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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그냥저냥한낙서'에 해당되는 글 6

  1. 2010.10.12 이상적인 대학교(?) (5)
  2. 2010.10.02 익명의 자유로움, 또는 즐거움 (2)
  3. 2010.09.22 친척어른들과 대화하기 (7)
  4. 2010.09.18 철학과 조교실과 스타크래프트의 기억 (4)
  5. 2010.09.05 트위터를 싫어하는 7가지 이유 (8)
  6. 2010.09.03 10년 후의 나에게 (7)

 

얼마 전 중앙일보에서 대학평가결과를 내놨다. 솔직히 내게는 혈액형별 인성론 정도의 흥미 정도야 있지만, 별 의미는 없다. 중앙일보 따위가 대학평가를 할만한 신문이냐는 논쟁에 참여하고픈 마음 역시 없다. 언론사 나름대로 만든 기준으로 어떤 평가를 내린다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가 스스로 제시한 기준에 맞추어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결과에 대한 비판은 불가능하겠고 다만 평가기준에 대한 비판이 가능할 것인데, 이는 안타깝게도 내 역량을 살짝 넘어선 문제다. 그래서 그냥 좀 답답해져서 짜증이나 부려볼까 한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꽤 거대한 담론권력을 지닌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를 보며 이상적인 대학교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었으니까.  


2010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    

◆교육 여건(95점)=▶교수당 학생 수(10) ▶교수 확보율(10)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15) ▶기숙사 수용률(5) ▶학생당 도서자료 구입비(5) ▶학생당 교육비(15) ▶교육비 환원율(10) ▶세입 중 납입금 비중(10) ▶학생 충원율(5) ▶중도 포기율(5) ▶세입 대비 기부금(5)

◆국제화(70점)=▶외국인 교수(20) ▶학위 과정 외국인 학생(15)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10)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5) ▶영어 강의(20)

◆교수 연구(115점)=▶계열 평균 교수당 외부지원 연구비(15) ▶계열 평균 교수당 자체 연구비(10) ▶인문사회체육 교수당 국내 논문 게재 수(15) ▶인문사회체육 교수당 2009년 SSCI, A&HCI 게재 수(20) ▶과학기술 교수당 2009년 SCI 게재 수(20) ▶과학기술 교수당 2009년 SCI임팩트 팩터(5) ▶교수당 SCI, SSCI, A&HCI(최근 5년간) 2009년 피인용 수(10) ▶과학기술 교수당 지적재산권 등록 현황(10) ▶과학기술 교수당 기술이전 수입액(10)

◆평판·사회진출도(70점)=▶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10) ▶업무에 필요한 교육이 제대로 돼 있는 대학(10)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10) ▶입학 추천하고 싶은 대학(10) ▶기부하고 싶은 대학(10) ▶국가나 지역사회에 기여가 큰 대학(10), 이상 설문조사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 연계 취업률(10)

[출처] ♣ 2010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 ♣|작성자 똘배


위 똘배님 포스팅을 보면 아주 상세한 대학평가의 내용이 나온다. 궁금하다면 참고하시길.


일단 기존대학의 구조조정은 여러 가지 반발과 갈등을 초래하니 한 번에 이루려 하다간 한 번에 망하는 수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새로 설립하는 게 훨씬 유리하겠지만, 사회적인 평가가 평가기준에 포함되니 그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결국 기존의 어중간한 대학이 소위 중앙일보 공인 명문대로 가기 위해서 취해야 할 속성법 몇 가지를 제언해본다. 물론 이 제언은 100% 실용적이지 않다.  



돈 안들이고 교육 여건 점수 올리기.


일단 묻지마 등록금 인상을 시도한다.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이라면 2000만원으로 일단 올리고 학생1인당 장학금을 200만원쯤 주고 있었다면 등록금 인상 후, 1200만원을 지급하면 좋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15)이 20%에서 60%로 비약적 상승을 이룰 수 있다. 대신 세입 중 납입금 비중(10), 학생 충원률(5)이 당장 떨어지겠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장학금 지급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늘어난 세입으로 학생당 도서자료 구입비(5), 학생당 교육비(15)의 절대치를 늘릴 수 있다. 교육비 환원율(10)은 엎어치나 메치나 그게 그거다. 이거야 말로 조삼모사 전략으로 엔트로피 효과를 발휘하는 묘법.

  

국제화 부문 70점을 노려라.


속성법은 언제나 그렇듯이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일단 앞서 다룬 교육여건 부문도 장기간의 투자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겠지만, 평판 및 사회진출도는 속성해결이 힘든 문제다. 따라서 단기처방으로 가능한 총점 350점 중에서 20% 차지하는 국제화 부문에 주력하자. 

무엇보다 우리나라 유학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유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1. 재외동포특례입학을 확대한다.
2. 서둘러 중국어학과, 중국문화학과등 관련학과를 신설하고(없다면), 한국어 교습센터에 투자해야 한다.
3. 중국의 각 대학들과 무차별적 교류협정을 맺는다.

이 정도만 준비되면 이제 영어권국가에서 대량으로 교수를 임용해서 영어로 강의하면 된다. 70점 만점에 70점 맞으려는 전략은 아니다. 세부 기준에 유학생 출신국 다양성도 포함된다고 하니깐. 그게 속성의 한계이겠지만 어쨌든 고득점은 보장된다.

 

교수연구 부문은 포기하는게 마땅하겠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이용해 볼 수도 있다.

 
115점의 총점을 나누어 보면, 연구비 25점, 인문사회예술체육계열 논문 35점, 의학 및 이공계 논문 35점, 의학 및 이공계 기술 20점이다. 갑작스레 연구비를 끌어올리거나 기술특허개발이나 로열티를 받아내기는 무리다.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이 논문인데, 그 중에서도 인문사회체육 교수당 국내 논문 게재 수(15)가 가장 쉬운 방법이다. 교수 1인당 1연구소 운동을 벌이고, 1연구소, 1학술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속성법이다. 과학기술 교수당 논문에 관한 기준은 게재 수, 임팩트 팩터, 피인용 수 인데 이걸 다 충족하려면 Nature 자매지 쯤에 논문을 쏟아내야 하지만, 사실 전공에 따라 난이도가 상당히 다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덜 어렵다(?)고 알려지는 기초과학과 의학분야 역시 속성 해결이 될리가 없다.

 

평판 & 사회진출도 역시 쉽지 않지만 여지는 있다.

 
총점 70점 전체가 사실상 취업률과 일정부분 관련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10), 업무에 필요한 교육이 제대로 돼 있는 대학(10), 취업률(10) 이 3가지 요소는 결국 취업률과 직결된다. 이쯤 되면 뭐 그냥 결론이 쉽게 난다. 취업 잘되는 과는 살리고, 안되는 과는 죽이면 그만이다. 더 쉽게 말해서 철학과? 아웃. 경영학과 정원확대. 게다가 경영학과는 학생1인당 교육비도 이공계열이나 의학쪽에 비하면 저렴하기 짝이 없다. 무조건 늘리고 볼 일이다.

 

미니미 명문대학 구성의 예

 
의대, 한의대, 치대, 약대, 수의대, 자연대, 공대, 법대, 상경대, 사범대, 중국어 문화 관련학부, 한국어 학당.

 

   인문계열 학과별 등급이란다. 2단 확대해서 보시면 읽을 수 있다. 물론 궁금한 분만.


애초에 밝힌 바와 같이 이 글은 중앙일보의 기준이 뭐 어떻다는 것도 아니라 살짝 비뚤어진 채로 승질내는 차원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대학이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나 하고 한탄 하는 글은 다음을 기약한다. 이미 없어졌거나 없어지려 하는 철학과의 운명에 관해서 고민하는 중이다. 중앙일보 기준과 전혀 상관없이 나는 좋은 학교를 다닌 것 같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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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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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10.12 2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즐거운 한주 시작하셨나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요즘 늦었지만 다시 공부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뒤늦은 후회를 하는 스타일인지 말입니다.ㅎ
    심기는 조금 풀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13 0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트레스 풀기에는 막 쏟아내고 한 숨 푹 자는게 최고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뭐 애초에 비분강개했던 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ㅎ

      저는 좀 기성세대라고 해얄까? 어른이 된건지, 이제서야 어릴 때 어른들이 하던 말이 대충 어떤 뜻인지 공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네요. 어떤 즐거움과 비밀들은 정작 그것들이 가장 필요할 때는 알려지지 않는 것이 미덕인가 봅니다.

      이번 주는 정말 널럴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딱 일주일 전에 똑같은 말을 했더라구요. 그래도 이번주는 정말 온전히 널럴하게...ㅋ

  2.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10.13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얼마 전 까지 자퇴를 고민하던 학생에게 이런 폭력적인 포스팅을 하시다니.ㅋㅋ

    예전에 중앙대 문제에 대해 궁금해하신 게 기억나네요. 지금에서야 답변을 드리는 것을 용서해주세요-_ㅠ

    중앙일보가 그리는 대학의 조감도가 중앙대에서 준공되고 있답니다. 중앙대가 아닌 두산대로 전락하고 있다고 하는 게 중앙대 운동권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다른 대다수의 학생들은 침묵 내지는 음..... 이 정도로 머물고 있지요. 중앙대를 졸업한 법조인 몇몇이 두산에 법적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마저도 돈에 무마되었답니다. 학내 민주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말도 되는 구조조정 - 사학도로서 민속학과 역사가 통폐합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들이 벌어지고, 교양 필수로 회계를 하는 회개할 수 없는 회개망측한 대학, 그곳이 바로 현재의 두산대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었을리 만무한데...

    중앙대와 중앙일보... 우연의 일치치곤 참..... 뭐같은 것들끼리 뭉쳐버렸네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21 0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이런... 제 근황은 Highdeth님 블로그 가서 썰을 풀기로 하구요. 중앙중앙중앙... ㅋ 막 또 중앙일보 관련 포스팅을 했는데 '애독자'인가? ㅡㅜ

  3. Favicon of http://mih.planchasghdsa.com/ BlogIcon planchas ghd 2013.04.07 2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있으면,나는 너를 생각한다.

 

뭐 좀 시대착오적인 이야기인지라 머쓱하지만, 인터넷은 자유롭다.

구글의 자유와 네이버의 자유의 정의와 범위를 논하고픈 마음은 없고, 권위나 편견에 비교적 자유로운 익명소통의 장점과 책임 없는 험담과 욕설의 그림자에 대한 논의도 지겹다.

예전 어떤 익명 게시판에서 꽤나 공격적인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공격의 대상은 그 게시판의 글 내용이었고 나는 나름 논리적 분석을 통해 조목조목 따졌다. 대략, 학벌주의를 비판한답시고 허술한 통계적 양상적 접근으로 쓰인 글에 대해, 통계 조사방법론적 비판과 양상논리에서 부정어 사용의 오류를 근거로 썼다. 그간의 논란이 너무나 인신공격적으로 흘러 본질을 흐린다는 생각도 있었고, 또 논쟁을 좋아했던 내 성격 탓에 간만에 등장한 '핫'한 이슈를 그냥 넘기지 못한 것이다.

익명게시판이긴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출발한 까페 내에 존재하는 것이었고, 나는 늘 원래 사용하던 닉네임을 그대로 사용했었다. 즉 알만한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 술 먹고 쓴 건지 맨 정신에 쓴 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뭐 글이 하늘로 날아가지는 않았고, 포인트는 그럭저럭 잡고 있었고, 게다가 비어나 욕설 하나 없는 정당한 비판 글이었다고 자평한다.

애초에 내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글을 쓴 사람은 이미 지쳐 나가 떨어진 건지 침묵했는데 내 글이 본의 아닌 낚시가 되어 꽤나 열띤 댓글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정작 낚시꾼은 바빠서 한 동안 그 게시글을 다시 보러 오지도 않았었는데, 몇 일 지나고 나서 보니 무려 100개가 넘는 댓글과 엮인글들이 붙어있었다. 멤버수가 두 자리 숫자 모임에서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 중 대부분은 당연히 글에 대한 비판과 비난, 또 다른 이에 의한 반박과 비난 이었는데 뭐 비난에 이미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정신적 타격 따위 전혀 입지 않았고, 쓸만하다 싶은 반론은 이미 다른 이에 의해 재반박 되고 있었고,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자연스레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즐거움에 빠졌다. 그런데, 이상한 엮인글 하나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그 엮인글도 이미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있었다.

"이 글은 평소 OO의 다른 글과 비교했을 때, 도저히 같은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로 시작된 그 글은 그간 내가 그 까페에 썼던 글을 인용해서 조목조목 비교해 놓았다. 그 역시 익명을 사용했지만 아마 오프에서 나를 알 던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꽤나 분석적인 글이었으나 역시 반론이 제기되고 논란은 이상하게 번졌다. 그 엮인글의 말미에 붙은 댓글엔 "결국 OO당사자가 해명을 해야 한다."라는 댓글이 달렸고, "익명게시판의 글쓴이가 왜 해명 따위 해야 하나?"는 댓댓글이 바로 따라붙었다.

'일이 커졌구나.' 라고 생각한 나는 쓸데없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OO입니다. OO으로 올라온 글은 제가 쓴게 맞습니다." –OO 이라고 남겼다. 그 글에 또 댓글이 달린다. "너 누구니?" – OO

나는 난감해져 해명을 포기했다. 뭐 그 논란은 채 일주일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지만. 

 

때로 그 익명 게시판에 글을 쓰며 닉네임을 유지했던 이유는 어짜피 닉네임 자체에는 어떤 내포도 외연도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어떤 닉네임은 정말 큰 외연을 지니곤 하지만 내 경우는 의미불명이었다.) 하지만 글쓰기가, 흔적이 쌓이며 내포는 당연히 확장된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깨달았었다. 

어떤 조그마한 까페(콤뮨)에  Philosophy 또는 Philos, Sophia 등등 다소 노골적인 외연을 가진 닉네임을 번갈아가며 쓰시던 분이 있었다. 어려운 말 안쓰면서 어렵게 말하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계셨던 그분은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 YK였다. 그분은 평생 교수가 되지 못할 줄 알았더니 벌써 몇 해전 K대 교수가 되셨다. 와~ 하고 봤더니 교수 앞에 멍에처럼 '연구'라고 붙어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들은 교수가 안 된다. 부디 눌러 앉아 교수임용 되시길 바라보지만 뭐 쉽지 않겠지. 어쨌건 그분이 인터넷을 예찬하며 하신 말 중에, "상대가 나를 알고 있는 경우 철학적 대화를 하게되면 보통 너무 조심스러워 지기 일쑤인데, 인터넷에서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다." 라며 무척 즐겁다고 하신 기억이 있다. 분명 그분은 즐거웠으리라. 싸가지 좀 없는 붕대도 그분한텐 감히 개길 생각을 못했으니, 얼마나 무료하셨을까.

종종 내가 속한, 또는 속했던 곳의 게시판에 가보면 여전히 많은 익명의 글들이 보인다. 그곳의 글을 읽다 보면(물론 멤버가 너무 한정되어있어서) 닉네임 따위 안 봐도 누구 글인지 짐작이 된다. 그런데 가끔 장문의 글임에도 누구지? 하는 글도 있다. 완전 궁금해진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물어봐도 해결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글쎄, 그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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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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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10.03 2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교수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_-;;;;;;;;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4 0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되려하지 않으신다는 것 알고 있지만, 되시면 의외로 인기 교수님이 될지도. 저 교수님 짤리기 전에 꼭 들어봐야겠어라는 무모한 폭풍러쉬~ ㅋ^^


메리 추석들 보내시는지요? 


이런 저런 핑계로 올 추석엔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서 청소, TV, 새로 구입한 책들, 육개장과 함께 부부 오붓하게 지내고 있는 중이다. 조금 풀어서 고쳐 쓰자면 청소에는 별 기여를 안하고, 새로 산 책을 손에 쥐기만 한 채 TV에 눈을 맞추고, 고기보다 고사리가 많은 육개장의 씁쓸한 맛을 즐기며 일절 다른 음식은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 이번 추석에 큰댁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음…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지난 설에도 안 갔다는 것. 비가 많이 왔다는 것. 부모님이(특히 어머님이) 별로 오고 싶지 않으면 안와도 된다고 말씀하신 것. 무엇보다 정말 꼼짝도 하기 싫다는 것 등의 이유가 있다. 누가 보더라도 자랑은 아니겠지만 왠지 부러워할 사람도 있을 듯. 

위에 든 여러가지 이유들은 어짜피 제 아무리 멀어도 한 시간 거리인 큰댁, 가족들의 집 위치를 감안할 때, 일단 살짝쿵 움직이기만 하면 더 이상 이유가 안 될 이유들 뿐이다. 애초에 제대로 된 이유도 없었지만. 뭐 별로 살가운 친척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아침에 모여서 제사 지내고 밥 먹고 바로 빠이빠이하는게 명절의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니 그다지 부담 될 일도 아니고.


그런데도 그 짧은 순간 쏟아지는(쏟아질) 질문들이 싫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아주 어린 시절 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는 "공부 잘하냐?", "어느 대학 갈꺼냐?" 등등의 질문들 잠시 지나가고 나면, 특별할 것 없는 엄마와 숙모들간의 자식자랑 신경전들이 이어지고, 사는 형편들과는 별로 안 어울리는 금액의 용돈들 교환해 주시고 빠이빠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넌 얼마 받았니?" 로 시작되는 엄마의 칼 같은 정산과 짧은 논평. 

대학시절은 "어느 대학 갈꺼냐?" 대신 "어디 취직 할꺼냐?"로 바뀌고, "애인 있냐?" 정도의 변주. 엄마와 숙모들간의 자식자랑 신경전은 우열관계가 조금씩 명확해지면서 조금 심심해지고, 여전히 사는 형편들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용돈 교환식과 정산, 논평. 

백수시절은 제발 좀 안 물어 봐줬으면 하는 질문들은 당연히 나오고, 이어서 "OO이 니네 회사 사람 안뽑냐? 붕대 좀 데려가라." 따위의 훈훈한 덕담들. 대부분 건설회사나 유통업, 세일즈 등. 적성은 물론이고 내 경력과 전공과는 어짜피 무관한 직종이라 좀 더 부담 없는 덕담이 오간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몇몇 친지들 때문에 곤란하기는 하지만, 짐짓 각종 헤드헌터들이 나를 모셔가려고 안달이라고 구라를 쳐서 모면한다. 


일을 하게되고, 경력도 좀 쌓이고 나서 내 명함에 'OOO Director'(붕대는 과거 영화CG감독, 전문용어로 VFX Supervisor, 우리말로 특수시각효과감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한 동안 일했다, 사족이지만 기술이 스페셜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행정 위주의 Generalist 직책인 셈) 라고 새겨지고 나서는 가슴을 활짝 펴고 있을 수 있었나? 그게 또 아니다. "요즘 무슨 영화 찍어?" 라는 질문에 관여하는 작품 이름을 대면, 대부분의 반응은 "음… 얘 별로 못 나가나 보다." 인 듯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관련 종사자나 기자, 또는 매니아 아니고서야 작업중인 영화제목만 듣고 뭘 알겠나? 이런 이유로 심플하게 제목 말하고 침묵하기는 당장은 꽤 편리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영화가 본의 아니게(?) 뜨고,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친척이 한 명쯤 있어서 길거리에서 1박2일 찍는 강호동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으로 "너 지금 대박 난 그 영화 감독이지?" 라고 물어올라 치면 꽤 진땀 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 제가 영화감독이 아니구요. 저는 그저 영화 일부에 참여하는 스탭이에요." 라고 설명하고 자연스레 넘어가면 좋은데, 눈치를 보아하니 "접때는 디렉턴가 뭔가 감독 같은 거 한다더니 시다바리 였어?" 하는 분위기다. 뭐 그 정도 분위기로만 넘어가도 괜찮은데, 가끔 거드시는 분이 있기도 한다. "신문 보니까 월급도 제대로 못받는다 하던데, 좋은 대학 나와서 뭐하는 짓이냐?", 또는 "이젠 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등등. 

그런 이야기에 일일이 설명할 자신이 없는 나는 그저 "네~" 하고 빠이빠이 시간을 카운트 다운하면서 버티는 편인데. 문제는 울 엄마. 나름 설명을 꼭 하셔야 분이 풀리시는 모양이다. 얘는 OO도 했고, OOO도 했고, OOOO도 해서 그 쪽 분야에선 잘 나가는 아이라고. 대박이 나면 어쩌구 저쩌구.(영화 대박나는 거와 내 수입은 전혀 상관없었음에도) 사실 엄마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턱이 없는 관계로 설명이 오해를 북돋기만 할 뿐이지만 뭐 어쩌겠나. 난 도저히 설명할 자신이 없는 걸. 

한 번은 전자부품을 만드는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친척 하나(아마도 주식투자 하시면서 알게 되신 듯)가 내가 다니던 회사(패션잡지 만드는 회사로 더 유명) 이름을 보고난 뒤, "붕대야 니가 하는 일이 그럼 마크 제이콥스나 정구호 같은 양반처럼 결국 니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야 뜨는 거니?" 라고 마치 투자라도 해줄 듯 물어보셨다. 0.5초 만에 질문을 이해한 천재붕대. "뭐 비슷한데 그 사람들은 옷을 만들고, 저는 이미지를 만드는 차이죠." 라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답했다가 2시간쯤 설명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2시간을 설명했지만 그 분은 나중에 나에게 양복 한 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올지도 모른다. 물론 그 후론 어떤 질문에도 일절 대답은 "네에~" 로 통일했다. 


어른들과 대화하기는 나에겐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인 듯 하다. 나도 설에는 조카들 세뱃돈을 줘야 하는 '완전한 어른'이 됬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지금의 나로선 "네에~" 가 유일한 방법. 

"오우, 그 영화 잘 봤어! 재밌더라."
"네에~"
"돈 많이 벌었겠네?"
"네에~"
"어쩐지 얼굴이 좋아졌어"
"네에~"
"요즘 일 많아졌겠네?"
"네에~" 

"대체 이 일을 어찌하누?" 하고 잠시 고민하던 시절은 이미 옛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게 훨씬 편하다. 


그런데 나만 이런게 아니다. 잘 알려진 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던 울 가족. 친척들은 그 박물관 매표소 직원인줄 안다. 아니라고 몇 차례 해명하고 하는 일을 설명했었지만, 그래봐야 친적분들이 그 박물관에 가서 매표소를 기웃거리시다 안보이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임에 틀림 없다. 

"음 오늘은 얘가 쉬는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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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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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2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도 명절이면 근황 파악과 상당한 열혈 오지랖을 발휘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요. 전 단호하게 절연:했습니다.
    웃으며 말 할 이야기도 못되지만 이 쪽으로의 사회생활을 원활히 못하는 저로서는 차라리"라는 명목이 발휘 되었었는데요.ㅎ

    명절 편안한 휴일 되시구요. 맛난 음식 많이 드시구요.~ 붕대님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2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단호함 좀 부럽습니다. 전 어영부영 절연: 중인 셈이라. ㅋ 그나저나 어딜 안다녀오니 (얻어온 음식이 없어) 먹을게 없네요. 쏘세지야채볶음에 맥주나 먹을까 고민중인데 추석저녁메뉴로 딱이지요? ㅋ

  2.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22 15: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다음에) 명절에 그런 질문을 주시면 "빨갱이 역사가"라 이야기하려구요. "ㅇㅇ님께서 TV볼 시간에 제 책을 사서 읽어 주시면 잘 먹고 잘 살거 같습니다." 라고 얘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_= 저 개새끼될까나요?;;;;

    P.S. - 비피햬는 없으신가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2 1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빨갱이 역사가' 굉장히 친절하고 명료한 설명이지만 대체 어떻게 이해들 하실런지 궁금하군요. 철저한 반공주의자쯤으로 여겨질지도.

      비피해는 있을턱이 없는 동네에 삽니다. 어라 이렇게 말하고 보니 꽤 부자동네 사는 듯 해 보이는군요. 그저 아파트 7층일뿐인데. ㅋ 계신 곳은 별 일 없으실테죠?^^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22 1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루사와 매미가 왔을때도 멀쩡했답니다^^;;

  3.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4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0도, 000도, 0000도 저도 봤는데... 아주 수작이더라는.....(잉?ㅋ)
    제가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재밌어 죽겠어서 신이 막 나면 그때는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설명하는것도 귀찮지 않을까요? 저는 옛동네친구의 오랫만의 전화에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언제부턴가 그냥 '시 쓴다~'
    재미없는 질문들말고 제게 그래주시듯 재밌는 질문해주시는 붕대이모고모숙모 되주세요~~불끈.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5 0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 쓴다~' 요거 써먹을께요.ㅋ^^
      대학때 친구 하나는 "요즘 뭐해?" 라고 물으면
      "존재해~" 라고 대답했었는데. 그것 참 아무리 생각해도 멋있는 것 같아요.

 

또 옛날 옛적 이야기다. 또 길다. 원문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이 광활한 블로그 레이아웃과 상관없이 그냥 떼다 붙인다. 그나저나 토 안 달고 그냥 시작을 못한다. 



HM가 보고 싶다.

정말로
옹고집 소주
김치찌갠가 부대찌갠가
한 밤의 스타크
날 샌 무안함
YJ네 집 습격
Avec HM

그립다. 

From 붕대 



붕대가 보고 싶다.

어…
붕대선배가 보고 싶다는 말이지요.
전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요.
종종 스타크도 하고, 여전히 책 보고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는
솔직히 말하면, 학교 근처의 술집은 그립지 않군요.
사람만 그립지
이제는 다른 학생들이 주객이 되있겠죠
가끔씩은 진짜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제 여기 온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군대 왔다고 생각하고 꾹 눌러 붙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다음편은 언제 나오나?
여기 생활은 혼란스러운데로 버티며 즐기고 있지요.
잘 모르겠네요.
철학과 출신 영화계 딴따라들이 다들 잘 풀리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낸중에 꼽사리 껴야지…
'지옥의 묵시록' 감독판이 나온다는데
자그마치 50분이나 첨가되서
얼른 보고 싶네요.
아… 그리고
어… 잘 모르겠다.
그럼, 안녕히. 

From HM 



당신들이 보고 싶다.

당신들이 '미친듯이' 밤새 스타크를 하고, 조교실에 널부러져 졸던 그 시절…
스타크도 하지 않고, 외박도 좀처럼 하지 않는 나로서는
별 재미가 없었는데도 무슨 재미에 당신들을 그리도 열심히 쫓아다녔는지…
나름대로 슬럼프인지라
내내 책 한 줄 읽지 않고 머리만 쥐어뜯으며 멍하니 인터넷과 티비만 보던 어제밤…
샤워하면서 정신이 들어 그 '이유'는 아니고 그 '재미'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더의에 땀에 절은 머리를 손끝으로 꼭꼭 누르며 감은 보람이 있던 탓인지
비누질 하는 동안 문장 하나 떠올랐다.
아마도 당신들이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라는 걸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랬나 보다.
그 즈음에 무쟝 외로웠고 – 당시에는 내가 외로운 이유의 일부도 당신들이라고 생각했지만 –
어찌되었던 내가 그렇다는 걸 당신들은 이해해줄 수 있다고 나는 무의식 중에 믿고 있었나 보다.
날씨가 덥고 더워 드뎌 오늘은 30도란다.
아아. 이 여름을 어떻게 나나…
더위 조심!!  

From JE 



그런 적 없다.

미친 듯이 스타 한 적 없다.
그 격렬한 순간에도 정신은 차리고 있었다.

"붕대선배 드라군 좀 보내줘!"
"에이, **. 나 기지 공격 당하고 있단 말야."
"어? 핵폭탄이다. 선배, 컴셋 레이더는 언제 해 줄거야."
"이제와서 뭔소리야. 난 벌써 엘림이다."

나 또한 시나브로 엘림되는 나의 기지를 보고 있었다. 아주 명철한 이성 속에서…

주) 엘림 : 엘리미네이티드의 준말. 

조교실에서 널부러져 잔 적 없다.
찌그러져서 잤다.
구석 자리의 염형이 쓰던 의자에 구부려 자고 있었지.
화장실이 급해진 나는 부시시한 눈으로 일을 보고 왔지.
유일한 내 지정석에서 붕대선배 자고 있더군.
난 잠시 컴퓨터 앞에 엎드려서 졸았지.
붕대선배 일어나면 자리 뺏으려고…
그런데…
붕대선배 오후 4시쯤에야 간신히 일어나더군…
"우 **, 난 뭐하러 인생을 사냐?"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말이지. 

From HM 



HM말이 맞다.

우리는 열라리 냉철한 이성하에서 계획된 게임만을 했었지.
물론 가끔 겜하다 졸기도 했지만…
HM 한 번, 나 한 번
그건 글치만 우리의 겜 횟수에 비하면 광복절 눈 오는 것 만큼의 경우니깐 무시해도 된다.
미적분 안써본 넘들만 우릴 비난할 수 있어.
하여간
HM 말이 다 맞긴 한데…
'엘림'은…
엘리미네이티드의 준말이 아니라
엘리미네이션의 준말 같은데. 

따작따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HM야…
조교실의 그 편한 의자 뺐은건 미안하게 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미안하구나. 

From 붕대 



그렇다면 아마도

이런 장면 기억난다.
나는 조교실의 창가쪽 책상에 허리를 세우고 정자세로 앉아있다. (때는 점심시간으로 다른 선배들은 자리에 없다.)
HM는 편안한 의자에 기대 전날 밤의 전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컴퓨터쪽의 책상 앞 의자에는 HJ가 앉아서
자신의 실력과는 차원이 다른 철학과 상위리그 얘기를 듣고 있다.
아마도 HJ는 점심식사를 하러가기 위해 JH를 기다리는 중이었을 수 있다.
아마도 나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학교에 나온 백수인지라 식사에 별 의욕이 없었을 수도 있다.
HM는 밤 새 경기를 한 피로에 점심식사에 별 의욕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 기억이란 그러하다. 

확실한 것은
피방에서 당신들이 어떠한 정신으로 게임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냉철한 이성으로' 했으리라고 추론한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은 그 다음날에 나로서는 기억할 수도 없는 복잡한 전략들을
서로간에 어떻게 구사하였는지 상술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므로 당신들의 기억은 맞다. 

그렇다면 아마도
나의 기억은 이런식일 것이다.
전날 게임의 재미에 푸욱 빠진 HM가 경기내용을 설명하는 열정을 보면서
나는 이 사람들은 스타크를 '미친듯이'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 것이다.
혹은 HM가 어떠한 특정 전략을 전개해야겠다고 냉철한 판단을 했다라고 말 한 것이
내 귀에는
"미친듯이 진지를 구축했다"던지 이런식의 표현으로 기억된 지난 날을 회상했을 뿐인 것이다. 

당신들은 과거를 기록하는데에 있어서 나의 증언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기신뢰도가 넘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글은 나의 회고담이 구성된 방식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날 수업체크는 내가 다 해줬다는거 알고 있지?

From JE 



그냥 궁금해서

붕대 요즘 바쁜가? 

From SJ 





별로 안바빠. 

From 붕대 



그렇구나

바쁜 줄 알았지. 

From SJ 

 



주연 : 붕대, HM, JE
조연 : HJ, 염형쓰던 의자(수면기계), YJ네 집, HJ가 기다리던 JH
우정출연 : SJ
다 이니셜인데 염형만 염형이군. 본명 기억 안나 이니셜 못쓴다. 빠흐똥.

우린 꽤 잘 놀았어... 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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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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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19 1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즐거운 추억아닌가요... (이런 부드럽던 한 때가 저도 있었던 것 같은데...하면서 떠올려 봅니다)

    그러고보니 자주 어울리고 불렀는데 본명이 생각안나는 친구들이 드문 있네요.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0 07: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릭터들이 제 머리속에만 있어서 공감은 전혀 생각도 못했었는데, 사람 사는게 별로 다른게 없겠죠? 역시..ㅋ

      금방 귀국할 듯 했던 한 후배녀석이 여전히 금방 올듯 하면서 계속 살고 있어서 문득 생각이 난 이야기였어요. 아 정말 보고싶은 녀석이라...

  2.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0 1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순 붕대소녀님은 게임만 하셨군요
    전 벌써 붕대소녀님 문장에 익숙해졌나보네요, 읽다가 왠지 친숙하다 싶으면 From 붕대 (악!ㅋ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2 0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HM이라는 후배(프랑스에서 거의 10년 째 살고 있는)랑 공유한 기억이 딱 3가지 뿐이네요. 비슷한 저급한 실력의 스타크래프트, 일 안하는 조교, 술은 별로 안마시는데 술집서 밤새 떠들기.
      문장, 문체에 대한 고민이 요즘 심각한데(스스로 좀 맘에 안들어서요) 선수님은 늘 위로(?) 해주시는 군요.^^


어젠가 태풍관련(태풍이 또 온다네요...) MBC뉴스를 보다가 트위터를 통해 어디어디가 좀 위험해보여요 조심~ 등등의 메시지로 속보기능을 했다는 긍정적인 논평의 뉴스클립을 보았다. 살짝 삐뚤어진 채로 "뭐 그럼 트위터가 있기전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죽어 나갔어?" 하고 "별게 다 뉴스구나~!" 하는 혼자하는 논평을 마친뒤...

트위터가 뭐길래? 과학기술의 발전을 한편으론 온몸으로 누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John Connor의 저항군을 지지하는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 붕대는 하지도 않는 주제에 트위터를 뭘 또 싫어한다고 이유까지 달아가며 끄적인다.



1. 140자의 압박
140자로 대화하기는 연습이 필요한 듯 하다. 적어도 나는. 국민학교 다닐때 200자 원고지 3장이 부담스럽더니만, 대학교에선 200자 원고지 10장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빠졌었고, 지금은 아무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글자수 제한이 걸려있으면 마음이 안놓인다. 불안불안. 한 번 더 보내면 되지? 라고 묻는다면... 응. 그러네. 하고 끄덕거리다가도 나는 이상하게 노트에 글을 쓰다가도 넘기고 2초정도의 짬이 지나가버리면 응 뭐였더라? 하고 되넘겨 확인하고 이어쓰는 정도의 머리라 그것도 불안.

2. 비동조커뮤니게이션앱이라고는 하지만 실시간의 압박

연애할 때, 문자를 왜 씹냐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오늘 하루도 힘내!" 라는 문자에 "응. 너도!"를 안보낸게 그렇게 미움을 사는 일인지 몰랐다. 맨날 얼굴 보면서 참 별일이다 싶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도 힘내!"
"응. 너도!"
"답문자 고마워!"
"너도 답답문자 고마워!"
"답답답문자 고마워!"
이렇게 하루종일 보내기엔 좀 바쁘다.
마찬가지 이유로 메신저 프로그램도 일절 안쓴다. 

3. 리트윗의 무서움

트위터에다 할 이야기는 대게 사적인 것임에 틀림없을텐데, 사적인 이야기가 여과없이 돌아다니는게 무섭다. 블로그처럼 충분히 이러쿵 저러쿵 써 놓았다면야 별 걱정 안하지만. 한마디 툭 던졌는데 그게 돌아다니는건 좀 싫다. A형이라 그런가?

4. 의미없는 정보들에 대한 거부감

팔로잉 대상을 주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지만, 무언가 날아든 정보를 다 이해해낼 자신이 없다. 더군다나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런건 패스하면 되잖나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좋게말해 의심많은 성격상, 나쁘게 말하자면 오지랖이 넓찍해서 일일이 따져볼것임에 틀림없다. 피곤할듯.

5. 팔로잉의 귀찮음과 해지시 죄책감

일단 트위터를 하는 이상 적극적으로 관계맺기를 시도하게 될텐데, 역시나 귀찮다. 게다가 절교(?)할 경우 어째야 하나? 교제도 안하고 절교할 걱정부터 한다.

이상이 내가 트위터를 싫어하는 이유다.
왜 5개뿐이 안되냐고?
5개면 뭐 충분하지 않아?
영 불만이라면 2개 추가하지 뭐.

6. 스마트폰 없는 자의 열등감?
죙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내가 굳이 스마트폰이 없어도 트위터는 할 수 있지만, 흥!

7.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그냥 그렇게 이야기가 하고 싶음 만나서 하면 되니깐, 난 한가해요~


이유의 갯수가 많다고 해서 꼭 더 하기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적다고 해서 덜 하기 싫은 것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한가지 이유로는 뭔가 허전하고 3개쯤하면 좀 모자란듯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10가지를 대려고 하니 그만큼 싫어하지는 않나보다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피어나고, 과연 적당한 이유의 갯수란게 있나 모르겠다. 애초에 뭔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데에는 이유가 없고 좋아한 이후에, 싫어한 이후에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이유랍시고 대는 수많은 이유들을 듣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이유는 정말 납득이 안되는 이유들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에 철저히 그것을 거부하는 뭔가가 있는 이유인듯도 하고 그저 이 문단처럼 이유들이 그저 말장난처럼 느껴지는 이유라서 그럴지도.

오늘 포스팅의 형식적 틀을 빌어온 영상 하나 소개하며 마친다. 붕대가 좋아하는 Medical Drama. MD.House 지금은 씨즌6까지 나온걸로 아는데 몰아보기를 해야지 하고는 미루고 있는중.


<MD. House> Season 3 Episode 14 "Insensitive"

언제나 논리정연한 하우스박사. 닮고 싶으나 평생 흉내도 못낼듯 싶다. 물론 근저에는 쾌락주의와 유미주의에 빠져있어 전통적 의미의 의사다움이란건 찾아볼 수도 없지만 몸과 마음, 정신에 관한 철학적 성찰들로 점철된 드라마라 홀딱 빠져버렸다. 이 에피소드에서 다루고 있는 CIPA라는 병. 무지하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긴 하는데, 역시 거머쥘 수 없는 대상이라 그런가. 머리속에서 왱왱 거릴뿐 정리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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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05 1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명 트위터엔 긍정적인 요인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지만, 으음.............. 제 자신이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두렵습니다.-_-;; 저같이 재래식에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놈에겐 쥐약과도 같다는 느낌이;;;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06 0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필요한 사람들이 하는 것은 좋아 보여요. 나름 정도 있어보이고, 재미도... 그런데 "트위터 안하세요?" 라는 질문이 싫네요. 아직은 아니지만 왠지 곧 "트위터를 안하셔서 불편해요..." 라는 말 듣게 되는건 아닐런지...

  2. Favicon of http://organicfarmer.tistory.com BlogIcon 꿈이촌놈 2010.09.06 2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둘 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 둘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많아야 하며 인맥관리 또한 잘 해야하기에..
    블로그 하나 간수 하기 힘든 저에게는 ㅠㅠ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07 0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괴짜님은 의외네요. 잘 활용하시고 즐겨 사용하실 줄 알았는데...
      새로운 도구는 잘 쓸 줄 아는 사람에겐 편리하고, 막상 배워야 하는 사람에겐 불편하니까요. 그런의미에서 저는 괴짜님께 좀 물어볼께 많은데 ㅋㅋ

  3.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09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저도 왠지 거부감이 생기던데요.
    트위터까지 오지랖이 넓어지기엔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이고 게을러서: 정도. 아 저도 그때그때 보고싶으면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아서인 듯 하네요.ㅎ

  4. vert 2010.09.14 0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만 왕공감하여 생전 안하던 댓글을..
    저 역시 비슷한 이유로 트위터를 안하는데, 휴대폰이 그러하듯 없으면 사회생활 안되는 필수요소가 되어버릴까봐 좀 걱정이네요. 게다가 트위터의 본질적 속성 -빠른 대신 얕고 넓은 지식/인간관계-도 그닥 맘에 안드는데, 기자나 연예인에게는 그야말로 천혜의 도구이겠지만, 안그래도 잡정보가 너무 많아서 없는 집중력이 더 흩트려진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그야말로 으어~~ 입니다. 지금도 네이버를 안 보던가 인터넷을 끊어버려야지.. 내가 공부/책을 좀 읽지 안그럼 완전 가망없다고 만날 생각만 하는데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4 0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선 영광입니다. 생전 안하시던 댓글을 달아주셔서..^^

      말씀대로 필요한 사람들에겐 천혜의 도구임에 틀림 없을겁니다. 저 역시 일때문에 만약 필요하다면 개인적인 취향과 상관없이 쓰게되겠죠. 그래도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요.^^

      인터넷은...ㅋ 끊을 수 없어요. 4시간 정전만 되도 이젠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구요. 머~엉 ㅠㅠ

2010.09.03 03:22

10년 후의 나에게 낙서장/그냥저냥한낙서2010.09.03 03:22


편지쓰기의 재미를 겨우 알고나자 편지를 쓸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매일 대면하는 가족에게 쓰자니 낯뜨겁고, 소원하게 지내는 지인에게 쓰자니 딱히 쓸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어쩌나? 하다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기로 한다.


10년 후의 나에게

お元氣ですか? 私は元気です.
오늘은 태풍이 지나갔어. 창문이 덜컹거려 날아가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가도 비가 안오니 창문 없음 시원하긴 하겠다 했지. 게다가 오전에 정전이 되서, 데이터 날아가고 PC 한대는 전원이 나간듯 죽어버렸어. 자료들은 무사해야 할텐데.

아... 10살이나 많은 너에게 반말하는건 용서해라. 왠지 존댓말 하면 니가 쑥스러워 할까봐 배려하는 거야. 불만이 있어도 넌 내게 답장을 못하니 답답하겠구나. 그래도 편지 받는 즐거움으로 답답한 마음은 상쇄될꺼라 맘대로 생각해버렸어.

요즘 일은 잘 되어가고 있어? 니가 하려고 하던 일 말이야. 벌써 포기한 것은 아니겠지? '벌써'라는 표현이 거슬리다면 '아직'으로 바꿀게. 정말로 잘 되어가고 있었음 해. 아니더라도 내 원망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 설마. ㅎㅎ

오늘 10년후의 나에게 라는 제목으로 6년전에 도착한 편지를 읽었어. 6년전에도 읽었고 그후에도 여러번 읽었지만 뭐 그닥 새로운 감흥이 없다가 오늘 읽어보니 왠걸 새로운 거야. 편지를 보낸 녀석이 기특하기도 대견하기도 한데, 읽는 내가 좀 부끄럽기도 하더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편지 보낸 녀석보다 나은 구석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너도 그럼 정말 안된다. 부탁이야.

그 녀석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6가지 범주로 해석된다는 다소 도발적인 테제를 갖고 있더라고. 나로서는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 부분에 무르팍을 팍 치게 되었어. 까뒤집기 전에 알고 있는 세상의 평온함과 까보고 난뒤의 불편함. 어짜피 세상의 꺼풀들을 다 벗겨낼 수 없는 현존재가 접하는 세상의 한계에 니힐리즘에 빠져버렸다 여겼던 녀석에 대한 내 오해가 녀석의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이란 걸 발견하고는 조금 부끄러워져버렸어.
 
어찌된건지 그 녀석은 미래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없었어. 참 낙천적인 건지, 세상을 모르는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감 과잉상태였던 건지 여튼 그런 녀석이 원망스럽기 보다는 부럽기도 하네. 현학적 허세들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새삼스러운건 책을 참 많이 읽기는 했구나 하는 점이야. 고리끼의 '어머니'와 펄벅의 '어머니'를 읽었던 때인가 본데 솔직히 난 내용이 기억이 안나고, 하루끼와 류의 소설에 심취했나본데 지금의 나는 고전을 더 좋아하니 발전인지 퇴행인지 몰라도 어쨌건 변화는 변화인거겠지.
요즘 나는 책을 별로 손에 들게 되지 않게 된 것을 반성하고 억지로라도 좀 읽으려는데, 그 녀석은 생각해보면 책은 참 많이 읽었구나 싶어. 도서관 800번대 책을 다 읽어버리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100의 1만큼이라도 이루었을래나? 전공은 100번대인 녀석이 ㅎㅎ.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보면 830번대는 거의 섭렵했던듯 하네 기특하게도.

그럼에도 쓰기보다 읽기를 좋아하는 성격만큼은 바뀌지 않은것 같은 것이, 글쓰기는 전혀 발전된게 없는 것 같아. 뭐 읽은 것도 기억나지 않으니 마찬가지일런지도. 이 편지만 해도 무언가 요즘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과거의 리뷰로만 채워지고 있잖아. 블로깅의 폐해일런가? 무언가 재료를 가지고 요리하기라는 글쓰기의 대의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요릿감이 계속 게워낸 것들 뿐이네. 편지쓰기조차 이렇게 불편할 정도로 된 내가 낯설어.

오늘밤엔 또 과거로 회귀하는 여행을 해보고 싶어 집어든 책이 두 권.
둘 다 꽤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읽고 자려고. 아마 '읽다 자려고'가 맞는 표현이겠지.

사막... 그리고 지중해에 바친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두 권다 서간문 형태니 읽으면서 공부좀 해보려고. 공부가 된다면 다음 편지는 좀 읽을만 할지도 모르겠다. 기대해도 좋아.
즐거운 하루 되길 바래~

p.s. 그나저나 전우익이란 분은 이름이 참 이율배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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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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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03 1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군생활에서 편지를 가장 많이 쓴 군바리 기네스북' 감이라 호언장담하고 다니고 있습니다.-_-;; 사실 Etude의 시작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절의 편지였던 것 같습니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수십통을 보내고, 그보다 보내지 못한 편지가 더 많고, 펜팔도 하고, 이상한 봉투를 보고 호기심에 편지도 써 보고,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편지도 써 보고, 해군분부 법무실장에게도 편지 써보고 - 답장도 받았습니다. 건강한 젊은이라는 전화칭찬도 받고-_-;;; - 100일이 깨질랑 말랑 할 때 즈음 부모님께 메일 편지도 보내드리고.... 장황한 것 이상으로 많은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가장 쓰고 싶었던 편지는 어떤 이에게도 해당되는 편지, 그 속에 내가 단 하나도 없는 편지였습니다. 이게 굉장히 힘든 습작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던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잘 할 수 있을런지-_-;;

    편지는 분명 영혼의 소리라 생각합니다. 그 소리가 10년 후 붕대소녀님께 닿기를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04 0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편지라는걸 언제 써봤나 가물가물 할 정도인데요. 최근에 편지글을 써보고는 흠... 이거 꽤 재미있는데? 하고 끄적여 봤어요. 그러다보니 영 서투르고 낯선 편지쓰기. 결국 이것저것 뒤적여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서간문들도 찾아보고, 일기장도, 받은 편지들도...

      이메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정취랄까...
      Highdeth님 손글씨에서 풍기는 멋이랄까요.

      그럼에도 '건강한 젊은이'에서 피식 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젊은이'인데 ㅋㅋ 용서를 (__)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05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오나-_ㅠ, 건강한 빨갱이 정도로 합의를 보고 싶습니다.^^

  2. Favicon of http://organicfarmer.tistory.com BlogIcon 꿈이촌놈 2010.09.06 2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지쓰기의 재미를 느꼈는데 보낼 사람이 없다면.. 저에게도 보내주세요.
    받아만 볼께요.. 답장은 기대마시고 ㅎㅎ
    -----------------------------------
    "10년 후의 붕대소녀님에게"
    소녀님 하시려던 일 모두 잘 이루어 성공하신 모습을 보니 기쁘네요. 괴짜가~!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07 0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0년후에 이 리플을 보고 너무 감격할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일단 희망적으로 미래를 봐야죠!!)
      괴짜님 새블로그 오픈하면 달려가서 편지같은 글로 대신할께요. ㅎㅎ

  3.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09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은 의식치않고 보내고 싶을때 그리 멀지않은 나에게도 평범한 글이라도 보내보고 싶습니다.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0 0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0년 뒤로 훌쩍 보내는 것의 장점이 있어요. 쓸 때 10년뒤니까 뭐~ 하는 맘이라 조금 부담이 없구요. 타임캡슐에 묻어놓을께 아니니까 그 중간에 '그리 멀지 않은 나'가 자꾸 꺼내보게 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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