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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동영상은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을 길게 말할 때 마다 마법같이 등장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이름하여 "Miss Sweetie Poo" 달콤응가소녀(?) 쯤 번역되겠다. 이 동영상의 주제는 다름아닌 초반에 자막으로 소개되는 "연설이 지루해지는 방법을 막는 법에 대한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법" 되겠다. 기발하다. 그리고 소녀의 "Please stop. I'm Bored."는 듣고 있다보면 완전 중독되고 만다. 영어따위 몰라도 그만이다. 주술적이다. 소녀만세.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의 시즌이 돌아왔다.

동시에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의 시즌도 사알짝 먼저 돌아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이그노벨상.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별난 연구 학술지) 재단에서 만든 이 상은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기 조금 앞서 시상된다. 시상분야는 노벨상과 비슷하나 분야와 수는 해마다 조금씩 바뀌어 왔고 상금은 없다. 시상기준이 재미있다. 좋은 말로 '현실적으로 쓸모 없지만,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연구에 대한 시상' 이고 그냥 말하자면 '개그 제대로 한 연구에 대한 유쾌한 비아냥' 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시상식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도 참석할 뿐 아니라 역대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하버드와 MIT등의 교수, 학생들이 참여한다. 시상식은 Harvard에서 수상자 강연은 이틀 뒤 MIT에서 이루어 진단다. 한마디로 학술도시 보스톤의 지적유희 축제의 장이다.

붕대는 뭔가 전복적인 이야기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이맘때쯤 아닌가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나 오늘이다. 돗자리 깔아야 할 하루다. 9월30일 PM 7:30 (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10/1 아침) 20
th First Annual Ig Nobel Prize Ceremony 가 개최된다.

올해의 테마는 박테리아. 아무개 교수의 지휘로 <The Bacterial Opera>까지 초연된다니 기대될 수 밖에, 그리고 시상식 자체가 축제다보니 Keynote도 제한시간 60초. <The 24/7 Lectures>라 이름 붙여진 강의도(24/7 = 종일, 내내라는 뜻이지만) 24초 그리고 7단어를 이용한 강의란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스티브잡스가 수상을 하고 소감을 말할 때 '달콤응가소녀'가 "Please stop! I'm bored." 외치는 것을 보고싶어 죽겠다. ^^

야구는 안 좋아하니 패쓰고, 찰스강 축제 따위 관심없지만, 박홍근 교수님과 린군과 빈양이 보고싶고, 어쨌든 보스톤에 가고 싶다. 그냥 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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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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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ndra500.tistory.com BlogIcon * 잠수함 * 2010.10.01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붕대소녀님이 아니였다면 평생 모르고 살뻔 했던 재밌는 축제(?)로군요,

    아직도 please stop!! i'm bored... 이 소리가 귓가에 맴맴~ㅋㅋㅋ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1 1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무 귀엽죠? ㅋ 정말 탁월한 해법이라고 밖에...
      마지막에 나오는 일본인 발명가는 오래살기 방법을 평생 연구하신 분인데, 역시 멋집니다. "삶은 오래, 연설은 짧게"

      소녀의 말을 어디서든 좀 써먹고 싶은데, 제가 하면 싸움나겠지요. ㅠㅠ

  2.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10.02 0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휴 ㅋㅋ 너무 귀여워요 하하핫 다들 기분좋게 연설을 종료하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은것 같아요 ㅋㅋ 저 돈쥐어주는 위트~ㅎㅎ
    아 너무 유쾌하게 웃고 갑니다 저도 알았더라면 어제저녁에 봤을걸요 ^^ 재밌는 얘기 몇개 소개해주실것을 기대하묘 (강요!ㅋ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2 0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버폭주였는지 어쨌는지... 라이브를 못봤어요. 엉엉. 유튜브에 곧 올라오겠지 싶어 기다리는 중입니다. ㅋ

      우리나라 역대 수상자가 2명 있는데요. 한 명은 동영상 나오는 권혁호씨, 향기나는 양복 개발 - 환경상. 또 한 명은 통일교 문선명 총재, 합동결혼식 - 경제학상.

      분명 우리나라에도 이런 농담이 통할텐데, 아직 잘 모르겠네요. 뭔가 기획해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 ㅋ

 



 

뜬금없는 Paris, France 그리고 Air France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파리의 13구는 영화 <13구역>에서 보듯이 그런 세기말적 풍경은 아니고(그 13구역이 13구를 말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차이나 타운과 각종 동남아 타운(?)등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쯤 된다. 반면 서쪽편의 16구의 경우 꽤 부자동네다. 뭔가 비교하기 좀 애매하긴 하지만 청담동쯤이랄까? 트렌디한 파리지엔느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네이고 집값이 무지하게 비싼 동네이기도 하다. 둘의 공통점은 세느강을 끼고 있는 것과 드골공항에서 멀다는 것 쯤일까? 

프랑스. 똘레랑스의 나라. 그리고 무관심의 나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문제를 무진장 존중하는 나라. 13구이든 16구이든 상관없이 1993년 프랑스를 비롯 유럽은 전역이 흡연구역이었다… 고 하더라. 실내외를 막론하고 일반 관광객이 찾을 만한 곳, 카페, 레스토랑은 당연하고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당당히 피울 수 있었다…고 하더라. 게다가 비행기에도 흡연석이 있었다. 그 때 금연에 관한 법이 없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파리의 경우 91년에 이미 일부 공공장소에 금연시행령이 내려졌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것뿐 이었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도 물론 있었지만, 그것 보다 흡연권을 개인의 권리로 보고 간섭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그들의 의식 탓이 컷다. 

공항 짐 찾는 곳에서 담배물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게 보이던 것도 잠시…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확인이 안되지만 1998년 즈음부터 비행기 흡연석이 슬그머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항공사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90년대 후반 미국을 여러 차례 왕래했었는데(주로 제일 저렴했던 North West, Cathay Pacific을 이용) 비행시간이 지겹지 않았던 이유는 담배와 커피, 그리고 맥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99년이 되자(년도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1-2년의 오차는 있을지도) Air France를 제외한 전세계 주요항공사는 모두 기내흡연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미노선의 Air France는 나리타 연계나 알래스카 연계로 있었지만 대한항공과 연결노선이었고 또 비쌌다. 그나마도 한 해쯤 또 지나자 사라졌다. 아주 꼬마일 때, 시내버스에서 당당히 담배를 피우던 어떤 아저씨를 보며 꽤 멋있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있는데 세월은 너무 급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또 훌쩍 10여년. 



그래, 아닌척 했지만 또 지저분한 담배 이야기다.


결국 지저분한 담배 이야기 앞에다 갖다 붙힌 갑작스런 파리 타령은 지금 내가 French Roast Coffee 한 잔 진하게 타서 마시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요즘 프랑스에 미쳐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흡연에 대해 가장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던 나라들 중에 프랑스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고 막 우겨보지만 사실 별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미안하다. 

금연조례, 삼성전자 전사업장 금연시행, 담뱃값 인상, 옥외금연 벌금과 그 저항 등등 여전히 시끄럽기만 한 세상을 좀 읽다보니 워낙 강력한 금연드라이브정책에 흡연자들을 위한 포션은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아무 대책없는 일방적 결정에 국가와 권력이 싫은 점 하나가 또 추가된다. 내가 사는 동네 금연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보통 그런 건 다 만들고 나서야 깜짝발표를 하더라), 삼성직원이 아니고, 담뱃값이 싸기 때문에 피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옥외에서는 거의 피우지 않는 편이라 그저 무시하고 지내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좀 갑갑하다. 수배자도 아닌데 점점 좁혀오는 포위망이. 당장은 아니지만 이거 앞으로 어찌될까 불안하기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은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은 요즘세상에 드물게도 확실한 대립항을 이룬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행위가 법적으로 배제되는 것과 흡연구역에서 비흡연행위가 용인되는 것의 차이를 논할만큼 장난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금연구역의 확대보다는 흡연구역의 제한이라는 차원의 접근이 더 법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에 시작해본다.



그 중에서도 흡연구역에 관한 이야기.


부연하지만 금연구역 확대라는 말에는 배제의 원칙이 함의 되어있다. 금연구역을 확대는 흡연구역의 축소를 의미한다. 세상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 둘로 딱 나누고 생각이 시작된 것은 논리적으로 깔끔하고 좋다. 그렇다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흡연권을 행사해도 좋다는 말일텐데 내 해석이 맞다면 좀 잘못 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금연구역 확대라는 게 일단 방법론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와닿지 않는다. 금연구역이란 원칙적으로 흡연자에 대한 징벌적 측면의 감금의 성격보다 비흡연자 보호의 성격이다. 즉 비흡연자보호구역 확대라는 뜻일 텐데, 비흡연자, 혐연자들이 피해자라는 근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해는 된다. 하지만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하는데 효과적인 것은 다수를 구획화 하는 것 보다 소수의 영역을 구획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무슨 말인고 하니 금연구역의 확대보다, 흡연구역을 제한, 한정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게 그 말 아니냐? 하는 분들은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기 바란다. 

요지는 근간의 금연구역 확대라는 말은 법적인 용어로 사용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폐가 있다는 점이다. 법적인(조례를 포함한) 금연구역은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단순한 영토개념의 공간으로 보고 지도에 색연필로 표시라도 한다면 정말 일부 지역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지정장소의 유동인구와 기능성등을 고려해 봤을 때, 이미 대부분의 공적 공간은 금연구역이 되었다고 봐야 하는게 합당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흡연자들이 더 이상 공공연히 담배피우기 쉽지 않다. 피운다 해도 그게 바람직한 행위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아이들까지 주변에 있다면 정말 강심장이고 파렴치한이라 여겨진다. 이런 현실을 미루어 봤을 때, 작금의 금연구역 확대는 그저 무차별적 흡연구역 제거작업일 뿐이다. 차라리 모든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하고 제대로 된 흡연구역을 따로 만드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다.



흡연구역은 흡연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 같은 흡연자는 굳이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피해를 안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조용히 피해 주지 않는 곳에서 한 대 땡기고 싶을 뿐이다. 이 권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공공시설물에서 무차별적 흡연행위나 잘 못 설치된 흡연장소가 불특정한 다수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이런 경우 그저 흡연자가 담배를 끊거나 참아야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요된다. 

때로 흡연자는 배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 도 있다. 그 분들이 혐연권을 침해하는 흡연자를 비난하는 데에는 흡연자인 나도 동참할 수 있다. 하지만 흡연권 자체를 부정하는 분들에겐 중지를 쳐든다. 대체 무슨 권리로 그러는지. 

일전에 '어느 흡연자의 하소연' 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다. 그저 하소연이었으니 논리적이지도 않고 설명적이지도 않은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었을 뿐이었다. 주장했던 바는 담배 좀 맘대로 피웁시다 따위가 아니라 해방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흡연구역이라는 해방구 말이다. 그 포스팅에서도 간단히 언급되었던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이 충돌할 때 소극적 자유가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에 의거 혐연권의 손을 들어준 것은 흡연권이 무효하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흡연자들의 권리보다 비흡연자의 권리가 우선해야 된다는 것일 뿐이었다. 충돌하지 않을 경우 흡연권도 존중 받아야 한다. 게토를 만들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구역을 곳곳에 만들고, 그 외 모든 지역에서 금연법을 시행해라. 그게 비흡연자 보호에는 더 효과적이고 흡연자의 불만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흡연구역은 흡연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좀 오버스런 유비지만 교도소가 범죄자를 위한 공간인게 아니듯이 흡연구역은 비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흡연구역이 생긴다고 흡연자가 기뻐할 일도 아니고, 교도소가 새로 개장한다고 범죄자들이 만세를 외치지도 않는다. 내가 낸 세금을 들여서 왜 그딴 쓸데 없는 짓을 하냐는 분들의 불만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서를 고려해서 한 해 4조원씩이나 거둬지는 담배세 안에서 그냥 해결한다면 깔끔하다.



                                                                   나리타 공항의 흡연실

이 정도 럭숴리 한 것은 꿈꾸지도 않지만 이 곳 처럼 담배회사에게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꺼다.



언뜻 정책 제안 같은 건설적인 글인 척 했지만, 결국 하소연으로 마무리.


아마 전국 곳곳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려면 담배 값을 한층 더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마 8500원 이라던가. 흡연율을 비약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하던데. 비약적으로 낮추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종목표는 담배 없는 사회라고 주장하던데, 그래서 헌법재판소에서 한 판 붙었던 것이고 거기서 판정승은 했지만 흡연을 불법화 하지는 못했다. 담뱃값이 올라서 흡연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흡연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권리는 정녕 무시되어도 좋은가? 

이런 내 생각은 전혀 급진적이지도 새로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별로 현실화 될 것 같지는 않다. 뭐 세상이 금연을 노래 한다면, 세상을 등질 수 밖에. 나는 언젠가 히끼꼬모리가 될 것 같다. 담배가 통신판매가 안되니깐 완벽한 히끼꼬모리는 좀 무리일 듯 하지만… 

일단 나는 흡연자이기 때문에 흡연자의 권익을 옹호하고자 글을 쓴다는 혐의는 내가 아무리 비흡연자의 권익을 옹호한 것이라고 항변해봐야 그닥 신뢰도가 높지 않을테고, 비흡연자 분들은 그간 당한(?)게 많아서 흡연자의 권리에 대한 생각이 좋게 보일 까닭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불필요한 논쟁은 원치 않아서 포스팅 제목도 삐리리 하다. 찬반과 의견표명은 자유지만 제발 가르치려 들지는 말기를 부탁 드려본다. 담배에 관해서는 흡연경력으로 보나 법률적, 의학적 지식이든 뭘로 보나 더 배워야 할 것은 없는 듯 하니 정말 끝장토론을 해보고 싶다는 분만 환영이다.

덧붙여 담배값 인상에 관한 논란에 대해 별 언급 안한 이유는 올리더라도 그것 자체가 심각한 권리침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다만 올린만큼 담배소비자와 피해자를 위해 쓰여진다면 큰 불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걸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불만은 많지만 일단 다음 기회로 미룬다.

봉준호 감독의 Shaking Tokyo를 우연히 다시 보고 피자와 물과 화장지로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쓰기 시작한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좀 길지만 그저 안 유명한 개인블로그 포스팅이고, 이것이 붕대 포스팅의 전형이다.



Pink Martini - Sympathique 가 유쾌한 것은...


후렴구 때문이다.

Je ne veux pas travailler
Je ne veux pas dejeuner
Je veux seulement l'oublier
Et puis je fume

일하기 싫어요.
밥먹기 싫어요.
그냥 잊을래요.
담배나 피우죠.

친절한 핑크씨의 담배 안나오는 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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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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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 설레임씨? 아니 설레임 뚜껑씨?

         이거 이름이 부르기 좀 그렇군요. 저랑 길이가 같게 그냥 '설렘'이라 불러도 괜찮을까요?

설렘 : 좋으실 대로 하세요. 뭐 제 생각까지 물어보실 필요야.
         이렇게 말 걸어 주시는 것만 해도 행복합니다만 좀 자기편의적이신건 알고 계시죠?

붕대 : 잘 알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뚜껑따위... 하면서 얕게 보고 있지는 않으니 이해해 주시길. 
         그간 무척 자주 뵙기도 하고 악수도 하고, 부비부비도 하고 ㅡㅡ;; 그랬는데
         오늘에서야 말씀 나누게 되었네요.

설렘 : 이게 다 몇 일전, 아니 어젠가? Highdeth님이 절 물끄러미 쳐다보신 덕분이죠.

붕대 : 그러게요. 저도 늘 감사해 한답니다.
         오늘 구멍가게서 설렘씨 찾았더니 안보이더군요. 요즘 날이 선선해져서 그런가요?

설렘 : 음… 전 가을은 좀 타는 편이죠. 그런데 의외로 겨울에 인기가 꽤 있어요.

붕대 : 여튼 전 무척 설렘씨 좋아합니다.

설렘 : 미안한 이야기 지만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고 안좋아하고는 별 신경 안씁니다.
         저는 어차피 그리 시선을 끌만한 존재는 아니잖아요.

붕대 :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설렘 : 그건 아니에요. 제 자랑 같지만, 전 정말 소중한 존재죠.
         제가 없다면 아마 사람들은 구멍가게 주인이나 애꿎은 편의점 점원에게 화를 낼지도 모르고,
         좀 쉬었다 먹고 싶어도 손을 비벼가며 단숨에 먹어야만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건 별일 아니라고 생각 하실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람에겐 무척 중요한 일이에요.
         전 제가 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붕대 : 직업관이라고 해도 될라나요? 여튼 투철하시군요.

설렘 : 뭐 햇수로 8년째 되다보니 나름의 프로의식이랄까요 그런건 생기더라구요.

붕대 : 어 그뿐이 안됬나요?

설렘 : 8년이면 강산이 8할 변하죠. 요즘 우리나라 보면 강줄기는 두 번 쯤 변할 듯 싶습니다. 
         (목소리가 좀 커진다) 왜요 8년 경력이 뻘로 보여요? 
         한 때 제 라이벌이었던 쭈쭈바 보세요. 요즘 저한테 찍소리도 못해요.
         (다시 냉정을 되찾고) 뭐 저야 뚜껑에 불과하니까 맛을 이야기 하지는 않겠습니다.

붕대 : 맛 이야기를 하시니까 생각나는데, 
         지금 밀크쉐이크, 커피쉐이크, 쿠키&크림, 그리고 최근에 로즈도 나왔더군요.
         어느 쪽을 선호하세요?

설렘 : 오해가 좀 있으신데요. 로즈는 제 친구가 담당해요. 빨갱이죠. 전 파랑이에요.

붕대 : 아 미안합니다. 제가 나름 자료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여튼 로즈분과는 친하신가요?

설렘 : 로즈는 저보다 좀 편하게 풀렸죠. 뭐 질투하는 건 아니구요.
         그 친구는 저보다 10ml 적게 일하니까요. 살짝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아 수퍼후르츠라는 친구도 있어요. 
         아직 별로 대화를 안해봤지만, 그친구 그닥 오래갈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뭐 좀 요즘 트렌드에 맞게 나온다고 오렌지 색 염색도 했나본데.

붕대 : 아 자료를 보니 로즈는 150ml 였군요. 설렘씨는 160ml.
         이거 왠지 좀 불합리 해 보이는데요. 뭐 어쨌건 안 사면 그만이니까 제 알 바 아니고…
         일 하시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때가 있나요?

설렘 : 뭐 특별한 것은 없구요. 늘 하는 일이다보니.
         한 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빙과류가 유통기한이 따로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냉동실에서 몇 년 굴러다닐 수도 있어요. 먹는 사람 사정이야 알 바 아니고,
         이게 -4도쯤 유지하면 딱 좋거든요. 그런데 -20도에서 오래 있다보면 가끔 버티기 힘들어서 
         뚜껑 열리죠. 실제 그런 경우도 있구요.

붕대 : 아 저도 예전에 한 번 뵜던것 같군요. 아 그런 고충이. 세상에 쉬운 일이란게 없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설렘 : 계속 설레임 뚜껑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붕대 : 아. 네. 여튼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렘 : 저야 늘 시간이야 넘친답니다. (급 만들어진 미소 띄우며) 사랑합니다 고객님.

 

인터뷰가 끝나자 설렘은 데꾸르르 굴러갔다.

설렘 : 어이어이~ 굴러갔다고 쓰지마. 난 뛰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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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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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27 14: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악, 감동의 도가니탕입니다. 훈련소에 있을 때 남성성을 잃어버린 센터에 좌절하다, 백일휴가를 나와서 도가니탕을 먹고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해야만 했었던 그때의 느낌 같네요.

    처음 딱 읽었을 땐 <<적의 화장법>>을 떠올렸는데요. 끝에 가면서 '허걱' 했답니다. 설렘은 두근거림이고, 뛰고 있지만, 단지 뚜껑으로 불리울 뿐이란 생각에 버리진 뚜껑에 죄책감 아닌 죄책감도 느끼지기도 하구요.

    그리고 의외는 아니지만, 붕대소녀님 매니악한 스멜이~_~ ㅋㅋ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8 0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이 글쓰기는 표절입니다. ㅡㅜ

      글쓰기 형식을 빌어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관대한 일이고 법적으로 따진다 해도 뭐 별 소용 없을 일이겠지만... 맘에 좀 걸리는군요.

      한 때 같은 연구소(?)에 있었단 YJ선배. 통 연락없이 지내다보니 뭐하는지 몰랐는데 수도권 어느 예술대학 교수질 하고 있군요. 이런식의 무차별 인터뷰를 좋아하고, 재야학자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내가 투사는 아니지" 하며 자연스레 사회속으로 파고 들 줄 아는 요량도 갖추고, 사진과 이미지에 중독되었고 침습적비평을 계속해 나가겠다던 그 선배.

      미학자, 독설가, 사회운동가, 사회비평가... 인 JK교수가 "나는 사회주의자이기에 조국이 없다." 고 했을 때, JK교수의 선배이자 미학자, 얌전한 독설가, 운동부족 사회운동가, 소극적 사회비평가... YJ는 웃으며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지만 조국이 없다." 고 화답하고(실제 그는 사회주의자였으나) 당시 어린아이같은 저는 "나는 아직 쇼핑할 조국을 고르는 중" 이라고 도발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매니악한 스멜은 제 것이 아니라, YJ선배의 것임을 조심스레 밝히며...

      전 스페셜하지 않은 제너럴리스트의 삶을 즐기고 스페셜하면서도 제너럴한 JK교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제너럴 하면서도 스페셜한 YJ선배를 좋아하고, 아주 가끔씩만 매니악한 것을 동경하지요.

      그나저나 YJ선배의 강의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 글도. 언젠가 서평을 써봐야 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gosu1218.tistory.com BlogIcon gosu1218 2010.09.28 1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즈는 나보다 쉽게 풀렸지요 10ml 가 적다구요 ㅋㅋㅋ


    아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침부터 빵 터졌네요 ㅎㅎㅎㅎ
    전 가끔 모기 파리류들과 인터뷰를 하는데
    아 이젠 가을이 다가오니 인터뷰도 더이상 못하겠네요 ㅎㅎ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8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수님 글 근간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4D영화 이후 뜸하시다가 갑자기 쏟아진 포스팅을 따라잡는중^^

      재미있게 보셨다니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모기 파리류들과 인터뷰 ㅋㅋ 아 생각만 해도 온몸이 여러가지 이유로 근질거립니다. ㅋㅋㅋ

  3.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8 1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먹어봤어요 옛날 서주우유바? 맛 나던데 그거 진짜 좋아했던 아스크림였는데요~ㅎㅎ
    사랑합니다 고객님~ 저도 빵터졌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8 1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주우유바 맛있죠.ㅎㅎ 여름엔 너무너무 빨리녹아서 흘리지 않고 다 먹기 힘들었던, 서주우유바가 맛나긴 하지만 천천히 녹는 비비빅을 놓고 구멍가게 냉장고 앞에서 서성이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래도 비비빅의 견고함과 서주우유바의 부드러움이 결합하면 둘의 장점이 다 사라져 버릴 것 같아요. 변증법적 결합의 부작용. 그래서인가 제 입맛은 퓨전을 싫어라 해요.^^

  4. Favicon of http://indra500.tistory.com BlogIcon * 잠수함 * 2010.09.28 2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쭈쭈바와 묘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설렘(군? 양?;;)이군요..
    읽는 내내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재밌는 글이네요,

    왠 링크지? 하고 무심코 클릭해서 highdeth님의 블로그까지 날아갔다왔어요,ㅎㅎㅎ

  5. Favicon of http://yonese.tistory.com BlogIcon 붕엌 2010.09.29 1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보니 붕씨 형제네요 ''

  6. Favicon of http://jersuji.tistory.com BlogIcon 저수지 2010.10.28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들어왔는데,
    재미있으면서도 중간중간 문제점들도 꼬집어주고..
    와, 좋은데요.
    한 번씩 붕대소녀님의 조금 가벼운 낙서장 글 보러 와야겠어요.

2010.09.26 23:00

슬픈 외국어 2 - 안녕, 독일어 슬픈외국어2010.09.26 23:00

 

대학 3학년 즈음에 근대철학을 들으며 전공에도 뒤늦게 좀 재미를 붙이게 된 나는 대륙의 합리론, 영국의 경험론으로 정리되는 영국, 프랑스 중심 이야기에도 잠시 매혹되기도 했지만 워낙 칸트의 무게감이 큰 나머지 그의 매력에 슬그머니 빠지게 되었다. 철학사 책을 비롯 칸트해설서들(워낙 넘치도록 많다)을 읽다보니 역자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게 되고, 개념어 다르게 쓰는 거야 금방 적응해 냈지만 곧 원서로 읽고 싶다는 턱없는 욕심이 생겼다. 솔직히 그 욕심이 강렬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어나 제대로 공부하자, 아니다 영어부터 좀 해놓고 까불자, 아니다 우리말로 된 책이나 더 읽자 등등 현실적 고민들 때문에. 하지만 그정도 만으로도 자연스레 독일어 바람이 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프랑스어부터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될 때까지라고 한정할 수 없었고, 영어부터 좀 이라고 해봐야 역시 마찬가지 문제였다. 외국어를 '마스터' 한다는 게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싶었다. 어차피 라틴어 파생언어들 같이 좀 사랑해 주지 뭐 하고 시작된 독일어 바람. 

독일어라곤 아베체데 abcd 와 Ich liebe dich. 밖에 모르던 내가 덜커덩 남산쪽에 있던 괴테인스티튜트에 등록했다. 우선 알리앙스보다 훨 비싼 등록금에 놀라고, Vive la France! 독일보다 프랑스가 더 좋은 이유 하나 추가, 투덜투덜 했지만, 역시 비싼 만큼 열심히 다니리라 싶어 쌈지돈 쾌척했다. 게다가 문법위주가 아니라 회화위주 클래스니까 뭐 하는 가벼운 마음도 있었다. 주변 친구들과 가족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한 개 만 해!", "걍 알리앙스나 계속 다녀" 이 정도는 정말 애정 어린 충고였고, "영어나 좀 하지?", "독일문화원에 기부?" 등의 비아냥이 대부분이었다. 그래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련되는 법. 반년만 지나봐라 내가 독일어로 비웃어주지. 

수업은 놀랍게도 정말 ABCD 부터 시작되었다. 만약 다른 것을, 이를테면 PC관련 소프트웨어, 배울 때 이런 식이었더라면 나는 짜증이 확 몰려왔겠지만, 정말 Guten tag! 하고 Auf Wiedersehen! 사이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고 들리지도 않는 나에겐 무척 적절한 교수법이었다. Besten Dank! Kris 쌤. 

하지만 진전은 없었다. 그렇게 쉽게 시작했지만, 외워야 할 것은 너무 많았고 게다가 단어 외우기 전에 반드시 외워야만 할, 데르데스뎀덴, 디에데르데르디에, 다스데스뎀다스, 디에데르덴디에. 이건 다행인지 아직 안까먹었군. 그리고 아인아이네스아이넴아이넨,… 관사는 영어가 더 어렵다고들 하지만 독일어 결코 만만치 않다. 외국어 공부라는 건 정말 장기레이스를 각오해야 하는데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고난 뻔뻔함이랄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떠들기는 잘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모든 외국어에서 문법을 잘 모르는 나의 문제가 되었을지도. 혹자는 아니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문법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문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범생들에게 하는 소리고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여튼 명사의 성, 수 등 문제는 불어에서 이미 겪을 대로 겪어봐서 낯설지는 않았고, 동사의 변화도 상당히 규칙적인 편이라 일단 볼 때는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외워지지 않아서 그렇지. 문장을 만들어 외우는 게 당연히 낫겠다 싶어서 기본문장들을 외우기 시작했으나. Dies ist das buch. 이 것은 책입니다. 따위의 말을 대체 어느 순간에 써먹을 수 있단 말인가.(혹 문장외우기 하시는 분이 있다면 성/격 도 바꾸고 단어도 바꿔서 정말 써먹을 수 있는 문장으로 외우시길) 외운 문장을 적시적소에 써 먹는건 로또번호 맞추기 같은 거라 꽤 힘든 일이다. 그래도 그 기쁨을 한 번 누리면 중독되긴 하지만 한마디씩 던지고 뭔가 되돌아 왔을 때, 못 알아먹으면 기쁨보다 자괴감에 푸욱 빠지고 만다. 아 조급한 내 성격.

영문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독일어 문법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나로서는 문법적으로 어려운 것은 영어나 불어나 독어나 마찬가지였다. 죄다 어려우니 심리적 위화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독문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영어공부 할 때도 잘 안하던 단어장을 만들어서 꼼꼼히 정리하기 까지 하던 나. 역시 처음 3주정도는 정말 열심히 했고, 그 다음 3주 정도는 어지간히 하다가 뭐가 그리 바빳는지 하루 이틀 수업을 빼먹다 보니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되었고 레벨테스트에서 낙방. 재수강을 해야 했다. 그렇게 또 3달쯤 지나가자 동기부여도 어디론가 실종되고 너무 급하게 그만 두고 말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채 반년도 안 되는, 5개월도 안 되는 그 독일어 공부가 이후 한글 번역된 칸트나 니체, 훗설과 하이데거 책을 보면서 도움이 되더라는 것. 거짓말 같지만 대단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그전 까지는 단어 하나 때문에 오해하거나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이 사전 조금 뒤적인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독일철학의 난해함이란 번역의 문제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내 생각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금새 또 알게 되었다. 하이데거에 대한 독일인들의 농담에 <Sein und Zeit> (존재와 시간)은 언제쯤 독일어로 번역되나? 라는 게 있다. 그게 그런거다. 훗설의 용어나 하이데거의 용어는 그들에게도 어렵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위안은 된다.


그리곤 Auf Wiedersehen! Das Deutsche. 안녕,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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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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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10.02 0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보통 외국어를 배울때 기본? 알파벳->단어 순으로 익히는것 같은데
    친구중에(중국인) 대략 3개월만에 영어를 프리토킹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언어를 이해하는것 같았는데 억양같은 들리는 그대로 그 느낌을 먼저 흡수?하더라구요 제가 가끔 한국말을 하면 그 높낮이 톤, 강약의 정도 그런것을 바로 캣치해서 금방 제게 똑같은 말을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저는 마땅히 표현할 단어에 머리 굴리고 있는동안 친구는 술렁술렁 분위기에 따라 들은대로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언어가 완성되어가더군요. 아마 꼭 우리가 어렸을때 모국어를 배우던 방식처럼이요. 그때 그친구를 보면서 말하려는것에 집중되어있는것과 들으려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범 인류적인(?)고민이 들까말까(?) 했던것 같습니다.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쿨럭; 갠적으론 일본영화나 애니를 보면서 자막을 치우고 지금껏 봤더라면 벌써 유창해졌을거란 생각이 ? 믿거나 말거나 ㅎ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2 0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범 인류적인 고민... 세계평화에 이바지... 왤케 웃기심 ㅋㅋ

      언어적 재능이란게 분명 있는게 분명해요. 음악적 재능과 마찬가지. 어릴때, 중1때... 피아노를 체르니 40번 까지 쳤는데, 교회 찬송가 반주를 못했어요. 반주자가 아파 못나왔을때, 전도사님이 절 시키는데 ㄷㄷㄷ. 무조건 외우지 못한 악보는 못치는 주입식 교육의 희생양. ㅋ(절대 제 재능없음을 탓하지 않음.)

      반면 제 가족은 피아노 학원 다녀본 적 없는데 곧잘 쳐요. 늘 무시당합니다. ㅠㅠ

      그런데 중국애들이 확실히 영어를 빨리 배우긴 하더라구요. 어순이 같아서 편한듯. 우리가 일본어 배우기가 상대적으로 쉬운것과 마찬가지인듯요. 뭐 더듬거리더라도... 중국어랑 일본어는 슬픈외국어 씨리즈 4,5편쯤 나올듯요. 기대는 마시고, 걍 봐주셈~ ㅋ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hanjin1633 BlogIcon LordKang 2011.01.22 2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올해 철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서양철학 수업내용을 이해하고,
    그 수업에서 좋은성적을 받기위해서는 독일어 원서 독해가 가능할 정도로 독일어를 할줄 알아야하나요?
    원서강독은 대학원 과정에서나 하는줄 알았는데요...

    학부과정에서도 출중한 독일어능력이 요구되는지요??

 

지금도 여전하지만 외국어 편력이 좀 심한 편이다. 영어를 제외한 첫 외국어는 망가, 애니, 일드, 일영으로 이어진 일어였지만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는 Francais.
Le francais n'est pas difficile.(불어는 안어렵다.)에 속아 넘어간 나는 수학에 강한 문과생이었고 국어든 영어든 별로 못하던 나는 언어습득능력이 보통사람에 비해 떨어지나보다 하고 그냥 단념했다. 잘 찍자!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그래도 기본기인 아베쎄데 abcd… 가 있으니 ㅡ.ㅡ;; 하고 초급불어강독과 초급불어회화에 도전했다가 식겁했다. '초급'이란 말이 무색하게 수업시간에 한국말을 한마디도 안쓴다. 들리는 말은 Salut, Cava, Tres bien. 안녕, ok, 훌륭해! 제일 많이 쓴 말은 Je ne sais pas, Oui, Non, Merci, Pardon. 몰라요, 네, 아뇨, 쌩유, 쏘리. 

결국 회화과목은 착한 강사님과 착한 친구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과분한 학점(무려 C+)을 받게 된다. 착한 친구 JJ는 프랑스에 초딩때 이민을 갔다가 돌아와서 개인과외 수준으로 날 구해주었지만, 정작 그는 수업에 별로 나오지 않아 C-를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맘 상했을텐데 배은망덕 붕대의 폭로로 인해 근 1년간 놀림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프랑스에서 10년을 살고 초급불어 C- . 정말 미안해 JJ. Je ne l'si pas fait expres. 고의는 아녔어.

반면 초급불어강독은 악마 같은 강사를 만난데다 도움 받을 수 없는 1:1 구술시험의 결과 F를 받고 만다. 그래도 F라니 싶어서
몇 번을 연구실로 과사무실로 찾아가 어렵게 만난 그 강사. 내 눈을 똑바로 보며 "학생 태도를 고치기 전엔 패스할 수 없을꺼야?" 라고 불어로 한번, 한국어로 한번씩 또박또박 말 해 준다. 내가 무슨 죽을 죄라도 지었나? 나름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1학년 때라 별로 때묻지도 않았던 나는 꽤 충격 받고 아무 말도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인데 그 분은 내가 빼먹었던 수업에서 앞으로 공공연히 수업시간에 한국말 하면 반드시 F를 줄거라고 경고했고, 나는 반항할 뜻은 결코 없었지만 내 썰렁한 개그가 그 시대감각에 맞았던 것을 어떡하나. 내가 한 농담들은 발음을 갖고 한 몇가지 고의성 없는 장난들 + 실수들.  그런데 까뮈와 싸르트르를 읽으면서 유머감각도 없으면 그 무서운 강사의 수업을 견딜 수 없었으리라.

지금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대충, 응가 발음 나는 것들을 이용한 더러운 개그와 쉬바(ㄹ) 스러운 발음들을 이용한 욕개그(?), 그리고 에튀디앙(대학생)을 에꼴리에(초딩)으로 혼동해서 쓰는 의도 없는 실수들의 연속. D도 감사하게 받을 수 있었기에 매달렸다면 혹시 패스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고 말하면 역시 거짓말이고 그보다는 상황에 적절한 정치적 센스가 없었다. 갑자기 무릎 꿇는 건 이상하잖아. 차라리 잔뜩 쿨한척 C'est ca. 그래요 뭐 그럼. 이라고라도 했더라면 멋있기나 했을텐데 아쉬울 뿐이다.

3학년이 되어 재수강을 했다. 악마강사를 피해 선하고 선하다는 교수님 수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불어강독 수업이 원래는 초, 중, 고급, 세미나로 4단계 나뉘었었는데, 그 즈음 불어강독 1, 2, 3 3단계로 나뉘며 1이 예전 초급과 수업번호는 같은데 수준은 중급으로 변했다는 것. 

첫 날 수업. 적당히 구석진 자리를 찾아앉았는데 교수님 쫌 액티브 하신 분이었다.(La femme d'action) 강의실을 마구 돌아다니면서 질문을 해대신다. 움츠러 든 나는 겨우 알아들은 질문에 대답한다. "까뮈 소설중에 읽은 것 있어요?" 하는데 일단 반갑긴 했다. 또 까뮈와 사르트르 일래나 싶어서. "페스트요." 라고 했더니, "라 뻬스뜨, 그리고? La peste, et (avec ca)?" 하신다. 호곡. '최초의 인간'도 읽었고 '이방인'도 읽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Le premier homme의 쁘르미에도 L'etrange에뜨랑제도 생각 안났다. "C'est tout. 그게 다에요"

수업시간에 우리말을 써도 문제되지 않는 평온함도 있었지만 어쨌든 버티고 버텨서 맞이한 기말 구술 시험. Simone de Beauvoir <La Femme Rompue, 위기의 여자> 에 관해서 이미 rapport도 낸 상태이고 비중도 높지 않은 구술이었지만 하나도 늘지 않은 불어실력을 한탄하며 오해와 되는 대로의 답변이 이어진 뒤. 선생님왈, "왜 이 수업 들었어요? 불문과 전공수업인데." 나는 2년전을 떠올리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가만히 듣더니 "학생 태도는 문제가 없어요. 프랑스어가 문제지. C 이상은 안되요." 역시 천사셨다. La professeur de bonne. Je t'aime bien! 좋은교수님 겁나게 사랑해부러요~

그 무렵 알리앙스를 반년을 다녔지만 모제1 Mauger(프랑스기초문법책) 을 넘어서지 못했고, 프랑스어 싸이트를 찾아다니며 사전끼고 탐독하던 열정도 있었지만 그 때 뿐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프랑스 사상계를 동경하는 주제에 프랑스어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씨리즈물을 기획했다. 언젠가 꼭 해봐야지 했었는데 이 따위 소재로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흥분된다. 이것이 씨리즈물의 매력인지도. 문득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 좀 시작해 볼까 하다가 시작된 포스팅. 요즘 때늦은 사춘기인지 이것저것 해볼까 하는게 너무 많아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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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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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6 1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했었는데
    "워 셜 한꿔~런" 밖에 기억이....절흔..;

    저도 불어는 노래한곡만 외워서 기타치면서 불러보고 싶은데
    그리고 스페니쉬 하나, 중국어 하나요 하핫^^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6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Tombe la neige 돈벌어 나줘? 같은 우아한 노래 한곡 뽑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래퍼인생을 걸어가기로... ㅋ

      것보다 숑크숑크송 아시는지? 한 때 무도회장을 휩쓸었던 노래였는데,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 원곡보다 조혜련곡이 유명하군요. 못살아. ㅋ

 

하루 종일 빈둥대다가 낮에 잠깐 산책을 했다. 당연히 씻지도 않고 잠옷겸 일상복을 그대로 걸친 채, 비 갠 오후의 축축함을 만끽하러 나섰다.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이 말은 즉, 우리동네는 누군가의 시골? 이라는 잡생각 잠시 하고 급 쌀쌀해진 날씨를 체감하고 급히 돌아왔다. 뭘 먹을까? 하는 실존적이고 유용한 고민이 우선해서 자동적으로 냉장고 문을 여닫기. 별게 없다. 명절 때 아무데도 안간 자유의 대가는 5000톤 쌀지원 받은 북녘땅의 추석보다 나을 것도 없다. 5000톤 음… 오십만명에게 10Kg씩인가? 군량미로 쓰여도 몇 일 못 가겠군. 

냉장고 안에 한달쯤 전에 계란에 풀어 부쳐먹으려 사둔 옛날 쏘세지가 보인다. 유통기한을 확인했더니 아직도 한달 넘게 남았다. 대체 뭐가 들어갔기에. 여튼 좋다. 그걸 어케든 해먹자. 부대찌개? 음… 좋아. 6팩 사둔 드라이피니쉬 맥주캔이 알짱거린다. 음 쏘세지 야채볶음. 더 좋다. 그래 오늘 메뉴는 쏘세지 야채볶음과 맥주. "어때?" 하고 물으니, "그게 밥이야?" 되묻는다. 역시 추석인가? "그냥 굶을래?" 라고 말 못했다. "부대찌개 어때?", "좋아.", "두부김치도 할까?", "굿굿" 이래서 냉장고 비우기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부대찌개
멸치 다시 국물 만든다. 좀 불안해 결국 가쓰오부시 털어 넣는다.
냉동실에 늘 모셔놓는 떡국떡 두움큼 물에 불린다. 당면 한다발 꺼내 같이 불린다.
대충 불린 재료 후라이팬에 올리고 약불.
소시지 대충 썰어넣기.
김치 세젓갈 퍼내서 넣기.
다시 국물 좀 퍼 넣고 한소끔. 팬 바닥에 떡 눌어붙을까봐 나무주걱질 죽죽.
당면 넣고 고춧가루 휘휘 풀고 한 소끔.
라면 올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 패스.
재료의 허접함을 감추면서 국물의 알듯 모를듯한 풍성함을 위한 드빈치 슬라이스 치즈 두장 써비스. 끝. 

두부김치
물 펄펄 끓이고 소금 좀 치고 불 끄고 두부 담근다.
팬에 식용유, 참기름 두르고 김치 두젓갈 휘휘 볶는다.
담가둔 두부 건저내고 물기 짜고 썬다.
디스플레이가 8할인 요리 세심하게 마무리. 끝.

쏘세지 야채볶음
달군 후라이팬에 식용유 두르고 고추가루 뿌리고, 다진 마늘, 파 썰어 숭숭.
기름 걸러내서 특제 고추기름 제조 완료. 완전 성의있는 시작에 스스로 대견해 하는 것도 잠시.
비엔나쏘세지 몇 개 대충 썬다. 문어모양 내기는 귀찮아 그냥 잘게 썰어버림. 새 팬에 좀 굽는다.
새송이버섯 대충 쑹쑹 썰어 쏘세지랑 대충 섞어주고
파프리카 대충 마찬가지. 나름 칼라풀 하다.
특제 고추기름 붓고 좀 굴려대다 케쳡, 우스타소스 넣고 좀 더 굴려대다 보면 완성.
맛있어 보이라고 깨좀 뿌려준다. 끝. 

맥주 잔 세심하게 고르고, 캔 맥주 아닌척 그럴듯하게 따라낸다. 정말 그럴듯하다.
아 행복한 추석.

내일 마트 안가면 죙일 굶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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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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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4 1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석표 정성 레서피인가요 럭숴리 합니다 ㅋㅋ
    멸치다시에 가쓰오부시 슬라이스치즈 우스타소스 새송이버섯 파프리카 고추기름까지
    그리고 맥주까정 오붓한 저녁이셨을것 같습니다 ^^ 저도 동생에게 다시국물내고 고추기름 내고 정성들여서 이렇게 해달라하면 설마..
    그냥 굶을래? (왠지......) ㅋㅋ

    저 말씀대로 어젠 보름달보고 소원도 빌었어요
    우리 계속 싸랑하게 해주세요~~~~

  2.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24 2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오늘은 저도 약간은 심플하지만 정감있는 쏘야"로 오랜만에 맥주한잔 달려볼까 합니다.

    마음만은 한가위 명절 지내는 마음 이빠이"입니다.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5 0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Simple is the Best 겠지요. 저의 Favorite 맥주안주 베스트3총사는 쏘야, 돈까츠, 노래방새우깡.

      오늘도 달이 무지 밝네요. 밝은 달만 보면 소원비는 조건반사. ㅋ^^


메리 추석들 보내시는지요? 


이런 저런 핑계로 올 추석엔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서 청소, TV, 새로 구입한 책들, 육개장과 함께 부부 오붓하게 지내고 있는 중이다. 조금 풀어서 고쳐 쓰자면 청소에는 별 기여를 안하고, 새로 산 책을 손에 쥐기만 한 채 TV에 눈을 맞추고, 고기보다 고사리가 많은 육개장의 씁쓸한 맛을 즐기며 일절 다른 음식은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 이번 추석에 큰댁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음…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지난 설에도 안 갔다는 것. 비가 많이 왔다는 것. 부모님이(특히 어머님이) 별로 오고 싶지 않으면 안와도 된다고 말씀하신 것. 무엇보다 정말 꼼짝도 하기 싫다는 것 등의 이유가 있다. 누가 보더라도 자랑은 아니겠지만 왠지 부러워할 사람도 있을 듯. 

위에 든 여러가지 이유들은 어짜피 제 아무리 멀어도 한 시간 거리인 큰댁, 가족들의 집 위치를 감안할 때, 일단 살짝쿵 움직이기만 하면 더 이상 이유가 안 될 이유들 뿐이다. 애초에 제대로 된 이유도 없었지만. 뭐 별로 살가운 친척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아침에 모여서 제사 지내고 밥 먹고 바로 빠이빠이하는게 명절의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니 그다지 부담 될 일도 아니고.


그런데도 그 짧은 순간 쏟아지는(쏟아질) 질문들이 싫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 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는 "공부 잘하냐?", "어느 대학 갈꺼냐?" 등등의 질문들 잠시 지나가고 나면, 특별할 것 없는 엄마와 숙모들간의 자식자랑 신경전들이 이어지고, 사는 형편들과는 별로 안 어울리는 금액의 용돈들 교환해 주시고 빠이빠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넌 얼마 받았니?" 로 시작되는 엄마의 칼 같은 정산과 짧은 논평. 

대학시절은 "어느 대학 갈꺼냐?" 대신 "어디 취직 할꺼냐?"로 바뀌고, "애인 있냐?" 정도의 변주. 엄마와 숙모들간의 자식자랑 신경전은 우열관계가 조금씩 명확해지면서 조금 심심해지고, 여전히 사는 형편들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용돈 교환식과 정산, 논평. 

백수시절은 제발 좀 안 물어 봐줬으면 하는 질문들은 당연히 나오고, 이어서 "OO이 니네 회사 사람 안뽑냐? 붕대 좀 데려가라." 따위의 훈훈한 덕담들. 대부분 건설회사나 유통업, 세일즈 등. 적성은 물론이고 내 경력과 전공과는 어짜피 무관한 직종이라 좀 더 부담 없는 덕담이 오간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몇몇 친지들 때문에 곤란하기는 하지만, 짐짓 각종 헤드헌터들이 나를 모셔가려고 안달이라고 구라를 쳐서 모면한다. 


일을 하게되고, 경력도 좀 쌓이고 나서 내 명함에 'OOO Director'(붕대는 과거 영화CG감독, 전문용어로 VFX Supervisor, 우리말로 특수시각효과감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한 동안 일했다, 사족이지만 기술이 스페셜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행정 위주의 Generalist 직책인 셈) 라고 새겨지고 나서는 가슴을 활짝 펴고 있을 수 있었나? 그게 또 아니다. "요즘 무슨 영화 찍어?" 라는 질문에 관여하는 작품 이름을 대면, 대부분의 반응은 "음… 얘 별로 못 나가나 보다." 인 듯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관련 종사자나 기자, 또는 매니아 아니고서야 작업중인 영화제목만 듣고 뭘 알겠나? 이런 이유로 심플하게 제목 말하고 침묵하기는 당장은 꽤 편리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영화가 본의 아니게(?) 뜨고,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친척이 한 명쯤 있어서 길거리에서 1박2일 찍는 강호동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으로 "너 지금 대박 난 그 영화 감독이지?" 라고 물어올라 치면 꽤 진땀 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 제가 영화감독이 아니구요. 저는 그저 영화 일부에 참여하는 스탭이에요." 라고 설명하고 자연스레 넘어가면 좋은데, 눈치를 보아하니 "접때는 디렉턴가 뭔가 감독 같은 거 한다더니 시다바리 였어?" 하는 분위기다. 뭐 그 정도 분위기로만 넘어가도 괜찮은데, 가끔 거드시는 분이 있기도 한다. "신문 보니까 월급도 제대로 못받는다 하던데, 좋은 대학 나와서 뭐하는 짓이냐?", 또는 "이젠 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등등. 

그런 이야기에 일일이 설명할 자신이 없는 나는 그저 "네~" 하고 빠이빠이 시간을 카운트 다운하면서 버티는 편인데. 문제는 울 엄마. 나름 설명을 꼭 하셔야 분이 풀리시는 모양이다. 얘는 OO도 했고, OOO도 했고, OOOO도 해서 그 쪽 분야에선 잘 나가는 아이라고. 대박이 나면 어쩌구 저쩌구.(영화 대박나는 거와 내 수입은 전혀 상관없었음에도) 사실 엄마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턱이 없는 관계로 설명이 오해를 북돋기만 할 뿐이지만 뭐 어쩌겠나. 난 도저히 설명할 자신이 없는 걸. 

한 번은 전자부품을 만드는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친척 하나(아마도 주식투자 하시면서 알게 되신 듯)가 내가 다니던 회사(패션잡지 만드는 회사로 더 유명) 이름을 보고난 뒤, "붕대야 니가 하는 일이 그럼 마크 제이콥스나 정구호 같은 양반처럼 결국 니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야 뜨는 거니?" 라고 마치 투자라도 해줄 듯 물어보셨다. 0.5초 만에 질문을 이해한 천재붕대. "뭐 비슷한데 그 사람들은 옷을 만들고, 저는 이미지를 만드는 차이죠." 라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답했다가 2시간쯤 설명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2시간을 설명했지만 그 분은 나중에 나에게 양복 한 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올지도 모른다. 물론 그 후론 어떤 질문에도 일절 대답은 "네에~" 로 통일했다. 


어른들과 대화하기는 나에겐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인 듯 하다. 나도 설에는 조카들 세뱃돈을 줘야 하는 '완전한 어른'이 됬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지금의 나로선 "네에~" 가 유일한 방법. 

"오우, 그 영화 잘 봤어! 재밌더라."
"네에~"
"돈 많이 벌었겠네?"
"네에~"
"어쩐지 얼굴이 좋아졌어"
"네에~"
"요즘 일 많아졌겠네?"
"네에~" 

"대체 이 일을 어찌하누?" 하고 잠시 고민하던 시절은 이미 옛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게 훨씬 편하다. 


그런데 나만 이런게 아니다. 잘 알려진 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던 울 가족. 친척들은 그 박물관 매표소 직원인줄 안다. 아니라고 몇 차례 해명하고 하는 일을 설명했었지만, 그래봐야 친적분들이 그 박물관에 가서 매표소를 기웃거리시다 안보이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임에 틀림 없다. 

"음 오늘은 얘가 쉬는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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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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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2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도 명절이면 근황 파악과 상당한 열혈 오지랖을 발휘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전 단호하게 절연:했습니다.
    웃으며 말 할 이야기도 못되지만 이 쪽으로의 사회생활을 원활히 못하는 저로서는 차라리"라는 명목이 발휘 되었었는데요.ㅎ

    명절 편안한 휴일 되시구요. 맛난 음식 많이 드시구요.~ 붕대님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2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단호함 좀 부럽습니다. 전 어영부영 절연: 중인 셈이라. ㅋ 그나저나 어딜 안다녀오니 (얻어온 음식이 없어) 먹을게 없네요. 쏘세지야채볶음에 맥주나 먹을까 고민중인데 추석저녁메뉴로 딱이지요? ㅋ

  2.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22 15: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다음에) 명절에 그런 질문을 주시면 "빨갱이 역사가"라 이야기하려구요. "ㅇㅇ님께서 TV볼 시간에 제 책을 사서 읽어 주시면 잘 먹고 잘 살거 같습니다." 라고 얘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_= 저 개새끼될까나요?;;;;

    P.S. - 비피햬는 없으신가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2 1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빨갱이 역사가' 굉장히 친절하고 명료한 설명이지만 대체 어떻게 이해들 하실런지 궁금하군요. 철저한 반공주의자쯤으로 여겨질지도.

      비피해는 있을턱이 없는 동네에 삽니다. 어라 이렇게 말하고 보니 꽤 부자동네 사는 듯 해 보이는군요. 그저 아파트 7층일뿐인데. ㅋ 계신 곳은 별 일 없으실테죠?^^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22 1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루사와 매미가 왔을때도 멀쩡했답니다^^;;

  3.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4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0도, 000도, 0000도 저도 봤는데... 아주 수작이더라는.....(잉?ㅋ)
    제가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재밌어 죽겠어서 신이 막 나면 그때는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설명하는것도 귀찮지 않을까요? 저는 옛동네친구의 오랫만의 전화에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언제부턴가 그냥 '시 쓴다~'
    재미없는 질문들말고 제게 그래주시듯 재밌는 질문해주시는 붕대이모고모숙모 되주세요~~불끈.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5 0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 쓴다~' 요거 써먹을께요.ㅋ^^
      대학때 친구 하나는 "요즘 뭐해?" 라고 물으면
      "존재해~" 라고 대답했었는데. 그것 참 아무리 생각해도 멋있는 것 같아요.

 

또 옛날 옛적 이야기다. 또 길다. 원문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이 광활한 블로그 레이아웃과 상관없이 그냥 떼다 붙인다. 그나저나 토 안 달고 그냥 시작을 못한다. 



HM가 보고 싶다.

정말로
옹고집 소주
김치찌갠가 부대찌갠가
한 밤의 스타크
날 샌 무안함
YJ네 집 습격
Avec HM

그립다. 

From 붕대 



붕대가 보고 싶다.

어…
붕대선배가 보고 싶다는 말이지요.
전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요.
종종 스타크도 하고, 여전히 책 보고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는
솔직히 말하면, 학교 근처의 술집은 그립지 않군요.
사람만 그립지
이제는 다른 학생들이 주객이 되있겠죠
가끔씩은 진짜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제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군대 왔다고 생각하고 꾹 눌러 붙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다음편은 언제 나오나?
여기 생활은 혼란스러운데로 버티며 즐기고 있지요.
잘 모르겠네요.
철학과 출신 영화계 딴따라들이 다들 잘 풀리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낸중에 꼽사리 껴야지…
'지옥의 묵시록' 감독판이 나온다는데
자그마치 50분이나 첨가되서
얼른 보고 싶네요.
아… 그리고
어… 잘 모르겠다.
그럼, 안녕히. 

From HM 



당신들이 보고 싶다.

당신들이 '미친듯이' 밤새 스타크를 하고, 조교실에 널부러져 졸던 그 시절…
스타크도 하지 않고, 외박도 좀처럼 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 재미가 없었는데도 무슨 재미에 당신들을 그리도 열심히 쫓아다녔는지…
나름대로 슬럼프인지라
내내 책 한 줄 읽지 않고 머리만 쥐어뜯으며 멍하니 인터넷과 티비만 보던 어제밤…
샤워하면서 정신이 들어 그 '이유'는 아니고 그 '재미'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더의에 땀에 절은 머리를 손끝으로 꼭꼭 누르며 감은 보람이 있던 탓인지
비누질 하는 동안 문장 하나 떠올랐다.
아마도 당신들이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랬나 보다.
그 즈음에 무쟝 외로웠고 – 당시에는 내가 외로운 이유의 일부도 당신들이라고 생각했지만 –
어찌되었던 내가 그렇다는 걸 당신들은 이해해줄 수 있다고 나는 무의식 중에 믿고 있었나 보다.
날씨가 덥고 더워 드뎌 오늘은 30도란다.
아아. 이 여름을 어떻게 나나…
더위 조심!!  

From JE 



그런 적 없다.

미친 듯이 스타 한 적 없다.
그 격렬한 순간에도 정신은 차리고 있었다.

"붕대선배 드라군 좀 보내줘!"
"에이, **. 나 기지 공격 당하고 있단 말야."
"어? 핵폭탄이다. 선배, 컴셋 레이더는 언제 해 줄거야."
"이제와서 뭔소리야. 난 벌써 엘림이다."

나 또한 시나브로 엘림되는 나의 기지를 보고 있었다. 아주 명철한 이성 속에서…

주) 엘림 : 엘리미네이티드의 준말. 

조교실에서 널부러져 잔 적 없다.
찌그러져서 잤다.
구석 자리의 염형이 쓰던 의자에 구부려 자고 있었지.
화장실이 급해진 나는 부시시한 눈으로 일을 보고 왔지.
유일한 내 지정석에서 붕대선배 자고 있더군.
난 잠시 컴퓨터 앞에 엎드려서 졸았지.
붕대선배 일어나면 자리 뺏으려고…
그런데…
붕대선배 오후 4시쯤에야 간신히 일어나더군…
"우 **, 난 뭐하러 인생을 사냐?"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이지. 

From HM 



HM말이 맞다.

우리는 열라리 냉철한 이성하에서 계획된 게임만을 했었지.
물론 가끔 겜하다 졸기도 했지만…
HM 한 번, 나 한 번
그건 글치만 우리의 겜 횟수에 비하면 광복절 눈 오는 것 만큼의 경우니깐 무시해도 된다.
미적분 안써본 넘들만 우릴 비난할 수 있어.
하여간
HM 말이 다 맞긴 한데…
'엘림'은…
엘리미네이티드의 준말이 아니라
엘리미네이션의 준말 같은데. 

따작따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HM야…
조교실의 그 편한 의자 뺐은건 미안하게 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미안하구나. 

From 붕대 



그렇다면 아마도

이런 장면 기억난다.
나는 조교실의 창가쪽 책상에 허리를 세우고 정자세로 앉아있다. (때는 점심시간으로 다른 선배들은 자리에 없다.)
HM는 편안한 의자에 기대 전날 밤의 전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컴퓨터쪽의 책상 앞 의자에는 HJ가 앉아서
자신의 실력과는 차원이 다른 철학과 상위리그 얘기를 듣고 있다.
아마도 HJ는 점심식사를 하러가기 위해 JH를 기다리는 중이었을 수 있다.
아마도 나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학교에 나온 백수인지라 식사에 별 의욕이 없었을 수도 있다.
HM는 밤 새 경기를 한 피로에 점심식사에 별 의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 기억이란 그러하다. 

확실한 것은
피방에서 당신들이 어떠한 정신으로 게임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냉철한 이성으로' 했으리라고 추론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은 그 다음날에 나로서는 기억할 수도 없는 복잡한 전략들을
서로간에 어떻게 구사하였는지 상술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므로 당신들의 기억은 맞다. 

그렇다면 아마도
나의 기억은 이런식일 것이다.
전날 게임의 재미에 푸욱 빠진 HM가 경기내용을 설명하는 열정을 보면서
나는 이 사람들은 스타크를 '미친듯이'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 것이다.
혹은 HM가 어떠한 특정 전략을 전개해야겠다고 냉철한 판단을 했다라고 말 한 것이
내 귀에는
"미친듯이 진지를 구축했다"던지 이런식의 표현으로 기억된 지난 날을 회상했을 뿐인 것이다. 

당신들은 과거를 기록하는데에 있어서 나의 증언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기신뢰도가 넘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글은 나의 회고담이 구성된 방식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날 수업체크는 내가 다 해줬다는거 알고 있지?

From JE 



그냥 궁금해서

붕대 요즘 바쁜가? 

From SJ 





별로 안바빠. 

From 붕대 



그렇구나

바쁜 줄 알았지. 

From SJ 

 



주연 : 붕대, HM, JE
조연 : HJ, 염형쓰던 의자(수면기계), YJ네 집, HJ가 기다리던 JH
우정출연 : SJ
다 이니셜인데 염형만 염형이군. 본명 기억 안나 이니셜 못쓴다. 빠흐똥.

우린 꽤 잘 놀았어... 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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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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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19 1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즐거운 추억아닌가요... (이런 부드럽던 한 때가 저도 있었던 것 같은데...하면서 떠올려 봅니다)

    그러고보니 자주 어울리고 불렀는데 본명이 생각안나는 친구들이 드문 있네요.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0 07: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릭터들이 제 머리속에만 있어서 공감은 전혀 생각도 못했었는데, 사람 사는게 별로 다른게 없겠죠? 역시..ㅋ

      금방 귀국할 듯 했던 한 후배녀석이 여전히 금방 올듯 하면서 계속 살고 있어서 문득 생각이 난 이야기였어요. 아 정말 보고싶은 녀석이라...

  2.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0 1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순 붕대소녀님은 게임만 하셨군요
    전 벌써 붕대소녀님 문장에 익숙해졌나보네요, 읽다가 왠지 친숙하다 싶으면 From 붕대 (악!ㅋ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2 0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HM이라는 후배(프랑스에서 거의 10년 째 살고 있는)랑 공유한 기억이 딱 3가지 뿐이네요. 비슷한 저급한 실력의 스타크래프트, 일 안하는 조교, 술은 별로 안마시는데 술집서 밤새 떠들기.
      문장, 문체에 대한 고민이 요즘 심각한데(스스로 좀 맘에 안들어서요) 선수님은 늘 위로(?) 해주시는 군요.^^

 

이게 언제 이야기야… 쯤 됬을 때까지 묵히고 이제서야 뒷북을 치게 된 이유 5가지. 

첫째, 보고 좀 화가 나서 냉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둘째, 무리해서 다녀온 럭숴리 여행의 기분을 퍼뜩 잡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셋째, 그래도 조금씩 정리해둔 내용이 든 파일이 태풍 왔을 때 날아가버린 컴퓨터하드에 있었기 때문이었고,
넷째, 살아남은 컴퓨터에 이미지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서 표를 못 만들어서 였고,
다섯째, 역시 이래저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리뷰무용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 였다. 



한참 진행중일 때 9일간의 달콤한 여행을 다녀와서 좀 밝은 글을 쓰고, 세상에 튀어나와도 부끄럽지 않을 글을 써보자고 한 5분쯤 생각해 보다가, 그건 아직은 내 능력 밖이구나 깨닫고 그저그런 글들을 또 양산해냈다. 그런데 완전 시골 버스정류장 같은 내 블로그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여전히 '대학토론배틀'이라는 검색어로 유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조금 잘 쓰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과연 마음먹고 잘쓰려 한다고 해서 잘 써질까? 하는 생각에 회의가 0.1초만에 퍼뜩 들었고, 결국 위에 주절이 주절이 달아논 핑계들에 기대어 스스로 합리화 하며 '미루기 대마왕'의 본색들 드러냈다. 


그래봐야 밀린 빨래와 설거지는 어떻게든 하게 되는 일.
그래서 리뷰를 포스팅하는 이유를 6가지 찾아냈다. 

첫째, 화난 이유는 그저 여독이 안 풀려서 였던것 같고,
둘째, 그 다음주 끝장토론을 보고나니 대학생 욕할게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셋째, 날아간 파일에 별로 중요한 생각이 있지도 않았는데 집착하고 있는 나를 돌아본 까닭이고,
넷째, 일러스트 따위로 정리 안해도 되는데 구차한 변명꺼리라는 자각을 했고,
다섯째, 어짜피 리뷰는 애초에 내 Masturbation이었는데 실용적인 잣대가 무슨 소용이냐라는 자각을 했고,
여섯째, 나에게는 이 리뷰를 나누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한 명인지도 모르겠다만)이 있기 때문이다. 



2주 정도의 시간은 눈깜짝 할 새 지나가는데 또 그 정도 시간은 요즘 같이 변화무쌍한 세상에 이미 오래된 과거다. 결국 시간이 약인가? 어찌됬건 올 여름 나를 즐겁게 한 세가지 아이템. 티스토리블로그, 태국여행, 그리고 대학토론배틀. 블로그는 내 멋대로 순항중이고, 여행의 여운은 긍정적 에너지로 정리되었으니 마지막 남은 숙제를 마무리한 기분이다. 

내 맘 같아서는 내가 나온 학교 후배들이 승패와 상관없이 긍정적 파문을 일으켜주길 바랬는데, 그들은 너무 어이없었다.(일단 한대 맞고 시작하자 니들은 ㅋ) 물론 학교별 예선을 거친 대표성을 가진 팀이 아니라 그저 자발적으로 결성된 모임이니 뭐라 욕하기 보다 솔직히 무조건 격려해주고 싶다. 학연과 상관없이 나름 응원했던 팀들은 선전했으나 우승 문턱에도 못 미쳤다. 다만 개인상 수상자들은 죄다 맘에 들었던 친구들이라 진심으로 축하했다. 니들은 나에게 감동을 주었어~ 


내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고등학교 때, 대학에 가면 꼭 해야 할 일로 손꼽았던 "퀴즈아카데미"가 막상 대학생이 되자 사라져버려서 상실감이 컷었는데 만약 요런 토론배틀이 있었다면 어떻게 팀멤버를 구성했을까하고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머릿속에서 제 아무리 드림팀을 만들어도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뭐 어때? 즐기는 건데. 

아마도 그 때라면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세대론, 통일문제, 문민정부, 죽음의 굿판, 주사파등등에서 주제들이 뽑혀 나왔으리라. 당시는 나름 전환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88올림픽 이후 경제성장뿐 아니라 국격성장으로 내일모레 선진국이 될거라는 로망으로 가득찬 시대상황에다 통합교육세대도 아니라 토론수준이 더 떨어졌을지도 모를일이다.(근데 이게 뭐 상관있나?) 그 즈음 저마다의 입장만을 되뇌이던 기억이 너무 많으니까 괜한 이유 갖다 붙였다. 
 

역시나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때 토론배틀이 있었다면 수준과는 별개로 좀더 원색적이기는 했을 것 같다. 입장이 혼재했지만 당파적이었고 상대에 대한 건전한 비판보다는 비판을 빙자한 비난하기를 훈련 받은 사람들이 많았기에…(나도 그 중 한 사람) 100분 토론은 없었고 쟈니윤쇼와 주병진쇼를 보고 풍자와 말장난은 배웠었던 것 같긴한데… 


2011년 대학토론배틀에는 부디 올해 토론배틀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비웃었던 강호의 숨은 고수들이 싸그리 튀어나와 깜짝 놀랄만한 승부를 보여주기 바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내년여름을 기다려본다. 정말 기대된다. 눈 깜짝할 새 다음 여름이 와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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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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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7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졸업하므로 패스-_-;;;

  2. 손님 2012.11.15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정말 잘보고가요. 영상을 보지않아도 참 정리가 잘 되어있어 보기 좋았어요.

 

고대생 김예슬의 자퇴, 동의하십니까 

   

명지대학교(비주얼) – 찬성 VS 성신여자대학교(렛츠) - 반대

 

우선 아래 토론내용 요약은 지극히 힘든 작업이어서 대충 해버렸다는 것을 고백한다. 쟁점에 관한 전선이 형성된 포인트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줄일 수 있었지만 귀찮아 졌고, 더 세세할 수 있었지만 무의미 했다. 만약 세세하게 갔다면 토론의 막장성을 좀 드러냈을 정도의 차이일테다. 안 보셔도 그만이고, 보셨는데 부족하다면 다시보기를 하실 수 밖에... 이 지리한 말장난을 다시 보시기를 추천할 수는 없지만 굳이 보시겠다면 말이다. ㅋ


 

쓸데없는 사설

우선 김예슬 학생의 대자보와 자퇴로 이어진 화두는 조금 묵은 감이 있지만 결승전 주제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16강전부터 주욱 이어온 대학토론배틀이 주제와 상관없이 3자의 입장에서 떠들었던 학생들을 보면서 전문가포럼을 흉내내고 있다는 시각을 거둘 수 없었던 나로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하는 승부는 진정성의 승부일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가졌다. 

다시 강조하는데 그 넘의 '진정성'이란 지행합일 이전에 지언합일 정도의 경지다.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Redlichkeit(정직성) 정도의 개념이다. 그닥 대단한 것이 아니다. 거짓말 좀 안하자는 호소일 뿐이다. 이전의 과정에서 언어의 객관성만이 아닌 토론자로서도 객관성을 어필했던 명지대팀의 장점과 토론스킬을 가장 자유롭게 활용하던 성신여대팀의 대결은 결승전이 아니었다 해도 기대감이 컷을 것이다. 나로서는 한 쪽을 확실히 응원했겠지만 양팀의 저력은 어떤 잣대로 해석되든지 간에 이미 증명되었었다. 결승에 올랐으니까. 

그런데 양팀의 논지를 분석하려 해도 그다지 언급할 사항이 없다. 토론은 그 어느 때 보다 맴돌았고, 논점은 어긋났고 공격과 방어가 따로 놀았고 1회성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소감 한마디 한다면 정말 보고 있기 시간 아까운 토론이었다. 
생방송을 보며 편집이 과도하게 된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최악의 결승전이다. 



위악적(僞惡的) 뇌구조 비교




왠 인신공격이냐 물어보신다면 '음... 미안합니다.' 라고 해야 마땅하겠지만 이 토론을 지켜본 바, 안 그래도 될 듯하다. "저는 인신공격을 한게 아니구요. 뇌구조를 상상해 보았을 뿐이에요." 라고 말하면 한 쪽 팀에선 이해 할 꺼고 다른 한쪽 팀은 화는 나겠지만 반박은 못할 꺼다. 

입론에서 양팀이 꺼내든 카드를 보자. 찬성측 명지대팀은 '김예슬 사건'이 주는 의미에 대한 해석을 쟁점화 하자고 주장하고, 반대측 성신여대팀은 '김예슬 VS 보통의 학생들'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먼저 도발한다. 쟁점이 형성되지 않던 지리한 말싸움은 대학의 정체성과 역할론 논란으로 이어지기 까지 불필요하고 불편한 시간을 잡아먹었다. 이 시점부터 나는 명지대팀의 승리를 은근슬쩍 점치기 시작했다. 대학의 건전성에 관한 쟁점을 가져왔고 이 쟁점에 집중하려는 팀(명지대팀)과 김예슬 개인의 문제에 집중해 논점을 흐리려는 팀(성신여대팀)의 대결로 보였기 때문이다. 

뇌구조 따위 그림 왜 그렸냐면, 토론내용은 이 그림 두 장이면 충분히 정리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성신여대팀이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을 몇마디로 요약하자면 질문을 질문으로 받고, 쟁점을 파고들면 동의한다고 말하거나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난 뒤 바로 좀 전에 동의했거나 그런식으로 말 한 적 없다던 말을 반복한다. 나는 명지대와는 강경대열사와 관련된 기억 외에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아무래도 철저히 명지대팀 입장에서 성신여대팀의 오류들을 공격하게 될 듯 하다. 내 기준에 논리적 오류는 동어반복이나 당위의 선언보다 문제가 심각하니까.



김예슬 VS 보통의 학생

"김예슬이 대학의 자정적 노력을 폄하하고 일방적 책임을 물은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김예슬의 자퇴는 전선이탈행위다. 그러므로 올바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김예슬은 보통의 꿈을 꾸는 대다수 학생들을 비난했고 독선에 빠진 것."
"김예슬의 균열은 이미 많은 대학생들이 했던 문제제기의 반복일 뿐. 왜 김예슬만 존중받고 다른 사람은 외면받는가?"
"김예슬이 자퇴후 출간한 책과 연관지어 볼때, 일련의 행위에는 의도가 깔린 것."

이상은 성신여대팀의 주장중에 일관성을 갖는 것을 모아 본 것이다. '김예슬 vs 보통의 학생'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지속적으로 김예슬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 이것이 논리적 오류냐고? 아니지 물론. 다음 인용요약을 비교해 보자.

"김예슬의 꿈이 존중받는 만큼, 다른 학생들의 꿈도 존중해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자"
"김예슬 개인행동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님에 동의한다."
"김예슬의 소신있는 행동 반대하지 않는다. 개인적 행위에 반대하는 것 아니다."

명지대팀의 반박이 아니다. 성신여대팀의 이야기다. 이것 참. 나는 어떻게 다양성을 존중하며, 한 개인의 행위에 잘잘못을 따지면서 그에 반대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논리학의 창시자들이라고 밖에...



'행복'이란 무엇일까?

또 주목한 부분은 성신여대팀이 제시하는 '행복'의 정의다.

자아실현 = 행복 이라는 전제 하에서 행복추구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얻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하다고 주장한다. 뭐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행복의 필요조건으로서만 돈을 말한다면 그닥 관여할 필요를 못느끼겠지만, 논리구조상 행복의 충분조건으로 돈을 이야기 한 것으로 보인다. 금전만능주의를 아주 잘 설명해 주었다.

보충설명으로 너무 샐러리맨을 연상할까봐 걱정되셨는지, 화가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화가가 미대 진학하고 그림을 그려 팔아 생계유지하는 식의 행복추구) 안팔리는 화가는 불쌍한 거고 잘팔리는 화가는 제대로 자아실현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래 뭐 막장인생 고흐가 감히 성공한 인생 피카소에게 아니 살바도르 달리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건 그냥 그렇다 치자. 뭐 예술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그런데, 4강전의 성신여대팀이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떠오른다. 기여입학으로 인한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어쩌구 한다더니? 8강전에서 낙태는 산모의 이기적 판단이라며 행복하지 않을꺼라 주장했을 때의 그 행복은 대체 어떤 개념이었을까? 낙태할 때 금전적 보상이 있다면 찬성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역사의 교훈은 과거의 이야기일뿐?

전반종료시 명지대팀이 프랑스68혁명의 예를 들며, 대학생의 각성을 이야기 했다. 중간 마무리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짜피 최종변론은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주어진건데, 찬성, 반대의 순으로 이어지다보니 성신여대팀이 자신의 최종변론에 반론(?)을 첨언했다.

"그건 과거의 이야기죠."

이런 근거로 나는 성신여대팀은 철학이 없고 가치관이 없다고 본다. 더불어 역사의식조차 없는듯 의심된다. 과연 이 비판에 어찌 반박할 건지 역시 궁금하다. 그래도 그들은 충분히 반박을 시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위험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 블로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단순한 재미'를 위해 반박과정을 상상 해본다.

"행복의 문제를 취업과 직결시키고 있는 것은 물질만능주의라 여겨집니다만?"
"저희는 물질만능주의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4강전에서 하셨잖아요."
"그건 과거의 이야기죠. 그리고 우리사회는 자체정화능력이 있습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기업도 인지하고 변하고 있어요."

지어냈지만, 차용된 내용과 형식은 실제토론에서 따왔다.

다른 건 그냥 **들 하는구나 치고, 왜 자꾸 불쌍한 인문학을 마구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지만 해도 사회가 좋아진다면 수많은 인문학 전공자들은 천사급? 그저 성신여대팀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온몸으로 가르쳐 주었으니 실천하는 지성이라 추켜세워줘야 할런지도.



인문학은 만병통치약?

인문학의 정체성,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의 부재 등등 - 이처럼 억측과 오해로 점철된 개념도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성신여대팀은 "인문학 교육과 인문학적 토론회를 통해 계몽할 수 있다" 라는 주장을 반복하는데, 대체 이야기하는 인문학적 토론회는 지금 이자리에서 하는 김예슬의 대자보를 놓고 하는 토론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과연 이 무의미 해보이는 토론에서 어떤 희망이 보이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이 한 이 소위 '인문학적 토론'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그 진정성을 다시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의심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확신에 가깝게 추정된다. 혹시 철학, 사학, 문학, 정치학, 사회학 교수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라고 물으면 아마도 "꼭 그런 뜻이 아니구요. 그런 분과 더불어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토론회를 의미합니다" 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아무리 봐도 성신여대팀이 말하는 만병통치약 같은 인문학적 토론의 정체를 모르겠다. 설령 그런게 있다고 해도 누군가의 것이지 그들의 것은 아니다.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전가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여기에 대한 반론도 꼭 그런 것은 아니구요. 우리도 참여해야지요 이겠지.) 

사실 인성교육 역할론을 먼저 꺼내든 것은 명지대팀이었고 명지대팀 역시 인문학적 토론을 이야기 할 때 크게 다른 생각은 아니었으리라고 의심된다. 아니었다면 이런 허술한 논리들을 제대로 쳐부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겠지. 나는 "인문학이 밥먹여주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믿느냐?"라고 누군가 일갈해 준다면 살짝 반할 것 같기는 하다. 오해가 있을까봐 말해두지만 인문학은 상대적으로 밥벌이에 도움 안된다. 즉 성신여대팀에서 말하는 행복의 길에 이르는데 도움 될리가 없다.

게다가 성신여대팀은 어느 기업 CEO가 한국사회 인문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기업자체의 자정노력이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데 "순진한 척 하는거냐?" 고 반문하고 싶은 생각이 꿈틀댄다. 인문학에 대한 이해(?)를 보며 드는 생각은 이것도 신자유주의 의식의 리좀적 확산이라 봐야할라나. 갖다 붙이기는 참 잘도 갖다 붙인다. 당신들이나 이러는 나나.



신뢰의 문제

성신여대팀이 후반들어 주장한 것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김예슬과 그에 관한 사건에 대한 비판, 다른 하나는 인문학에 대한 맹신, 나머지 하나는 우리사회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다. 그중 이미 검토한 두가지를 제외하고 남은 하나, 우리 사회(특히 기업)에 대해서는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보이는 측면에 관한 비판.

"기업의 자체 정화 노력을 믿는다."라고 주장하고 몇 가지 근거를 제시 하는데, 제시된 근거들은 '클레멘트 코스', '우리나라 대기업 CEO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했다는 말', '기업인사정책이 성적위주에서 인성위주로 변하고 있다'등 '클레멘트 코스'의 예시 외엔 근거조차 신뢰에 기반한다. 이 '클레멘트 코스' 조차 사회적 약자의 인격적 자각에 기여한 것을 부인 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사회(또는 기업)의 건전성을 논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예시다. 코스 수료자들에게 취업 인센티브가 적용되었다면 몰라도 말이다.

신뢰의 문제는 주체적 결정이니 간섭할 바가 못된다. 이 말은 즉, 내가 비판을 하면 안된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스스로도 "선택의 문제라면 토론할 필요도 없다." 라고 주장했듯 다시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토론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차라리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손' 이 있기에 일절 인위적인 장치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바로 건전성 비판으로 반격 당하겠지만 적어도 논쟁꺼린 되잖아. 



억지로 냉정을 되찾고 해보는 되짚기(즉 했던 얘기 또 하기)

좀 오버했다. 인정한다. 그래도 토론에 비하면야.

결승전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 것은 우선 명지대팀이 애초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큰 그림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고 성신여대팀이 토론의 쟁점을 벗어나 자기변호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현실문제와 지향점에 대한 각각의 논거를 구축하지 못한 채 뭉뚱그려 큰 그림에서만 이야기하려다 보니, 명지대팀은 당위만 계속 주장한셈이 되었다는 점이다.

명지대팀의 전반전 주요논점인 대학의 역할론에서 "대학은 단순한 취업학원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를 할 인재양성이 되어야 한다."와 성신여대팀의 "대학은 필연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는 명백한 견해 차이임에도 명지대팀의 공격이 집요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진리의 상아탑' 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물론 그런것도 필요하지요." 한마디에 의욕을 잃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실체없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

   명지대팀 성신여대팀 
 공교육 대학교육에 종속되어 있음 대략 동의
 대학교육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곳.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양성할 의무 
 기업 이익추구가 최대의 목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곳. 
 사회 공익추구 해야 자체정화능력을 신뢰해야 

논의는 위에서 보듯 누가 먼저 변해야 하나? 대학이 먼저냐, 기업이 먼저냐로 이상하게 변질 되었고 의미가 없어졌다. 각각 대학과 기업을 대변하는 변호사는 아니니까. 이로 인해 김예슬의 대자보의 의미를 찾자는 토론 취지는 이전 대학토론배틀에서 일절 무개입 원칙을 지키던 백지연씨도 개입하게 만들고, 심사위원 중간평가에도 지적되었지만 금새 무색해 졌고 남은 것은 대학정체성 논란과 정말 무의미한 대학책임, 기업책임 논란뿐이었다.

성신여대팀은 앞서 지적했듯 분명 '김예슬 VS 일반학생' 이라는 틀을 짜고, 일반학생의 정서에 기대 김예슬을 평지풍파를 일으킨 죄인으로 단죄했는데, 반론이 나오자 발뺌하기를 반복한다. "김예슬은 대부분의 꿈을 쫓는 학생들을 매도했다." 라는 발언과 "김예슬 개인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발언이 한 입에서 나오는게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극도로 답답한 마음에서 내뱉었다고 보는) "그거 아닌가요?" 라는 명지대팀의 수많은 질의에 내용과 상관없이 성신여대팀은 "꼭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라는 답변을 무수히 반복하는데 청문회 한편을 보는듯 했다. 서로 논점을 좁혀보려 하는 시간이었던 전반부는 그렇다 하더라도 중반에 이르러서도,

"사회와 대학의 문제 있다고 하시는 겁니까?", "문제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력합니다."
"대학의 현실은 획일화된 취업학원 아닙니까?", "대학, 교수가 그러라고 하는건 아니잖습니까?"
"전공과 상관없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뭐가 나쁘냐? 자신이 원한다면 문제 없다."
"대학이 그 교육목적을 실현해야 되지 않겠나?", "대학을 지적해서 해결될 일 아니다. 기업이 먼저 변해야한다."

서로 오갔던 이 이야기들은 토론 주제의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 리뷰처럼.

토론 후반부는 좀 더 청문회스럽다.  

성신여대팀 "대자보를 쓰고 자퇴한 건 해결을 위한 자세 아니다." 명지대팀 "대자보와 자퇴문제는 분리해서 해석하자." 명지대팀이 토론시작하며 처음부터 주장한 명제이고, 논지 전개과정상 개별적인 문제가 아닌 그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러기에 명지대팀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대답을 계속 강요받은 셈이다. 이미 자퇴는 전장을 바꾸었지 전쟁을 그만둔게 아니라는 답변도 했고, 김예슬 개인 행동에 대한 논평을 하지 말자는 주장도 했지만 성신여대팀은 어짜피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작정하고 밀어붙이는 김예슬 까기를 부추기는 격이 되어버렸다. 

이어지는 성신여대팀의 "김예슬은 선이고 나는 적인가?" 발언과 "김예슬이 비판한 것은 대학생이 아니다."라는 명지대팀의 반박. 이부분은 성신여대팀이 습관적으로 그동안 범해왔던 또 하나의 자가당착에 빠져드는 시작부분이다. 의심이 들 정도로 섬뜩한 생각이긴 하지만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에 무섭지는 않다. 논리보다는 흠집내기 목적의 이분법적 사고. 마녀사냥의 시작이 보통 이렇지 않은가? 이러고 나서 한동안 김예슬의 방법론이 대부분의 건강한(?) 학생들을 매도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데, 종국에 가서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한다. 토론 상대자를 어이없게 하는 무적스킬이다.



승패에 집착해서 몇 마디

탁석산님이 중간평가 때 억지로 하는 것 같다는 소회를 남기시는데, 무슨 말씀인지도 알고 그 마음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내 관점에서 명지대팀은 꽤 공격했다. 단발성이라서 그렇지. 그래서 어쨌든 중간평가는 잘 나온거일 테고, 결과론이지만 상대팀이 답변아닌 답변을 유야무야 날릴 때 좀더 집요하게 공격했어야 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거라면 안됬지만 소피스트를 얕잡아 본것이다.

명지대팀의 패배 결과를 보면서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찝찝한 기분이다.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집요하게 공격을 안 한 탓이고 스스로 자명하다 생각하는 점을 심사단과 교감하지는 못했던 탓인가 보다.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으니 승자라 불리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챔피온입니다." 이 말은 오늘 부로 요렇게 고쳐써야 할 것 같다.
"진정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은 여러분이 챔피온입니다."

성신여대팀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바라보며, 역산해 보건데 지원패널 질답중 흑기사를 사용한 명지대팀이 규정에 의해 감점을 받았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토론 자체는 명지대팀이 이긴건가 보다. 

그래서 우승을 놓친 명지대팀 억울하냐고? 아니 나는 명지대팀이 억울하다고 말 한 적이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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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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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7 1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식힌 다음에 읽는 게 좋다는 생각을 잠깐 말씀드리고... (이번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유랑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생활이 끝난 후 도가니를 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승이란 이름의. MVP란 이름의.)

  2.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8 04: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고편, 저번 댓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사마천과 이븐 할둔과 필립 아리에스(아니면 모리스 블랑쇼!), 경우에 따라서는 진중권도 등장할 예정!!!!!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8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그래봐야. 진중권 말고는 다 과거일 뿐. ㅋㅋㅋ

      필립 아리에스와 모리스 블랑쇼가 Highdeth님의 persona안에서 합체하는 모습은 어떨른지.(그들의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고 이런 말 하는게 우습지만.) 기대감을 높이시는군요.

      이븐할둔은 근데 참 궁금한 인물입니다. 그 동네 사람들이랑 너무 안친하군요. ㅋ

  3. 지나가던이 2011.04.11 1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생이 흥미를 가질만한 토론 주제가 뭐가 있을까 검색해보던 중에
    '대학 토론 배틀'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각 라운드별 토론 주제가 뭐였을까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셔서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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