숨을 건져 국외도피를 할 찰나 영공의 시해소식을 듣고 돌아온 것. 돌아와서 위에 써있는 기록을 보고 태사 동호에게 묻는다. 위 기록은 잘못되었다. (不然). 동호는 대답한다.

승상의 몸으로 달아난 것, 그리고 국경을 넘지 않은 것(子爲正卿 亡不越竟) 돌아와서도 범인을 찾아 처결하지 않은 것의 죄(反不討賊 非子而誰)가 있으니 그 기록은 고칠 수 없다. 조순은 그에 변명하지 않았다. (嗚呼 詩曰 我之懷矣)

좌씨전에서는 동호의 사관으로써의 직필을 칭송함과 더불어, 조순이 이를 받아들인 것 또한 칭송했다. 동호는 사관으로써 원칙을 지켰고, 조순은 재상으로써 원칙을 지켰다. 그리고 이 고사는 '동호직필'(董狐直筆)이라는 사자성어로 남았다.

이 고사가 원칙주의자 이선준의 변론과 다르지 않음이 꽤 재미있고, 신기하다. 이 고사를 염두에 둔다면 선준의 변론은 동호의 논리(진범은 위정자라는 것) + 조순의 이해(아비가 관련되있다 하더라도 진실은 진실이다) 의 결합인 셈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완전 전율했다고 고백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고 산다는 것, 그리고 은폐하고 변명할 수 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 참 멋있긴 한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걱정이다.
나는 아무래도 동호의 직필 보다는 조순의 인격에 더 끌린다.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고 바른 말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지만 때로 해본 짓이기도 하다. 물론 인격이 그냥저냥한 붕대는 좀 후회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자신의 허물을 감추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선준의 이 변론을 보며 여림 용하가 걸오 재신에게 한마디 건넨다. 
"저 자식, 너랑 같은 종류였어. 꼴통!"

간만에 진국 드라마 한 편 만났다. <성균관스캔들>은 야오이물, 학원물의 전형적 재미(선준과 재신의 츤데레를 보는 재미도 듬뿍)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꽤나 정치적이라고 해석한다면 심각한 오버일까? 그래도 <제11강>을 보며 내 머릿속은 변호사개업을 포기하고 대학강단에 서게 될 김영란 전 대법관의 행보와 일본망명(?)중인 유명환 전 외교장관의 행보가 교차된다. 어떤 '꼴통'의 뒷모습을 따라야 할 것인지 너무 자명해서 화가 날 지경이다. <제12강>에는 또 어떤 멋진 이야기가 나올래나. 홍벽서의 활약으로 조금 위안받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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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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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hostjin.tistory.com BlogIcon Ghost JiN 2010.10.11 0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찾아보는게 죄송스럽내요~이해해주십시요~ ㅎㅎ
    성균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이렇게 맛갈스럽게 글로 풀어내시니 참으로 신선합니다.
    좋은글 너무 잘읽고 갑니다. 다양한 글들이 있는 블로그가 이래서 즐겁내요~
    획일적인 문자가 판을치는 세상에 아마 각 블로거들의 다양한 생각과 시각은 아마도
    각박한 세상에 또다른 해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즐거운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댓글로나마 주신 응원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11 0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님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주로 여행에 관해 다루시지만 저는 첨에 종교관련 포스팅때문에 알게되었고 진님의 세상에 대한 열린 시각에 꽤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여행관련 장비 사진 하나 올릴때도, 단순 정보전달이 아니라 포스팅을 보게 될 사람들의 괜한 오해까지도 걱정하는 그런 생각이 전해져서 남다르신 분이라 여겼었지요. 물론 주머니 사정까지 생각해주시는 센스까지. 다른 것은 흉내낼 수 있다고 해도 진님 포스팅에서 느껴지는 '배려'만큼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겪으신 일들이 실제로 진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분명 진님의 삶은 쿨하게 보입니다.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한 결과를 나누는데 솔직하신 블로그 글들 보면서 응원이랄까 위로랄까 그것들은 늘 제가 받아갑니다. 술은 거의 안 마시는 편인데, 일단 럼콕 한잔 만들어서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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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가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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