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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언제 이야기야… 쯤 됬을 때까지 묵히고 이제서야 뒷북을 치게 된 이유 5가지. 

첫째, 보고 좀 화가 나서 냉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둘째, 무리해서 다녀온 럭숴리 여행의 기분을 퍼뜩 잡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셋째, 그래도 조금씩 정리해둔 내용이 든 파일이 태풍 왔을 때 날아가버린 컴퓨터하드에 있었기 때문이었고,
넷째, 살아남은 컴퓨터에 이미지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서 표를 못 만들어서 였고,
다섯째, 역시 이래저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리뷰무용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 였다. 



한참 진행중일 때 9일간의 달콤한 여행을 다녀와서 좀 밝은 글을 쓰고, 세상에 튀어나와도 부끄럽지 않을 글을 써보자고 한 5분쯤 생각해 보다가, 그건 아직은 내 능력 밖이구나 깨닫고 그저그런 글들을 또 양산해냈다. 그런데 완전 시골 버스정류장 같은 내 블로그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여전히 '대학토론배틀'이라는 검색어로 유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조금 잘 쓰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과연 마음먹고 잘쓰려 한다고 해서 잘 써질까? 하는 생각에 회의가 0.1초만에 퍼뜩 들었고, 결국 위에 주절이 주절이 달아논 핑계들에 기대어 스스로 합리화 하며 '미루기 대마왕'의 본색들 드러냈다. 


그래봐야 밀린 빨래와 설거지는 어떻게든 하게 되는 일.
그래서 리뷰를 포스팅하는 이유를 6가지 찾아냈다. 

첫째, 화난 이유는 그저 여독이 안 풀려서 였던것 같고,
둘째, 그 다음주 끝장토론을 보고나니 대학생 욕할게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셋째, 날아간 파일에 별로 중요한 생각이 있지도 않았는데 집착하고 있는 나를 돌아본 까닭이고,
넷째, 일러스트 따위로 정리 안해도 되는데 구차한 변명꺼리라는 자각을 했고,
다섯째, 어짜피 리뷰는 애초에 내 Masturbation이었는데 실용적인 잣대가 무슨 소용이냐라는 자각을 했고,
여섯째, 나에게는 이 리뷰를 나누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한 명인지도 모르겠다만)이 있기 때문이다. 



2주 정도의 시간은 눈깜짝 할 새 지나가는데 또 그 정도 시간은 요즘 같이 변화무쌍한 세상에 이미 오래된 과거다. 결국 시간이 약인가? 어찌됬건 올 여름 나를 즐겁게 한 세가지 아이템. 티스토리블로그, 태국여행, 그리고 대학토론배틀. 블로그는 내 멋대로 순항중이고, 여행의 여운은 긍정적 에너지로 정리되었으니 마지막 남은 숙제를 마무리한 기분이다. 

내 맘 같아서는 내가 나온 학교 후배들이 승패와 상관없이 긍정적 파문을 일으켜주길 바랬는데, 그들은 너무 어이없었다.(일단 한대 맞고 시작하자 니들은 ㅋ) 물론 학교별 예선을 거친 대표성을 가진 팀이 아니라 그저 자발적으로 결성된 모임이니 뭐라 욕하기 보다 솔직히 무조건 격려해주고 싶다. 학연과 상관없이 나름 응원했던 팀들은 선전했으나 우승 문턱에도 못 미쳤다. 다만 개인상 수상자들은 죄다 맘에 들었던 친구들이라 진심으로 축하했다. 니들은 나에게 감동을 주었어~ 


내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고등학교 때, 대학에 가면 꼭 해야 할 일로 손꼽았던 "퀴즈아카데미"가 막상 대학생이 되자 사라져버려서 상실감이 컷었는데 만약 요런 토론배틀이 있었다면 어떻게 팀멤버를 구성했을까하고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머릿속에서 제 아무리 드림팀을 만들어도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뭐 어때? 즐기는 건데. 

아마도 그 때라면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세대론, 통일문제, 문민정부, 죽음의 굿판, 주사파등등에서 주제들이 뽑혀 나왔으리라. 당시는 나름 전환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88올림픽 이후 경제성장뿐 아니라 국격성장으로 내일모레 선진국이 될거라는 로망으로 가득찬 시대상황에다 통합교육세대도 아니라 토론수준이 더 떨어졌을지도 모를일이다.(근데 이게 뭐 상관있나?) 그 즈음 저마다의 입장만을 되뇌이던 기억이 너무 많으니까 괜한 이유 갖다 붙였다. 
 

역시나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때 토론배틀이 있었다면 수준과는 별개로 좀더 원색적이기는 했을 것 같다. 입장이 혼재했지만 당파적이었고 상대에 대한 건전한 비판보다는 비판을 빙자한 비난하기를 훈련 받은 사람들이 많았기에…(나도 그 중 한 사람) 100분 토론은 없었고 쟈니윤쇼와 주병진쇼를 보고 풍자와 말장난은 배웠었던 것 같긴한데… 


2011년 대학토론배틀에는 부디 올해 토론배틀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비웃었던 강호의 숨은 고수들이 싸그리 튀어나와 깜짝 놀랄만한 승부를 보여주기 바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내년여름을 기다려본다. 정말 기대된다. 눈 깜짝할 새 다음 여름이 와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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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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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7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졸업하므로 패스-_-;;;

  2. 손님 2012.11.15 15: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정말 잘보고가요. 영상을 보지않아도 참 정리가 잘 되어있어 보기 좋았어요.

 

고대생 김예슬의 자퇴, 동의하십니까 

   

명지대학교(비주얼) – 찬성 VS 성신여자대학교(렛츠) - 반대

 

우선 아래 토론내용 요약은 지극히 힘든 작업이어서 대충 해버렸다는 것을 고백한다. 쟁점에 관한 전선이 형성된 포인트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줄일 수 있었지만 귀찮아 졌고, 더 세세할 수 있었지만 무의미 했다. 만약 세세하게 갔다면 토론의 막장성을 좀 드러냈을 정도의 차이일테다. 안 보셔도 그만이고, 보셨는데 부족하다면 다시보기를 하실 수 밖에... 이 지리한 말장난을 다시 보시기를 추천할 수는 없지만 굳이 보시겠다면 말이다. ㅋ


 

쓸데없는 사설

우선 김예슬 학생의 대자보와 자퇴로 이어진 화두는 조금 묵은 감이 있지만 결승전 주제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16강전부터 주욱 이어온 대학토론배틀이 주제와 상관없이 3자의 입장에서 떠들었던 학생들을 보면서 전문가포럼을 흉내내고 있다는 시각을 거둘 수 없었던 나로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하는 승부는 진정성의 승부일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가졌다. 

다시 강조하는데 그 넘의 '진정성'이란 지행합일 이전에 지언합일 정도의 경지다.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Redlichkeit(정직성) 정도의 개념이다. 그닥 대단한 것이 아니다. 거짓말 좀 안하자는 호소일 뿐이다. 이전의 과정에서 언어의 객관성만이 아닌 토론자로서도 객관성을 어필했던 명지대팀의 장점과 토론스킬을 가장 자유롭게 활용하던 성신여대팀의 대결은 결승전이 아니었다 해도 기대감이 컷을 것이다. 나로서는 한 쪽을 확실히 응원했겠지만 양팀의 저력은 어떤 잣대로 해석되든지 간에 이미 증명되었었다. 결승에 올랐으니까. 

그런데 양팀의 논지를 분석하려 해도 그다지 언급할 사항이 없다. 토론은 그 어느 때 보다 맴돌았고, 논점은 어긋났고 공격과 방어가 따로 놀았고 1회성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소감 한마디 한다면 정말 보고 있기 시간 아까운 토론이었다. 
생방송을 보며 편집이 과도하게 된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최악의 결승전이다. 



위악적(僞惡的) 뇌구조 비교




왠 인신공격이냐 물어보신다면 '음... 미안합니다.' 라고 해야 마땅하겠지만 이 토론을 지켜본 바, 안 그래도 될 듯하다. "저는 인신공격을 한게 아니구요. 뇌구조를 상상해 보았을 뿐이에요." 라고 말하면 한 쪽 팀에선 이해 할 꺼고 다른 한쪽 팀은 화는 나겠지만 반박은 못할 꺼다. 

입론에서 양팀이 꺼내든 카드를 보자. 찬성측 명지대팀은 '김예슬 사건'이 주는 의미에 대한 해석을 쟁점화 하자고 주장하고, 반대측 성신여대팀은 '김예슬 VS 보통의 학생들'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먼저 도발한다. 쟁점이 형성되지 않던 지리한 말싸움은 대학의 정체성과 역할론 논란으로 이어지기 까지 불필요하고 불편한 시간을 잡아먹었다. 이 시점부터 나는 명지대팀의 승리를 은근슬쩍 점치기 시작했다. 대학의 건전성에 관한 쟁점을 가져왔고 이 쟁점에 집중하려는 팀(명지대팀)과 김예슬 개인의 문제에 집중해 논점을 흐리려는 팀(성신여대팀)의 대결로 보였기 때문이다. 

뇌구조 따위 그림 왜 그렸냐면, 토론내용은 이 그림 두 장이면 충분히 정리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성신여대팀이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을 몇마디로 요약하자면 질문을 질문으로 받고, 쟁점을 파고들면 동의한다고 말하거나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난 뒤 바로 좀 전에 동의했거나 그런식으로 말 한 적 없다던 말을 반복한다. 나는 명지대와는 강경대열사와 관련된 기억 외에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아무래도 철저히 명지대팀 입장에서 성신여대팀의 오류들을 공격하게 될 듯 하다. 내 기준에 논리적 오류는 동어반복이나 당위의 선언보다 문제가 심각하니까.



김예슬 VS 보통의 학생

"김예슬이 대학의 자정적 노력을 폄하하고 일방적 책임을 물은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김예슬의 자퇴는 전선이탈행위다. 그러므로 올바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김예슬은 보통의 꿈을 꾸는 대다수 학생들을 비난했고 독선에 빠진 것."
"김예슬의 균열은 이미 많은 대학생들이 했던 문제제기의 반복일 뿐. 왜 김예슬만 존중받고 다른 사람은 외면받는가?"
"김예슬이 자퇴후 출간한 책과 연관지어 볼때, 일련의 행위에는 의도가 깔린 것."

이상은 성신여대팀의 주장중에 일관성을 갖는 것을 모아 본 것이다. '김예슬 vs 보통의 학생'이라는 프레임을 짜고 지속적으로 김예슬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 이것이 논리적 오류냐고? 아니지 물론. 다음 인용요약을 비교해 보자.

"김예슬의 꿈이 존중받는 만큼, 다른 학생들의 꿈도 존중해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자"
"김예슬 개인행동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님에 동의한다."
"김예슬의 소신있는 행동 반대하지 않는다. 개인적 행위에 반대하는 것 아니다."

명지대팀의 반박이 아니다. 성신여대팀의 이야기다. 이것 참. 나는 어떻게 다양성을 존중하며, 한 개인의 행위에 잘잘못을 따지면서 그에 반대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논리학의 창시자들이라고 밖에...



'행복'이란 무엇일까?

또 주목한 부분은 성신여대팀이 제시하는 '행복'의 정의다.

자아실현 = 행복 이라는 전제 하에서 행복추구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얻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하다고 주장한다. 뭐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행복의 필요조건으로서만 돈을 말한다면 그닥 관여할 필요를 못느끼겠지만, 논리구조상 행복의 충분조건으로 돈을 이야기 한 것으로 보인다. 금전만능주의를 아주 잘 설명해 주었다.

보충설명으로 너무 샐러리맨을 연상할까봐 걱정되셨는지, 화가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화가가 미대 진학하고 그림을 그려 팔아 생계유지하는 식의 행복추구) 안팔리는 화가는 불쌍한 거고 잘팔리는 화가는 제대로 자아실현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래 뭐 막장인생 고흐가 감히 성공한 인생 피카소에게 아니 살바도르 달리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건 그냥 그렇다 치자. 뭐 예술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그런데, 4강전의 성신여대팀이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면서 뭐라고 했는지 떠오른다. 기여입학으로 인한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를 어쩌구 한다더니? 8강전에서 낙태는 산모의 이기적 판단이라며 행복하지 않을꺼라 주장했을 때의 그 행복은 대체 어떤 개념이었을까? 낙태할 때 금전적 보상이 있다면 찬성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역사의 교훈은 과거의 이야기일뿐?

전반종료시 명지대팀이 프랑스68혁명의 예를 들며, 대학생의 각성을 이야기 했다. 중간 마무리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짜피 최종변론은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주어진건데, 찬성, 반대의 순으로 이어지다보니 성신여대팀이 자신의 최종변론에 반론(?)을 첨언했다.

"그건 과거의 이야기죠."

이런 근거로 나는 성신여대팀은 철학이 없고 가치관이 없다고 본다. 더불어 역사의식조차 없는듯 의심된다. 과연 이 비판에 어찌 반박할 건지 역시 궁금하다. 그래도 그들은 충분히 반박을 시도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위험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 블로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단순한 재미'를 위해 반박과정을 상상 해본다.

"행복의 문제를 취업과 직결시키고 있는 것은 물질만능주의라 여겨집니다만?"
"저희는 물질만능주의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4강전에서 하셨잖아요."
"그건 과거의 이야기죠. 그리고 우리사회는 자체정화능력이 있습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기업도 인지하고 변하고 있어요."

지어냈지만, 차용된 내용과 형식은 실제토론에서 따왔다.

다른 건 그냥 **들 하는구나 치고, 왜 자꾸 불쌍한 인문학을 마구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지만 해도 사회가 좋아진다면 수많은 인문학 전공자들은 천사급? 그저 성신여대팀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온몸으로 가르쳐 주었으니 실천하는 지성이라 추켜세워줘야 할런지도.



인문학은 만병통치약?

인문학의 정체성,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의 부재 등등 - 이처럼 억측과 오해로 점철된 개념도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성신여대팀은 "인문학 교육과 인문학적 토론회를 통해 계몽할 수 있다" 라는 주장을 반복하는데, 대체 이야기하는 인문학적 토론회는 지금 이자리에서 하는 김예슬의 대자보를 놓고 하는 토론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과연 이 무의미 해보이는 토론에서 어떤 희망이 보이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이 한 이 소위 '인문학적 토론'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그 진정성을 다시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의심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확신에 가깝게 추정된다. 혹시 철학, 사학, 문학, 정치학, 사회학 교수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라고 물으면 아마도 "꼭 그런 뜻이 아니구요. 그런 분과 더불어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토론회를 의미합니다" 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아무리 봐도 성신여대팀이 말하는 만병통치약 같은 인문학적 토론의 정체를 모르겠다. 설령 그런게 있다고 해도 누군가의 것이지 그들의 것은 아니다.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전가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여기에 대한 반론도 꼭 그런 것은 아니구요. 우리도 참여해야지요 이겠지.) 

사실 인성교육 역할론을 먼저 꺼내든 것은 명지대팀이었고 명지대팀 역시 인문학적 토론을 이야기 할 때 크게 다른 생각은 아니었으리라고 의심된다. 아니었다면 이런 허술한 논리들을 제대로 쳐부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겠지. 나는 "인문학이 밥먹여주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믿느냐?"라고 누군가 일갈해 준다면 살짝 반할 것 같기는 하다. 오해가 있을까봐 말해두지만 인문학은 상대적으로 밥벌이에 도움 안된다. 즉 성신여대팀에서 말하는 행복의 길에 이르는데 도움 될리가 없다.

게다가 성신여대팀은 어느 기업 CEO가 한국사회 인문학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기업자체의 자정노력이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데 "순진한 척 하는거냐?" 고 반문하고 싶은 생각이 꿈틀댄다. 인문학에 대한 이해(?)를 보며 드는 생각은 이것도 신자유주의 의식의 리좀적 확산이라 봐야할라나. 갖다 붙이기는 참 잘도 갖다 붙인다. 당신들이나 이러는 나나.



신뢰의 문제

성신여대팀이 후반들어 주장한 것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김예슬과 그에 관한 사건에 대한 비판, 다른 하나는 인문학에 대한 맹신, 나머지 하나는 우리사회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다. 그중 이미 검토한 두가지를 제외하고 남은 하나, 우리 사회(특히 기업)에 대해서는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보이는 측면에 관한 비판.

"기업의 자체 정화 노력을 믿는다."라고 주장하고 몇 가지 근거를 제시 하는데, 제시된 근거들은 '클레멘트 코스', '우리나라 대기업 CEO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했다는 말', '기업인사정책이 성적위주에서 인성위주로 변하고 있다'등 '클레멘트 코스'의 예시 외엔 근거조차 신뢰에 기반한다. 이 '클레멘트 코스' 조차 사회적 약자의 인격적 자각에 기여한 것을 부인 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사회(또는 기업)의 건전성을 논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예시다. 코스 수료자들에게 취업 인센티브가 적용되었다면 몰라도 말이다.

신뢰의 문제는 주체적 결정이니 간섭할 바가 못된다. 이 말은 즉, 내가 비판을 하면 안된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스스로도 "선택의 문제라면 토론할 필요도 없다." 라고 주장했듯 다시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토론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차라리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손' 이 있기에 일절 인위적인 장치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바로 건전성 비판으로 반격 당하겠지만 적어도 논쟁꺼린 되잖아. 



억지로 냉정을 되찾고 해보는 되짚기(즉 했던 얘기 또 하기)

좀 오버했다. 인정한다. 그래도 토론에 비하면야.

결승전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 것은 우선 명지대팀이 애초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큰 그림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고 성신여대팀이 토론의 쟁점을 벗어나 자기변호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현실문제와 지향점에 대한 각각의 논거를 구축하지 못한 채 뭉뚱그려 큰 그림에서만 이야기하려다 보니, 명지대팀은 당위만 계속 주장한셈이 되었다는 점이다.

명지대팀의 전반전 주요논점인 대학의 역할론에서 "대학은 단순한 취업학원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를 할 인재양성이 되어야 한다."와 성신여대팀의 "대학은 필연적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는 명백한 견해 차이임에도 명지대팀의 공격이 집요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진리의 상아탑' 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물론 그런것도 필요하지요." 한마디에 의욕을 잃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실체없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

   명지대팀 성신여대팀 
 공교육 대학교육에 종속되어 있음 대략 동의
 대학교육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곳.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양성할 의무 
 기업 이익추구가 최대의 목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곳. 
 사회 공익추구 해야 자체정화능력을 신뢰해야 

논의는 위에서 보듯 누가 먼저 변해야 하나? 대학이 먼저냐, 기업이 먼저냐로 이상하게 변질 되었고 의미가 없어졌다. 각각 대학과 기업을 대변하는 변호사는 아니니까. 이로 인해 김예슬의 대자보의 의미를 찾자는 토론 취지는 이전 대학토론배틀에서 일절 무개입 원칙을 지키던 백지연씨도 개입하게 만들고, 심사위원 중간평가에도 지적되었지만 금새 무색해 졌고 남은 것은 대학정체성 논란과 정말 무의미한 대학책임, 기업책임 논란뿐이었다.

성신여대팀은 앞서 지적했듯 분명 '김예슬 VS 일반학생' 이라는 틀을 짜고, 일반학생의 정서에 기대 김예슬을 평지풍파를 일으킨 죄인으로 단죄했는데, 반론이 나오자 발뺌하기를 반복한다. "김예슬은 대부분의 꿈을 쫓는 학생들을 매도했다." 라는 발언과 "김예슬 개인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발언이 한 입에서 나오는게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극도로 답답한 마음에서 내뱉었다고 보는) "그거 아닌가요?" 라는 명지대팀의 수많은 질의에 내용과 상관없이 성신여대팀은 "꼭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라는 답변을 무수히 반복하는데 청문회 한편을 보는듯 했다. 서로 논점을 좁혀보려 하는 시간이었던 전반부는 그렇다 하더라도 중반에 이르러서도,

"사회와 대학의 문제 있다고 하시는 겁니까?", "문제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력합니다."
"대학의 현실은 획일화된 취업학원 아닙니까?", "대학, 교수가 그러라고 하는건 아니잖습니까?"
"전공과 상관없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뭐가 나쁘냐? 자신이 원한다면 문제 없다."
"대학이 그 교육목적을 실현해야 되지 않겠나?", "대학을 지적해서 해결될 일 아니다. 기업이 먼저 변해야한다."

서로 오갔던 이 이야기들은 토론 주제의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 리뷰처럼.

토론 후반부는 좀 더 청문회스럽다.  

성신여대팀 "대자보를 쓰고 자퇴한 건 해결을 위한 자세 아니다." 명지대팀 "대자보와 자퇴문제는 분리해서 해석하자." 명지대팀이 토론시작하며 처음부터 주장한 명제이고, 논지 전개과정상 개별적인 문제가 아닌 그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하자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러기에 명지대팀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대답을 계속 강요받은 셈이다. 이미 자퇴는 전장을 바꾸었지 전쟁을 그만둔게 아니라는 답변도 했고, 김예슬 개인 행동에 대한 논평을 하지 말자는 주장도 했지만 성신여대팀은 어짜피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작정하고 밀어붙이는 김예슬 까기를 부추기는 격이 되어버렸다. 

이어지는 성신여대팀의 "김예슬은 선이고 나는 적인가?" 발언과 "김예슬이 비판한 것은 대학생이 아니다."라는 명지대팀의 반박. 이부분은 성신여대팀이 습관적으로 그동안 범해왔던 또 하나의 자가당착에 빠져드는 시작부분이다. 의심이 들 정도로 섬뜩한 생각이긴 하지만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에 무섭지는 않다. 논리보다는 흠집내기 목적의 이분법적 사고. 마녀사냥의 시작이 보통 이렇지 않은가? 이러고 나서 한동안 김예슬의 방법론이 대부분의 건강한(?) 학생들을 매도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데, 종국에 가서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한다. 토론 상대자를 어이없게 하는 무적스킬이다.



승패에 집착해서 몇 마디

탁석산님이 중간평가 때 억지로 하는 것 같다는 소회를 남기시는데, 무슨 말씀인지도 알고 그 마음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내 관점에서 명지대팀은 꽤 공격했다. 단발성이라서 그렇지. 그래서 어쨌든 중간평가는 잘 나온거일 테고, 결과론이지만 상대팀이 답변아닌 답변을 유야무야 날릴 때 좀더 집요하게 공격했어야 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거라면 안됬지만 소피스트를 얕잡아 본것이다.

명지대팀의 패배 결과를 보면서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찝찝한 기분이다.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집요하게 공격을 안 한 탓이고 스스로 자명하다 생각하는 점을 심사단과 교감하지는 못했던 탓인가 보다.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으니 승자라 불리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챔피온입니다." 이 말은 오늘 부로 요렇게 고쳐써야 할 것 같다.
"진정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은 여러분이 챔피온입니다."

성신여대팀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바라보며, 역산해 보건데 지원패널 질답중 흑기사를 사용한 명지대팀이 규정에 의해 감점을 받았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토론 자체는 명지대팀이 이긴건가 보다. 

그래서 우승을 놓친 명지대팀 억울하냐고? 아니 나는 명지대팀이 억울하다고 말 한 적이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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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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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7 1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식힌 다음에 읽는 게 좋다는 생각을 잠깐 말씀드리고... (이번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유랑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생활이 끝난 후 도가니를 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승이란 이름의. MVP란 이름의.)

  2.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8 04: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고편, 저번 댓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사마천과 이븐 할둔과 필립 아리에스(아니면 모리스 블랑쇼!), 경우에 따라서는 진중권도 등장할 예정!!!!!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8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그래봐야. 진중권 말고는 다 과거일 뿐. ㅋㅋㅋ

      필립 아리에스와 모리스 블랑쇼가 Highdeth님의 persona안에서 합체하는 모습은 어떨른지.(그들의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고 이런 말 하는게 우습지만.) 기대감을 높이시는군요.

      이븐할둔은 근데 참 궁금한 인물입니다. 그 동네 사람들이랑 너무 안친하군요. ㅋ

  3. 지나가던이 2011.04.11 1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생이 흥미를 가질만한 토론 주제가 뭐가 있을까 검색해보던 중에
    '대학 토론 배틀'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각 라운드별 토론 주제가 뭐였을까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셔서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대학기여입학제도 허용해야 하나
                                   
연세대학교(언금술사) - 찬성

"소수의 기여 입학으로 다수의 저소득층에게  장학혜택을 줄 것"  

성신여자대학교(렛츠) - 반대

"기여 입학은 학벌을 돈 주고 사는 것,  교육 평등권에 위배"

   

 

미리 깔아두는 사설

"나 잔디 깔고 들어왔어." 1학년 1학기 학사경고를 때려 맞은 동기의 말이었다. 나는 상당히 순진한 아이(?)였기에 곧바로 그의 집안배경이 남 다르다는 것과 학사경고를 맞고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에서 내가 아는 몇몇 뼛 속 깊이 부잣집 아이라는 낙인이 찍힌 친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실제 입학 당시 잔디가 새로 깔렸으니 정황증거도 확보되었다. 그런데 뭐?

그 친구가 잔디를 깔고 왔건, 건물을 짓고 왔건 별 관심 없었던 이유는(대체 얼마나 사는집 애일까? 하는 관심은 충만했다 사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을 뿐.) 시험문제 몇 개 더 맞고 덜 맞고 하는 것으로 정해지는 대입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러냐고? 아니다. 시험제도가 바뀐것과 상관없이 생각이 좀 바꼈다. 여전히 그닥 신뢰는 안하지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대입 완전 자율화 되기 전까지의 유보적 입장이지만.

대학기여입학제. 이 토론 주제를 보면서 뻔한 이야기를 그려보았다. 가진자의 횡포 vs 공리주의. 보통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던 대학토론이 왠일로 그대로 재현된다. 그래서 토론자체의 진행과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어져 버렸다. 승부가 명확히, 그리고 지나치게 일찍 나버렸다는 것이 원인일꺼다. 승부와 살짝 벗어난 곳에 촛점을 맞춰서 늘 그래왔듯 몇 가지 가설과 억측을 내세워 없는 재미를 찾아 보았다.

다음은 상상의 나래, 혹은 가설과 억측들을 빙자한 강도 높은 비판.


'그들'의 이야기 vs '우리'의 이야기

어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토론전 준비과정에 대한 배경 정보를 전해 들었다. 다소 특정팀의 인상을 부정적으로 이해하게 될 스토리이다. 뭐 그 분의 인품은 신뢰하지만 그 분이 전하는 정보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상상력에 도움은 되지만 동시에 편견을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세한 것을 밝히면 허위사실 유포가 될수도 있을테니 표현의 자유를 남용해 드러난 사실을 갖고 구라를 쳐봐야지.

전반전 성신여대팀의 "연세대에 자발적 기부문화가 싹트고 있다. 블루버터플라이라고 아시겠지만...?" 이라는 이야기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연세대팀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처음보는 '찬스'까지 써가면서 작전회의를 갖는다. 아이러니 한 점은 대학토론배틀에서 내가 본 학생들은 객관성을 어필하고 싶었던 탓인지, 몇몇 순간들을 제외하면 '우리'의 이야기나 '나'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줄곧 해왔다. 심지어 자신이 속한 준거집단의 지칭에도 '그들' 을 사용하고 '그들의 이야기' 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이 토론도 양팀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전략적으로 제시된 "니네 학교 이야긴데, 알아?" 한마디에 우왕좌왕 하는게 좀 코메디다.

이는 익명의 제보자가 전해준 정보의 신뢰도를 높여주었고 연세대팀의 사전조사와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라는 의혹을 정당화 해줬다. 포인트가 단순히 허를 찔린거라고 생각하기보다 준비성부족으로 보게 된 이유는, 이전 라운드에서 연세대팀이 주도적으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때론 반론을, 때론 보충을 해왔던 것에 비해, 4강전에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여입학 시행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편집된건가? 모르겠다.) 막말로 그냥 머리비우고 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Anarchist vs Blindness

성신여대팀이 입론에서 주장한 쟁점사항은 황금만능주의 조장, 교육평등권 침해, 양극화 심화의 3가지이다. 시종일관 이 관점에서 연세대팀의 공격을 방어해 냈다. 어짜피 3가지로 나뉘어서 그렇지 '평등'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한 가지 말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과연 3가지 쟁점 사안이 기여입학제에 의해 빚어질 문제인가 의심된다. 반문해보고 싶어진다. 기여입학제와 상관없이 상존하는 문제 아니던가? 정당한 반론이 되지 않을런가 몰라도, 일단 따져는 봐야겠다.

우선 황금만능주의 라는 듣기에 부정적 뉘앙스 만빵 깔려있는 이 단어는 무엇일까? 아 정말 익숙한 질문 만났다.

지나치게 돈을 숭배해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돈이 있는 사람을 강자로 여기고 돈이 없는 사람을 약자로 여기는 풍조. 고위공직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남용하고, 기업인들은 거기에 줄대려 비자금을 만들고, 가진자들의 물욕은 한계효용을 뛰어넘고 서민들의 삶은 힘들어져만 간다.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 있는 사람은 풀려 나고, 돈 없는 사람은 감옥 간다.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서열화 시킨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2010년의 대한민국이다. 즉 대한민국 정부는 황금만능주의를 착실히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 없다. 성신여대팀, 그대들은 무정부주의자들인가? 연세대팀, 그대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 사나? 


나쁜인재(?)론

성신여대팀의 주장중에 "교육자본은 인재양성에 쓰여야 마땅한데, 기여입학제는 본말을 전도하여 자본을 위해 나쁜인재(?)를 대학에 입학시킨다" 는 논리가 있다. 좋은 말이고 주목할 만 하다. 여기서는 누가누가 잘했나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결국은 따질꺼다만) '나쁜인재'라는 표현이 주는 재미만 일단 취한다.

'나쁜인재'란 과연 어떤 인물일까? 입학성적 또는 수학능력이 같은 학교의 다른 학생에 비해 못미치는 학생이라는 것과 윤리성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이라는 특징 외에 찾아낼 만한 근거가 없다. 주요쟁점이 되었으면서도 정의는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다.

논의가 진행되며 나왔던 국가유공자자녀특례등에 양팀 다 동의한 것으로 보아 '나쁜인재'는 수학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윤리적 잣대. 그런데 이넘의 윤리라는 것이 상대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 아비가 또는 어미가 자식을 위해 거금을 쾌척해서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것이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기여입학제가 없는 상황하에서는 정당할 것이다. 탈법적인 행위이고 사회정의라는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니까. 그런데 제도가 마련되면 그건 더이상 윤리적으로 따질 수는 있되 비난할 것이 못된다. 부모의 뜻에 따르는 자식을 비윤리적이라 할 수도 없다. 이것은 현행 형법도 특례로 보호해준다.

결과적으로 성신여대팀의 주장을 차포떼고 해석하면 제도가 시행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제기를 제도 시행전의 잣대로 하는 격이다. '차포떼고' 라는 표현은 논리를 제외한 정서에 호소하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즉 성신여대팀이 심각한 논리적 오류를 범했으므로 잘못했다가 아니라, 정서에 호소할 여지를 남긴 주장일 뿐일 수도 있는데, 연세대팀이 너무 쉽게 논리적으로도 받아들인 것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다.


조삼모사론

연세대팀이 기여입학제 시행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지방대순차론'에 대해 성신여대팀의 반박에 나오는 말이다. 연세대팀의 주장은 소수 상위권 대학에 재원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면, 소외 받을 가능성 있는 대학부터 먼저 시행해 보면서 제도적 보완을 하자는 것이었고, 성신여대팀의 반박은 순차적으로 시행해도 상위권 대학에 기부금이 몰릴 것이 분명하고 결국 기부금을 척도로 하는 또다른 대학서열을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좋은 치고받기다.

그런데 조삼모사라면, 대가성 기여인가, 보상적 특혜인가에 관한 논쟁에도 같이 적용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성신여대팀이 대가성 기부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면서, 보상적 특혜인 국가유공자자녀특례, 농어촌특별전형 등에 면죄부를 주었는데, 보상적 특혜도 전형화 되면 대가성으로 쉽게 비화될 수 있는 것을 우리사회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던 나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보상적인 성격이었다가 이젠 대가성이기도 한,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만 봐도 그렇다. 국민적 합의가 어느정도 뒷받침 되고 있지만, 매번 사안이 벌어질때 마다 이미 규정이 있음에도 그에 우선해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보상적 특혜와 대가성 기여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상상의 나래를 접고 현실로 돌아와서

성신여대팀이 준비를 참 많이 해오는 팀이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정작 논지전개과정에서 자가당착적 논리를 보이는 것과 쟁점을 희석하는 스킬들을 잘 써온 것들을 이전 라운드에서 봤던 바. 나는 솔직히 실력있는 소피스트들이라는 혐의를 씌운 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번 토론에서 시종일관 쟁점을 쥐고 흔들며 논리적으로 추궁하고, 논점을 벗어나지 않고 싸운 완승이라는 점에 적잖이 놀랐고 감탄했다. 

특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것은 아니다. 평등권에 기반한 황금만능주의, 교육평등권침해, 양극화심화 이 세가지 폐해를 제시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전반 내내 환기시키는데 성공했고, 몇몇 깔끔한 반론과 더불어 승부를 일치감치 냈다. 그리고 맞이한 후반전에서 반격에 치중하는데, 몇 번의 함정을 파는듯한 질문은 쓸데없어 보이긴 했지만, 연세대팀의 후반 국면전환 시도를 깔끔히 차단하고 승기를 굳히는데에는 특유의 토론스킬이 아낌없이 발휘되었다.

반면 연세대팀이 지난 라운드에서 상대논점의 오류를 점잖게 그러나 강하게 공격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번 토론에서 너무 무기력함에 또 놀랐다. 준비도 제대로 안되었고 논리개발도 안되었고, 애초에 끌고갈 쟁점에 대한 논거조차 준비안 된 상태로 억지로 대안제시를 통한 국면전환을 노렸던 것 같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니들은 안된다고만 이야기하지, 우리는 되는 방법을 생각하자는 거야." 로 축약되는 연세대팀의 논지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쟁점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 뒤에야 결정타가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이성적인 필드에서 참패한 팀이 뒤늦게 꺼내든 감성카드는 아무런 힘을 발휘 할 수 없었다.

아 이제 최악의 결승전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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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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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14 14: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토론배틀은 공영방송에서 해주는건가요? 저는 하루종일 텍스트에 파묻혀있다 붕대소녀님 블로구에 들어오니 또 학교에 온 기분........ 읽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나중에 제정신으로 정독한후 댓글 달도록 하겠습니다 ㅋㅋ

    (딴소리)
    전 막 영화 한편 보고 들어오는길이에요 이런류 영화의 팬인 동생의 손에 이끌려 레지던트이블을 보고왔는데 영화는 둘째치고 저는 3D가 왜이리 적응이 안되는지요...- - 뭔가 미국사람들 코에 맞춰 제작한 줄줄 흘러내리는 안경.... 집에 굴러다니는 안경으로 담번엔 자체제작을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 핫도그는 맛있어... 열심히 먹으며 전편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안습기억력에 내내 설명만 열심히듣고 왔담다 ㅋ 음 좀비는 계속 진화하는군요 나중엔 원생동물처럼 번식하기 시작하면 어케 될까요? 암턴 저는 괴물영화가 싫다능 휴~ 하지만 통쾌한 액션은 시원 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5 0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이런... 영양가 없이 길기만 한 글이 선수님을 미혹에 빠뜨리는 군요. ㅋ

      요 프로그램은 케이블에서 한거에요. 끝난지 보름 넘었구요. 저는 그냥 나름의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참 진행중일 때 여행을 다녀와서, 대학토론배틀이라는 이벤트에 관한 시의성과 상관없이, 토픽 자체를 대상으로 쓸까 했는데, 평범한 뒷북리뷰가 되었습니다.

      마무리 퍼뜩 하고 다시 건조한 글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ㅋㅋ

      레지던트이블은 여긴 내일 개봉인가 보네요. 뭐 무조건 봐줘야 할 영화이긴 한데, 저도 좀비류는 별로입니다만 어쩔 수 없어요. 어린시절 과학관이나 엑스포에서 보면서도 별 감흥을 못느낀 3D영화가 이렇게 대세가 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ㅋ

  2.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4 1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종적인 히까닥은 tvN이란 생각이 들어요. 수준 운운하는 거 정말 좋아하진 않지만, 토론 프레임을 어떻게 고따구로 짜셨느지 궁금할 따름이에요. (이건 토론배틀 리뷰가 끝나는 대로 정리를~)

    전 이거 보면서 변희재가 떠올렸어요. 작년에 변희재와 변희재 딱깔이 여대생, 김지윤씨와 서울대생 이렇게 20대 관련 토론을 했었어요. 베스트는 변희재 딱깔이 여대생에게 주고 싶었던 게, 관객 대부분이 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프레임 내에서 잽을 날리는 게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울대생은 네임밸류에 비례하는 인상을 남기진 못했고, 지윤씨야 워낙 말 잘하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구요. 변희재가 기여입학제를 쟁점으로 끌고 오더니, 자기 얘기만 쏼라쏼라하고 지윤씨 반박에는 귀를 휙 닫아 버리다라구요. 어떤 면에서 보면 저것이 진정 토론도사의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ㅋㅋㅋ

    이때의 토론이 오버랩되면서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서 기여입학제를 지지하는 연대를 보면서.. '참 연대 답다.'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구요. 이거시 왼쪽 깜빡이 키고 우회전의 전형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참 합리저기로세...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똑똑한 것 같은데 똑부러지는 맛은 없는 느낌이랄까요? 쌈장없이 삼겹살먹는 더러운 기분이었어요!-_-+ 물론 성신여대가 소금장 역할을 해서 이긴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당연히 이길 길일 간 것일 뿐이죠. 물론 결승의 결과는 논외. (그 남자의 뒤끝작렬!!)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5 0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변희재가 많이 읽었고, 많이 쓰고, 많이 씨부린 것에 한 점 의혹도 없지만, 그 녀석 멍청해 보이기만 합니다. 참 처절하게도 산다 싶고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게 살 필요 없는데. 예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가 토론에 꽤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는, 토론을 정말 즐기기 때문일겁니다. 상대를 자극하고 발끈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나 봅니다. 듣보잡이라는 말의 불순함에 거부감이 들어 잘 사용안해오다가 한 때 즐겨 사용하게 된 이유도 그가 제공해 주었구요. 좌우지간 오래 살 것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4강전의 성신여대팀은 소금장은 아닐지 몰라도 룰을 지키면서도 깔끔하게 승리한 것이 최대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승에서도 좀 룰을 지켰으면 좋았을텐데...

      대학토론배틀에선 똑똑한 사람들을 찾기보다, 신선한 사람들을 찾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토론참가자나 패널 개인에 대한 평가를 피하는 이유는, 팀으로 평가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까닭이고, 팀일 뿐인데 대학이름을 들먹이는 것은, 공식적 대표성과 상관없이, 대학생의 소속감(조직충성도)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저는 꽤 집단주의나 공동체주의에 경도되어 있는데, 신자유주의와 반대방향에서 와서 손을 맞잡는 형국이군요. ㅎㅎ 이런젝일.

  3. Favicon of http://ghostjin.tistory.com BlogIcon Ghost JiN 2010.09.17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붕대소녀님 ~몇번 왔다가 너무 진지한글이라 글을 적을 용기가 없었는데~ 그냥 가기도 미안하고 해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근데 기여입학의 장단점을 따지긴 뭐하죠. 대학은 순수한 교육과 배움의 상아탑으로써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야만 할텐데 돈이 오가는 문제가 있다면 기본 취지에 반하는것 같아 못내 가슴아픕니다. 대학이 취업을 위해 혹은 학벌을 위해 원 취지가 변색한거야 어쩔수없는 변화라 하더라도 그 정신만은 잊어선 안될텐데 말이죠.
    대학은 순수한 학문의 깊이와 배움의 열망과 호기심으로 진학해야 함이 옳은데 말이죠. 저역시 대학진학후 한참을 방황한적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고 학문을 배움에 뜻이 그다지 없이 남들이 가는 길이고 정해진 수순이였지게 초중고 진학하듯 자연스럽게 가야하는 곳으로 인식했기에 배움에 심취한게 된건 군제대후 2학년을 좀 넘긴 후부터였죠. 그나마 이런 늦은 반성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졸업할때까지 그저 그런 대학생활의 외적인 방탕한 낭만에만 심취해있는 사람도 많은게 아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부입학까지 한다면 대학 존재의 근원적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솔직한 말로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전문 직업인 교육만 받아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데 굳이 비싼 학비를 소비하며 대학에서 아무런 감흥없는 무미건조한 놀이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또는 취업과 학벌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이런 기부입학으로 인한 대학의 이미지 실추는 엄청난 정신적 폐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이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의 문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무의미 하지만 도의적으로 부유한자들이 최소한 대부분의 중하층민이 누릴 배움의 자리를 아주 작은 숫자더라도 빼앗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유한자들에게 주어진 혜택이 교육의 질을 높일 재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기본 취지를 훼손시킨 후 교육의 질이 향상되더라고 이미 썩어버린 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적다 보니 너무 길게 적었내요.....지송
    아무튼 너무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철학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대부분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인데~ 대단하세요
    하지만 그 삶자체가 철학인만큼 철학은 친근한 것이겠죠. 종종 삶이 힘들면 놀러 와서 넋두리 할께요~ 상담해주세요~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삶의 생각하는 깊이가 깊다고 하잖아요~ 많은 생각 좋은 생각 많이 많이 하셔서 더욱 풍요로운 정신을 가지시길 바래요~ 이만 줄입니다. 진짜 너무 주책스럽게 길게 적었내요...그리고 주제에 조금 벗어난 댓글인듯해 죄송합니다. ㅎㅎ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7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님 감사합니다.^^
      장문댓글 저는 무지 좋아합니다.

      애초에 이 대학토론리뷰는 논평쪽이 아니라 논리구조분석으로 가려는 기획이었는데요. 중간에 여행도 다녀오고, 게으름으로 미뤄지고 하면서 시간을 두고 보니 논평질을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ㅋ

      사람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님 글을 보면서 정서적으로 무척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정보제공에 있어서도 배려해 주시는 마음에 살짝 반했습니다. ㅋㄷ

      저는 물론 현시점에서 기여입학도입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좀 급진적인건지 몰라도 대학입시 완전자율화(대학이 알아서 문제를 내든 지지고 볶던 알아서) 이후에는 기여입학을 해도 된다는 입장이에요. 대학의 서열이 고착적인 것을 해소하기 위해 프랑스처럼 아예 국공립화 해서 재배치 할 수 없다면(그것도 썩 훌륭한 대안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전국시험을 폐지하는게 급선무라는 생각 때문에요. 그 후에는 뭐 대학이 다 알아서. ㅋ 비판에 대한 책임도 알아서... 이미지 실추가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원칙이란 것을 지키지 못하고 기여입학을 도입한 대학은 도태될꺼라는 이상적인 생각이네요.

      철학에 관심이 많지만, 너무 허접합니다. 생각도 별로 안깊어요. 상상을 많이 할 뿐입니다. ㅋㅋ
      주제에 전혀 벗어나지도 않고, 좋은 글 주시고 격려까지 해주셔서 무척 기쁘답니다.^^;;

  4. 2010.09.17 17: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7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튼 뭔가 저도 대책을 마련해야 될듯요. 당연히 앞으로도 오해살 일이 생길 것 같고, 그 때마다 님처럼 다 이해해 주실 것 같지도 않고요. 일단은 지금 아는 분들은 됬고 음 어케든...

      바쁘실텐데 이렇게 글 따뜻하게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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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 시대 소통의 도구는 영어! 영어 공용화로 경쟁력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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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얻으려다 한국어 정체성 잃을 수 있다!

 



시작하며 - Introduction

First of all, this review 는 지극히 사변적이지 않다. Logic의 싸움인 debate의 review가 응당 이성에 의해야 할 것임이 마땅하겠지만, 시간이 너무 흐르고 흘러서... 라는 구구절절한 변명을 앞세워 personal matter로 다룬다 like a manifesto. Therefore, if you are going to find objectivity of this review, it would be useless. Do not waste your time. Taste is personal matter. However any tackle will be welcomed.(영어공용화에 대한 나름의 해석)

영어공용화문제, 이것을 이제와서 대학과 기업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기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미 2년여전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에 포함된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영어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한다"는 교육정책하에서 대학과 기업의 영어공용화 문제가 새삼스럽게 도마위에 오르는 것이 이해되지 않지만 대학생(수용자) 입장에서의 토론은 그 나름의 의미를 분명 갖고 시사하는 바도 있으리라는 제작진의 의도에도 공감할 수 있다.

전술한 바 대로 '오렌지'하니 못 알아먹고 '오륀지'하면 알아듣더라는 명언(?)이 기억난다.
급 오랑젠자프트Orangensaft가 한 잔 땡겨서 냉장고Kühlschrank를 살폈더니 우유Milch밖에 없구나. 괜스레 독일어 단어를 쬐끔 안다고 자랑하려는게 아니다. 피히테가 남긴 '독일국민에게 고함'에는 독일어를 순수하게 사용하는 국민과 다른 라틴어계열 파생어를 섞어 쓰는 국민의 국민성을 비교한다. 이런 것들이 결국 나치즘의 이론적 기반이 되어 독일어는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라 신성시 되었고, 독일어와 다른 언어를 섞어 사용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타락했고 지적으로 떨어진다고까지 주장되기 이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Reden an die deutsche Nation' 이라는 피히테의 책 제목은 라틴어 파생어 Nation이 변형없이 포함되었다는 것. ('언어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 책이 어딨는지 보이지 않는다. 재미난데.)

독일의 예에서 언어문제를 제도적으로 제한할 경우 빚어지는 코메디를 보았다. 그런데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가 배타적 자국어 보호를 법령으로 강제하는 현실을 비추어 보면, 역시 답없는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대학과 기업에서의 영어공용화 문제라는 주제의 토론이지만 대학과 기업에 한정되어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고 정치적 맥락, 제도적 맥락에서 언어와 문화를 통제하려 하는 기획은 공감되지 않지만 어쨌든 토론은 토론, 들어나 보자. 


전반전

"대학과 기업에서 영어공용화는 국제화 시대의 요구이다." 찬성측 명지대팀의 입장은 명료하고 포괄적이다.
"영어획일화의 폐해, 우리 고유의 가치(언어, 문화)에 대한 악영향, 사회적 계급분화의 폐해" 반대측 전북대팀의 입장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다.

토론에서 포괄적(종합적) 명제를 카드로 내세우는 것은 일반화 해서 이야기 한다면 전세가 유리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일 테고, 개별적(분석적) 명제를 내세우는 이유는 구체적 사례를 통한 반증을 하겠다는 기획인 것으로 보인다. 찬반토론에서 익숙한 쟁점제안인데 전반전 토론에서 양팀은 외견상 격렬히 부딫혔지만 주요쟁점에서는 탐색전으로 일관했다고 본다.

초반의 영어정체성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중반을 지나가며 대학 영어공용화의 실용성 논쟁에서 전북대팀의 공세에 명지대팀이 다소 말려들었던 부분에 주목한다.

명지대팀의 반박중에 "영어공용화가 계층분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란 주장에서 논거가 좀더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 앞서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하향 평준화 하자는 이야기냐?"하는 반론을 제시했던 입장이었고, 고등교육의 특수성을 주장하고, 일방적 평준화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면서 대학교육이 엘리트교육이고 계층분화에 동참한다는 것을 사실 인정한 상태다. 이 조건하에서 명지대팀이 굳이 대학에서 영어공용화가 계층분화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반론하기 보다는, 앞서 주장했던 대학교육의 특수성을 더 강조하고 계층분화초래(이것은 이미 대학교육의 본질이니까 영어공용화 여부와 상관없이)라는 상대팀의 주요쟁점 하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주장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더 밀어 붙이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아마도 후반전까지 내다본 전략적 선택이었겠지. 

반면, 전북대팀의 주장 중에 "영어공용화는 위에서 시작하는 제도적인 시행이 아니라, 초중등교육(공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계층분화의 폐해를 논하기 위해 제시된 명제라고 이해는 되지만, 이는 입론에서 주장한 다른 문제들(영어획일화, 우리 고유의 가치상실)을 되려 심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의문이 생긴다. 입론에서 제기한 문제로 보아서는 영어공용화의 본질적 문제를 적시하고 있는데, 대응논리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면서 동시에 스스로 세운 입론에 반하는 주장을 하게 된 것은 이후의 진행과정에서 간파되고 논박되어질 가능성을 남겼다. 언뜻 현정부 영어심화교육론과 엇비슷해 보이는데 그걸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설마 아니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것 역시 전북대팀이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봐야하겠지.

명지대팀에서 찬반토론의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 먼저 반대논리를 공격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게 잘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반전의 운용은 전북대팀이 효과적으로 이끌었다고 본다. 양팀 공히 관점에 따라 모순된 주장(반격되기 쉬운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명지대팀이 전북대팀의 '영어 획일화' 문제제기에 대해 논박하며 "영어강의의 존재는 그만큼 영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로 정면대응 아닌 논점무효화 시도를 했고, 계층분화론에 대해서는 반박을 시도했지만 위에 설명한 대로 하다 말았다. 반면 전북대팀은 영어공용화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취하면서 필요에 따라 '대학과 기업'이라는 제한을 넘나들고, 윤리적 잣대와 실용적 잣대를 자유롭게 들이댔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면을 공격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대학과 기업이라는 제한을 걸고 그 안에서 '영어공용화'라는 주제를 갖고 시작된 토론은 그 제한이 토론 참가자들에게 조차 큰 의미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실제 제도문제와 교육문제까지 논의가 확장되었던 것이 그 증거) , 정서적으로 반대입장이 지배담론이라고 생각한다.(대학과 기업에 국한된 토론이라면 실제 사례들로 봤을 때, 그 반대라고 생각되지만) 
즉, 전반전에서 쟁점의 범위를 제한하는데 엄격하지 않았던 이 토론에서 포지셔닝은 일단 전북대팀에 유리하게 돌아간 측면이 있다. 전북대팀이 8강에서 부산대 '토론스타P'팀의 맹렬한 공세를 받아치기 위주로 버텨내고 결국 4강에 진출한 이유중에 하나는 상대의 공격라인을 예측하고 그것을 피하는 전술을 잘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걸 또 명지대팀이 모를 리 없다. 명지대팀이 이전 대전에서 상대방의 논리구조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일반화 시키고 단칼에 베어버린 모습을 상기하면서 압도적인 전북대의 중간평가 승리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의 전개가 기대되는 최초의 토론"이라는 김옥영님의 심사평에 100% 공감하며 후반전으로 넘어간다.


후반전

명지대팀의 영어공용화가 왜 계층분화를 만드냐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북대팀이 필리핀의 예를 들어 답변한 것과, 영어공용화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논리에 반해, 실제 적용사례가 영어만을 쓰게 한다는 반박은 적절했다. 반면
우리말이 파괴되고 있다는 전북대팀의 논리에 인터넷부터 끊으라는 명지대팀의 반박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즐겨 써먹는 논리다.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주장도 있다. 각각 상대팀에 의해 반박되어졌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 맴도는 언어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 양팀이 공유하고 있는 전제들에 대한 의문이다. 

우선 "영어는 수단으로써 우리의 문화등을 알릴 수 있는 유용한 것이고, 영어공용화가 이에 기여한다."는 명지대팀의 주장.

대학과 기업에서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 환장하겠는데 영어를 못해서(영어공용화가 아니라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은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우선 든다. 더불어 애초에 문화를 알리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 고민에 빠진다. 굳이 관심없는 사람은 영어로 되어 있든 한국어로 되어 있든 알려고 하지 않을꺼고, 관심있는 사람은 외계어로 되어 있어도 알려고 할거라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 그 관심을 환기하는 수준의 영어라면 절대 전국민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 영어교육, 공용화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전반적인 문화수출지향정책에 회의적이다.

정작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 친구들이 묻는다. 한국홍보CM에서 봤다며 "머리로 리본 돌리기 체조 하던 사람은 어디가서 봐?" "음? 글쎄?" 잘모르겠다. "부채춤은?" "응?" 나는 TV에서만 봤는데, 한글 티셔츠를 입고 김치를 좋아하는 미국인 친구는 뉴욕에서 봤단다. 또 다른 미국 친구는 인사동 스타벅스에 가고 싶단다. 한글간판 앞에서 사진찍어 자랑질 할꺼래나 뭐래나. 영어가 문화홍보의 수단이 될거라는 것을 전면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영어배우는 것이 우리문화를 알리는 수단이 되기 보다는 우리가 타 문화를 배우는 쪽의 수단으로써 주로 기능하게 될꺼라 나는 확신한다.

"영어공용화는 영어만 강조하여 타문화와 언어습득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전북대팀의 주장.

영어공용화를 안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모습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영어만 강조하고 있고 그닥 타문화와 언어습득에 신경 안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어공용화가 시행된다고 해서, 이를테면 일본어 공부하던 사람들이 그만 둘꺼 같지는 않다. 그외 유럽권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거의 영어도 어지간히들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내 편견만은 아닐텐데. 혹시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영어만 강조하고 있는것 만큼은 사실 아닌가. 그러니 영어공용화를 한다고 해서 천지개벽할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국어보호법이 발동되면 난리 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옥외간판 외국어 사용금지라도 한다라면 어떨지.

주목한 부분은 전북대팀의 '한국판 에라스무스 시행'에 대해 명지대팀은 기존 교환학생제도의 실효성 문제와 재원마련등의 문제를 들며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반박을 하고, 이에 전북대팀이 현실성을 논하기 이전에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정서적 호소를 하는 부분이었다. 대학토론배틀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우리 대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한 번 시도는 해봅시다!" 로 들렸던 그 목소리에 전율했다. 

하지만 그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전에 명지대팀에서 토론의 진행을 보면서 계속 의문점을 가졌던 부분을 지적해준다. "대학과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세계화 방향에서 영어공용화를 이해해야한다."라는 이번 토론의 주제를.

사실 토론주제의 범위를 넘나든 것은 전북대팀만의 문제는 아니었음에도 어떤 주장은 사실관계를 뛰어넘어 힘을 갖는다. 세부쟁점에서 대학과 기업에서 영어공용화 문제를 논했지만, '영어공용화 '라는 단어 사용에 있어 양팀 다 크게 범위에 신경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토론의 열기가 한참 고조되었을 때, 그리고 전북대팀의 "대학생으로 서 할 수 있는 고민을 해봅시다!" 라는 선동적인 발화에 의해 논리는 잠시 뒷전으로 밀려간 순간의 타이밍 좋은 반박이었다고 보인다. 적어도 나에겐 지금까지 전북대의 주장이 입론부터 논점을 벗어난 것 처럼 순간 환기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결과는 박빙의 차이로 명지대팀이 승리하여 결승에 진출하게 됬지만, 역시 누가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은 승부였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토론막판 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진정성이 와 닿은 토론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넘의 진정성이 대체 뭐냐고 물어본다면, 정말 대학과 기업에서 영어공용화를 하는 것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또 갈 수 있는지 찬성측 명지대팀이 생각하는지의 부분이고, 대학과 기업의 영어공용화는 사교육 광풍을 낳고, 국어폐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대측 전북대팀이 진심으로 공교육에서의 영어교육 강화를 통해 입론에서부터 제기한 우려되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의 부분이다. 단지 내가 의심쟁이라면 다행이겠다.

그럼에도 팽팽하고 흥미진진한 토론을 즐겁게 보았고, 이런 토론이라면 12시간쯤 이어진다 해도 도시락 싸들고 봐줄 의향이 있다. 


뱀다리라 하기보다는 도마뱀꼬리쯤.

역시 시간이 많이 흐른뒤에 하는 뒷북리뷰에는 감상이 너무 많이 개입된다. 가급적 리뷰글은 건조하게 핵심을 건드리는게 좋다는게 내 신조인데, 때늦은 리뷰라 그렇게 깔끔한 짓을 못하겠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 중에 곱씹게 되는 언어와 문화, 그리고 대학과 유학에 관한 생각들이 남는다.

전북대팀이 제안한 '에라스무스 플랜'(유럽연합 소속 2000여개 대학이 참여하는 학점교환, 학생및 교수 교류 프로그램)을 듣고 드는 생각.

2005년 전후였다. 그 즈음 코카콜라 프로모션중 일부를 진행하며 만난 아더 반 벤섬Arthur van Benthem 사장. 몇 번의 미팅을 가졌었고 인터뷰도 했었다. 보통 인터뷰를 하게되면 인터뷰이의 배경조사는 당연하고, 취향도 알아보고 경우에 따라 선물도 준비하게 된다. 네덜란드 출신의 그에게 적절한 선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청자로 된 다기셋트를 선물했다. 선물을 받아든 그는 크게 감사함을 표하며 고려청자 이야기를 꺼낸다. 청자와 백자, 하멜로 시작되는 네덜란드와 한국의 교류사. 그의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얕은 그의 이력에 관한 사전조사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무식한 나와 일행은 계획한 인터뷰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가 이끄는 이야기에 넋을 놓고 듣기만 했다.

문득 벤섬사장이 떠오른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출신대학이 에라스무스 대학이라는게 기억나서라는게 전부다. 게다가 그가 위에서 말한 에라스무스 플랜의 덕을 보았는지 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웨덴어, 인도네시아어 그리고 네덜란드어까지 6개국어를 구사한다는 그가 당시 한국어 공부에 열올리고 있었던 모습을 기억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공통점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Global'이라고 대답한다. 세계화, 세계적 인재양성을 이야기 하지 않는 대학이 없는 것 같다. 있다면 제보 바란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에서 키워내겠다는 이 'Global'한 인재가 과연 어떤 모습의 괴물이 될런지 궁금할 따름이다.

후반전 끝에 나온 명지대팀의 "외국 유학 다녀온 친구들, 갔다 왔더니 영어 활용할 데가 없다더라."라는 불평에 관한 이야기.

명지대팀의 주장하는 바는 정리한 대로 잠재적 글로벌 인재의 재능을 썩히지 않도록 하자라는 것임은 잘 알지만, 그냥 툭 떼어서 앞부분에 든 일례에 대한 감상에 빠져버렸다. 나름 대학도 나오고 외국어 쓰며 프로젝트도 진행 해봤고 다양한 외국생활 경험을 가진 나는 과연 글로벌 인재냐? 하는 자문이다. "글로벌 맞네, 자랑질이냐?" 라고 하지 말라. 글로벌은 개뿔이... 라는 게 '진정성'을 가진 심정이고, 활용할 곳이 없다는 불평은 "비겁한 변명입니다." 가 솔직한 고백이다. 외국에 나가보지도 않고 나보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등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니들이 비정상적으로 대단한거야!"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들 앞에서 "쓸 데가 없다 보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난 학습부진아야", "기억력이 좀 짧아" 따위가 맘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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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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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죄인인가?
찬성(죄인이다) VS 반대(죄인이 아니다.)
  
이화여자대학교(오만과 편견) - 찬성
"서민들을 착취해서 얻은 부를 나누지 않는 부자야 말로 죄인-"
      
명지대학교(비주얼) - 반대
"자본주의 시장에서 부는 재원창출에 대한 노력의 댓가"

 

 
16강전을 보고 두 팀 에게 살짝 반했었다. 그중에서도 이대 '오만과 편견'팀을 별도 언급했던 이유는 날카로운 비판이나 주장의 정당성을 떠나 토론에 임하는 태도에 반한 지극히 주관적 이유였다. 서울역 치욕인가? 문화재인가? 논란에서 서울대 '쾌담'팀에 비해 논리로 압도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우슈비츠 에피소드가 승부를 갈랐는지는 관심 없었다. 누구 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토론의 전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명지대팀을 언급 하지 않은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강팀이란 생각은 들게 해주었지만 토론자체가 일방적이어서 재미가 없었기에.

8강전에서 만난 두 팀의 토론은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대팀의 자기붕괴 과정이었고 그것을 곱씹는 것은 꽤 아프다.

위의 토론내용 요약에서 전반전은 세세하게 후반전은 대폭 축약했다. 이미 승부는 전반전에 끝났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반전의 핵심은 기회평등이나 성장과 분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토픽이 존재했으나 쟁점이 되지 못하고 선언에 그친 탓이기도 하다. 이대팀의 논지전개가 동어반복과 그 변주(일탈을 포함한)의 불협화음으로 이어지며 예정된 자멸의 길을 걸어갔을 뿐이다.
 

포지셔닝의 중요성과 쟁점의 범위

'부자가 죄인인가?'라는 주제의 토론배틀에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없이 반대입장에 설 것이다. 정죄하고 있는 부자가 하늘의 별 만큼 많아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눈에 밟혀도 말이다. 쉬운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고 싶지 않다. 앙드레 지드도 아니고.

반대입장이라면,

모든 부자가 죄인은 아니다. 돈이 싫은가? 부의 창출은 징죄의 대상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제도적 문제이지 부자의 문제로 환원할 것이 아니다. 부자가 죄인이라면 원시공산제 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일진대,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없는 망상이다...

100가지는 몰라도 20개쯤은 댈 수 있을것 같다.

반면 찬성입장에서 가능한 방법은,

부의 형성과정에 떳떳한 부자가 별로 없다(떳떳한 부자도 많다). 노력과 땀이 아닌 부동산붐과 정보독점으로 인한 부(부동산 거품은 꺼지고 인터넷 세상이 열렸다), 그리고 세습적 부는 죄악이다(일부의 이야기일 뿐). 이에대한 적절한 징벌, 즉 과세제도 개혁이 필요하다.(상속세율 높다. 탈법적 상속은 일부 부도덕한 부유층의 문제) 개인의 도덕성에 의존하기엔 도를 넘어섰다.(인간을 신뢰하지 않습니까?) 

애초에 반박되기 너무 쉬운 미끼들 밖에 준비하지 못하겠다. 그러기에 상대논리를 끌어내서 반박하는 기획을 할 것 같다. 그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논점을 축소시켜서 공간적으로는 우리나라, 시간적으로는 근현대를 아우르고, 정죄의 대상은 부 자체나, 부자일반이 아닌 즉, 대한민국 재벌로 촛점을 맞추는 수 밖에 없다. 부자가 죄인이냐에 누가 미쳤다고 모든 부자를 상대로 돌팔매를 던지겠냐고 오히려 시치미 뚝떼고 반문하고 상대가 그 밖의 이야기를 하면 논점일탈이라 물어뜯어대며 버티는 수 밖에. 왈왈!

그런데, 이대팀은 부자체를 대상으로 하고, 자본주의의 원칙을 공격한다. 명지대팀의 수고를 한층 덜어주었다. 이대팀이 취해야 할 전략은 사안을 쪼개고 쪼개서 구체화 시켜도 모자를 판인데 일반화시켜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입론에서부터 명지대팀은 '편견에 반발하여'라는 반박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다. 이대팀이 어떤 쟁점으로 나오든 일반화해서 반박하겠다는 선언이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입장에서 반대입장에겐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한 전략이다.

일방적으로 흘러간 토론은 그렇다치고, 그럼에도 그 중 몇가지 재미있는 포인트를 발견했다.


논점과 상관없는 재미있는 포인트 1

종부세 폐지('완화'가 공식적 표현이지만 실제 '폐지'나 마찬가지니까 이해하자)는 기득권층, 그리고 부의 집중의 폐해를 방증한다는 이대팀의 주장에 명지대팀의 반박은 헌법재판관이 부자라고 부자를 편든다는 것은 억측이라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다음은 종부세 관련 헌재판결에 관한 자료들.(예전에 다음아고라에서 퍼왔는데 정확한 출처는 잘 모르겠다. 에잇.)


1. 김희옥 재판관 종부세 3,500만원에서 790만원으로 줄어
2.
이공현 재판관 2,600만원에서 557만원
3.
목영준 재판관 2,100만원에서 390만원
4.
조대현 재판관은 종전 158만원의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8
재판관 별로 최대 2,100만원에서 최소 80만원까지 세금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아고라 인용)


헌법재판소에서 민법을 근거로 합헌과 위헌을 판단하는게 얼마나 자주 있는 일인지, 그리고 정당한지 모르겠지만 그 근거란다. 입법목적은 이해하지만 과세는 하지말자라는 결론이 된 셈인데 역시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부동산 재산 신고내역을 보고 2가지 점에서 놀랐다. 하나는 의외로 서민에 가까운 헌법재판관이 있다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어쩜 저런 우연(?)도 있나 하는 점이었다.


논점과 상관없는 재미있는 포인트 2

기회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이대팀의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명지대팀에서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속성이다."라고 주장한 점이다. 한치의 의심없이 믿고 있고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서글프다. 그런데 그게 자본주의의 속성이전에 인간사회의 속성이잖아? 근데 요즘도 학교에서 평등하다고 세뇌하고 있나? 이 거짓말쟁이들.


논점과 상관없는 재미있는 포인트 3

거의 마무리 단계에 가서, 명지대팀의 "부자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로 시작해서 "부를 추구하는 모든 인간이 원죄라도 가졌다는 겁니까?"에 대해 이대팀이 "부 자체가 죄이고, 너, 나,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선언.
잠깐 갸우뚱 하게 만든다. 맞는 말 같기도 한데?


승부에 집착해보며

명지대팀의 일방적 승리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중간평가에서 시민평가단의 결과가 29:1로 나왔는데, 최종평가에선 25:5가 나왔다.(심사위원 평가를 합해 최종 47:13의 결과다.) 대체 어디에서 이대팀이 득점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동정표라면 뭐 마음은 이해하지만, 만약 그런 연유라면 다시는 심사하는 입장에 서지 마시길 바란다. 혹시라도 그 마음으로 승부가 뒤집어 졌다면 어쩔뻔 했니? 

나도 응원하던 팀이 떨어져서 가슴 아프다. 하지만 토론술이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위안으로 삼고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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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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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2 0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석하게도 포스팅하신 편은 제가 못본 것들이라 코멘트를 하기 힘드네요. 붕대소녀님 글 만으로도 충분히 댓글을 달 수 있겠지만 딜레이를 좀 걸어두려 합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2 0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정이 과잉되어 있어요. 제가. 애초의 기획부터 객관성 따윈 배제되어 있었지만, 감정이나 감상보다 그저 해석작업에 충실 하려 했는데, 묘한 기분입니다.

      상기되는 아이디어 하나는 "시간을 두고 생각할 수록 정서적 거리는 더 가까와진다."라는 테제입니다. ㅋ

      하룻밤이면 끝내지 싶었던 이 몰아쓰기는 여러가지 이유로 띄엄띄엄 하네요. 넉넉하게 잡아 3시간 정도면 하나씩 넘어갈 줄 알았는데 뭔가 요즘 머리가 나빠진 기분이에요. 이럴 땐 쓰기보다 읽는게 딱인데. ㅋ

 

21세기 외교 -  親美가 우선인가, 親中이 우선인가.
친미가 우선이다 VS  친중이 우선이다

부산대학교(토론스타P) - 친미가 우선이다
"미국의 패권과 힘, 다자간의 협상을 잘 활용해야 21세기 동북아의 외교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다."

전북대학교(카이케로) - 친중이 우선이다
"대한민국이 외교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과의 파트너쉽이 필요!"

 



좀 더 과감히 생략과 압축으로 정리할 수도 있었지만, 시간도 많이 지난 만큼 최대한 양측의 주장한 바를 시시콜콜한 것까지 가급적 살려놓았다. 물론 엄청난 축약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붕대의 프레임으로 바라본 것이고 필요한 경우 첨삭도 가했다. 대략 이런 것일 테지 하고. 실제토론은 편집을 통해 방송되고 방송된 분량은 재편집되어 다시보기에 올랐다. 오해가 생기기 딱 쉽지만 그래도 핵심적 내용이 다치진 않으리라.

이유가 뭐가 되었든 좋다. 이런 열띤 토론을 기다렸다고 공공연히 기대했었다.
내가 꼽은 8강전의 하일라이트. 그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예상 포인트

우선 외교정책에 있어 친미와 친중은 현안이고, 대학토론배틀에서 현안을 소재로 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완전 묵은지 리뷰를 쓰는 지금 우리 외교부는 집안단속 하느라 어느쪽도 경황이 없으리라 여겨지지만, 예상한 논지전개방향은 이랬다. 

부산대 - 외교정책 변화는 신중히 결정해야 될 문제. 따라서 기존 노선(친미)를 유지하면서 친중을 포섭해야.
전북대 - 시대에 부응하는 외교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다각외교는 역사로 증명된 약소국의 유일한 선택. 

대략 이런식. 아마도 제대로 힘겨루기 할 부분은 상대논리의 약점인 친미기조 유지에서 친중노선 양립가능성 논쟁과 다각외교는 현재 친미정책으로 유지해온 많은 국제적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는 실리적 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닐까 쉽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 토론은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고 부분적으로는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신선했다.


전반전

입론에서는 부산대팀이 공격적이면서도 명료한 주장을 한다. 경제적 득실문제, 신뢰의 문제, 안보문제 3가지로 토론의 쟁점을 가져가자고 주장한다. 반면 전북대팀은 외교노선 다각화라는 대의를 갖고 친중노선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보통 이렇게 되면 전북대팀의 공세에 부산대팀이 반박하는 수순이라 생각했는데 또 예상은 빗나갔다.

주도권은 부산대팀이 먼저 가져간다. 전반전에서 시종일관 부산대팀의 공격에 전북대팀은 반박으로 일관한다. 부산대의 공격의 강도에 비해 전북대의 반박이 꽤 타당했다고 보고 중간평가 결과는 박빙이라 생각했는데 전북대팀의 압승이었다. 아마도 우리 경제의 대중무역의존도에 관한 논의, 그리고 외교관계를 애인관계로 볼 것이냐, 친구관계로 볼 것인가에 관한 논의에서 전북대팀의 논지가 지지를 얻은 것이라 본다. 

주목한 부분은 꾸준히 공격한 부산대팀의 논지전개 부분이었다. 부산대팀은 우리 외교방향이 친중적이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바라본 우리외교는 친미다. 라는 주장을 한다. 이런 주장으로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국제사회에서 바라볼때 우리가 친중외교를 펼친다면 미국을 소외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으리라 보지만 잘 와닿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상태가 친중외교라는 주장의 근거가 무역량외에 제시할 것이 없다면 굳이 이끌어 낼 이유가 없었던 이야기라는 뜻이다. 우리 대북교역량 보다 못한 나라들을 공격이라도 할 것 아니라면 말이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부산대팀이 초반부터 공격일변도로 갔던 이유는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왔고 자신이 있었다는 뜻도 되고, 예상반론에 대한 다른 공격수단도 준비 되어 있었을거라고 본다. 그런데 전북대팀이 예상을 살짝 벗어난 반론을 해서 살짝 말린듯도 하고. 결과적으로 부산대팀의 논지 전개는, 그냥 멍하니 듣기엔, 우리외교가 대체 친중적이라는 건지 친미적이라는 건지 혼란스럽게만 만들었던 듯 싶다. 다시 말해 현재 우리 외교정책에서 친미 포션이 줄어든다고 굳이 주장하거나 적시한 부산대팀의 논지는 전북대팀이 친미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까닭에 별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후반전

후반전도 부산대팀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한 것은 부산대팀에서 발화한 "중국, 믿을 수 있읍니까?" 로 촉발된 신뢰논쟁이었다. 열기는 완전 달아올랐다. 디오니소스적으로. 몇몇 패널과 응원단은 과도하게 흥분도 했지만, 그건 욕하지 말자. 그러지 않고 가만히 냉정을 지키고 있다면 좀 가증스러울 것 같으니까.

외교문제에서 신뢰를 논한다는것은 수사학적 표현에 불과하다. 을사오적이 그땐 일본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한다면 뭐라 답해야 할까? 그런의미에서 신뢰보다는 실익을 논하는 것이 옳다라는 내 입장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학생의 입에서 튀어나온 신뢰할 수 있읍니까라는 질문은 -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 신선했다.

그렇게 빼든 부산대팀의 히든카드에도 전북대팀은 전쟁상황과 평화유지상황으로 국면을 나누는 것으로 화답하는데, 이 부분에서 부산대팀이 다소 준비가 덜 되었던 듯하다. 공격을 시작하고 기세있게 몰아간 점은 훌륭했지만 말이다. 특히 전북대팀의 한미합동훈련을 예로 든 반론에 '미국을 이용한 대중국 견제'라는 답변은 근거가 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시기상으로나 작전내용으로 보나 대북압박의 목적인데 이를 대중압박으로 당연히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게 협력을 요구했을 때, 오히려 한미합동훈련을 빌미로 외교적 공세를 가한쪽은 중국이었다는 점은 부산대팀의 논리와 합치하지만 한미합동훈련에 관한 외교적 마찰에서 우리나라 VS 북한, 미국 VS 중국 이라는 구도가 형성되었고 미국 VS 중국 이라는 트랙에 우리는 소외되었던 것이 사실이니까.

신뢰의 문제를 외교정책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참신하긴 하지만, 그 본의에 공감 못할 이유는 또 있다. "적어도 중국보다 미국이 더 믿을 만 하기에..."라는 주장 때문이다. 누가 더 믿을 수 있는가로 외교정책을 결정하자고 신뢰의 문제를 꺼내들었다면 외교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외교의 본질 아니던가? 주장대로라면 재중외교관을 철수시켜야 할지도.

게다가 이 주장의 근거는 선제 되었던 한미동맹과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동맹이 될텐데 전쟁을 전제해야만 성립하는 것이고 이것은 앞서 국면을 나누어 해석했던 전북대팀의 반박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국 신뢰할 수 있는가를 상대 토론자에게 물으며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친중외교의 부당성을 적시하고 친미외교의 타당성을 주장하는데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신뢰관계라는 것은 쌓아가는 것이고 변화하는 것이기에, 현상만을 문제 삼을 수도 없는 문제일텐데 공격 자체는 통쾌할 지 몰라도 그 질문이 되돌아 올경우의 근거가 부족했기에 의미를 남기지 못했다.


정리하며

새삼스럽지만 토론의 장에서 포지셔닝과 주도권은 중요하다. 핵심은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가?' 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강렬한 한방을 날리고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갖고 갔던 부산대팀과 '대미정책의 폐기가 아닌 대중 외교의 시작으로 자주적 외교정책 수립하자'는 다소 교과서적인 결론을 견지하며 차분차분 반박해내던 전북대팀의 대결. 근소한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게 된 이유일 것이다. 논리의 대결보다 의견의 대립이 강했지만(토픽의 속성탓이라고 본다) 토론의 대의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다른 토론 주제하의 동어반복에 비한다면 시사점도 많았고 팽팽한 긴장감도 있었다는 점에서 양팀 참가자분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이다.)

다만 애초에 승리는 반중국 발언 일변도였던 부산대팀에 가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친미정책의 정당성은 별로 언급되지 않았고 오직 처음부터 부산대팀의 기획은 중국 깎아내리기에 치중했다. "차라리 친인도 정책"이라는 발언이 그 증거다. 외교적 표현이 허울뿐인 수사로 점철된다고 외교정책에 관한 토론이 수사학적으로 이뤄져서는 곤란하다. 거친 단순화가 되겠지만, 부산대팀의 논지를 정리하다보니 남은것은, 별 다른 대안 없으니 원래 하던대로 친미기조를 유지하자. 섣불리 바꾸다간 큰일난다. 정도가 되겠다. 전북대팀의 주장이 참신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토론의 흐름은 전북대팀 주장의 검증작업이 된 셈이다. 토론의 주도권을 시종일관 잡고 이끌었던 부산대팀에 의해서 말이다.

쓰고나니 일방적으로 부산대팀 이야기 밖에 안했다. 이것 역시 아직도 맴도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중국, 믿을 수 있습니까?" 탓인 듯 하다. 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승부를 떠나 우리의 경제문제, 안보문제를 외교적 관점에서 풀 때 고려할 사항중 직면한 문제는 대북문제이라는 점인데, 대북문제를 양팀 다 직접대화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보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물론 대중, 대미외교를 통한 우회적 전략이 폐기되어야 할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남북합의서도 만들었었고, 정상회담도 가졌고, 지금도 정부, 민간 채널이 존재한다. 천안함 정국과 북한의 권력이동문제로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부산대팀의 한 학생이 남북문제는 직접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크게 공감했는데. 곧바로 노선을 수정하는 것을 보고 느낀 바이다.


군더더기 덧붙임

요즘 유명환장관실각과 외교부특채사건으로 뜬금없이 재조명을 살짝 받고 있는 송민순 현의원 외교부장관 시절 포럼발언을 하나 발견했다. 인용문은 짧긴 하지만 참여정부의 통일정책, 즉 대북정책과 대미정책을 말하는 것이라 여겨지는데, 친미와 친중으로 나뉘어 토론할 때, 이런식의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I have to say that armistice is armistice.  Armistice is the truce, the stopping of the war -- technically we are at war.  So in this matter I have to approach from two track -- one is informality from armistice to a peace regime, from truce to peace regime.  And the other one is in substance.  We have to have a mutual trust and constant building measures in place including the normalized relations between the parties concerned. 

The one is the inter-Korean relations should be deepened.  Presently, the inter-Korean relations are not normal.  We cannot move freely to North and to South.  We cannot allow the free flow of information or goods and services in an inter-Korean track. 

And between --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are virtually at war.  And without the normalizing relations between Pyongyang and Washington and between Pyongyang and Seoul we cannot say there is peac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07.6  출처 http://www.journalog.net/kingjs1999/12272  


부연하지만 '이런식의 유연함'이란 대미외교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방식을 뜻하는 것이고, 미국무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세련된 비판도 깔려있다는 점에서 표현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외교문제는 정말 어렵다. 그 어렵다는 외무고시를 패스한 똑똑한 사람들이 바보짓 하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외교가 근대 세계사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외교정책중 하나로 평가되는 20세기 초중반의 태국이 살아남은 방식에서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되새김질 하게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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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혼전 임신으로 생긴 아이, 낳아야 하나?

찬성(낳아야 한다) VS
반대(낳지 말아야 한다)

·
찬성 - 성신여자대학교
“낙태 허용은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지 않는 임시방편일 뿐”
· 반대 - 고려대학교
“낙태는 선택의 문제. 여성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16강전부터 인기를 끈 화려한 말빨(?)의 성신여대 레츠팀과 음.. 고려대 잡담팀의 대결이라 일단 재미있기는 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들여다 보았다. 사실 16강전에서는 양팀 다 고전했다고 본다. 성신여대팀의 경우 논란을 일으킬만한 발언들로 후폭풍까지 맞은 걸로 알고있고, 고려대팀의 경우 상대였던 이화여대 엣지팀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내심 성신여대팀의 승리를 점치며 들여다 보게 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성신여대의 승리였지만 여튼 16강전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보인쪽은 결과와 다르게 고려대팀이었다고 평가한다.

생명윤리와 책임의 문제 VS 권리의 문제 의 대결이었지만,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돈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포인트는 다소 뻔해진 논의진행과정보다 몇몇 실언들이었다.

성신여대팀의 "수정이 되는 순간부터 생명이다." 발언에 고려대의 "사후피임약은 사실상의 낙태다."라는 반론은 적절하고 통렬했다. 이는 말꼬투리 차원의 반격이 아니었기에 토론초반 성신여대팀은 스스로 무너지는게 아닌가 할 정도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아마 편집된 방송분보다 더 큰 충격이었으리라 짐작된다.

후반에 들어서는 성신여대팀의 "태아에게 기본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논박의 여지가 있는 의견에 고려대팀은 반박을 택하지 않고 "태아에게 의지가 없다"고 말려들고 만다.

제시된 논거와 상관없이 이 두가지 실언이 결과적으로 승부를 가른듯 하다. 석연치 않지만 말이다.

성신여대팀이 후반에 역전을 한 결과로 나왔는데 나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 윤리문제, 행복의 문제를 차례차례 이끌면서 논점을 계속해서 희석시켰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거기에 말려든 것이 고려대팀으로서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고려대팀이 점수(?)를 땃던 전반부의 성신여대팀의 논지전개가 논리적으로는 자가당착에 빠질지라도 심정적으로는 더 동감하게 된다. 생명윤리를 말하며 예외적으로 범죄로 인한 원치않는 임신의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라는 의견은 아마도 스스로도 모순이 된다고 판단 했을것이고 아마도 반격에 대한 준비도 했을것이다. 솔직히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것이라면 예외없는 생명존중이 논지를 전개하기에 편리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는 것에 스스로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보조패널간의 질답중 고려대팀 쪽에서 만약 당신이 혼전임신을 하게되었을때,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낳을것인가? 라는 질문에 한치의 주저함 없이 낳을것이다. 라고 대답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 누구라도 실제 그 상황이 되기 전까지 장담하지는 못할 일이다. 닥쳐보면 생각이 바뀔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그 발언을 신뢰한다. 편견에 치우친 감상이지만 - 생명체기준논쟁을 제외하고 - 성신여대팀은 자신들의 주장과 생각의 싱크로율이 100%인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정서적인 접근은 오히려 고려대팀이 적극적으로 했어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윤리적 문제만큼 권리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쉽게 타인의 윤리적 행위에 대해 직관적으로 판단하지만, 권리문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닌이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권리문제에 공감을 얻고 싶었다면 오히려 감성을 자극하는 사례를 적절히 구사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측의 논의과정에서 실수만 부각되고 논점이 사라진 것이 제일 큰 아쉬움일 것이다. 
주된 이유는 상대의 주장에 섞여있는 공통점을 빠르게 이해하지 못한 점이 아닐까? 낙태시술이 위험하다는 것에 같은 입장임을 후딱 인정하고 넘어가야 했었고, 산모가 낙태를 선택할 경우 살인인가 하는 징벌적 문제가 더 크게 대두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사회적편견으로 치부하기엔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후반부의 논의에서 낙태를 앞두고 손익계산을 하는 산모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 쳐지는 것은 생명의 문제를 양쪽다 실용적인 잣대로 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토론자의 윤리적인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확장하고 집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생명의 문제는 태아의 생명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진대, 산모의 생명문제가 그저 권리의 문제로 치환되고는 더이상 드러나지 않은점은 아쉽다.


토론의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채 이런저런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은 쉽다는 것을 안다. 반대로 직접 참여했을때, 당연한 것도 놓칠 수 있고 상대 논리의 진위판단과 건전성을 점검할 새도 없이 말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고려대팀이 16강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은 상대논리를 빠르게 파악하는 점이었는데, 후반에 가서 그 능력은 사라졌고, 성신여대팀이 16강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이 없는 것은 여전히 자기함정에 빠진다는 점이다.

그런의미에서 배틀에서 성신여대팀이 승리한 것은 기술적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예선부터의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우승이 목표라는 당위 이상의 목표를 발견했으리라 믿는다. 승부사로서의 기질이 아닌 멋진토론자의 모습을 4강전에서는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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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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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8.16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잠시 생각하게 하는 주제군요.

  2. Favicon of http://organicfarmer.tistory.com BlogIcon 꿈이촌놈 2010.08.1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태문제" 역시 답을 찾기가 어렵죠. 윤리적이냐. 현실적이냐. 에효.
    글쓰는 재주는 타고 나신듯... 부러워요.. 진심입니다.

  3.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16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태 논의가 진전없이 흐른다는 것, 정치적인 맥락으로 오용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 반열에 끼기엔 한참 멀었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8혁명 당시 여성들은 왜 낙태 합법화를 외쳤는가?', 'OECD 국가 중 국민 대다수가 카톨릭 신자인 스페인, 폴란드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가 낙태를 합법화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낙태 합법화 이후 선진국은 어떤 변화과정을 거쳤는가?' '낙태를 법적으로 금지한 이후 어떠한 징후가 나타나게 되었는가' 역사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연결시켰으면 보다 흥미로운 토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더군요. (저는 통계를 인용한 토론 방식은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싱크로율 100%는 공감 100%입니다^^ '여대'에서 낙태 합법화를 반대하는 견해가 저에겐 조금 신선하게 다가오기두 했구요. 제 3자로 인해 간접적으로 낙태를 경험한 저로서는, 성신여대분께 감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낙태 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이긴 하지만요.

    낙태를 체험하는 쪽은 여성이라는 생각, 그리고 민감한 주제이니 만큼 남성으로서 제한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낙태 이전에 섹스에 대한 논의가 다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군대에서 떠벌이는 음담폐설, 영웅적인 경험담 따위의 마초성 짙은 낭설은 이제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말이죠. 이 문제는 숨기고 감추면 문제가 더 커지는 걸 많이 봐와서요. 개방된 성문화 만큼, 열린 시선과 다양한 시각이 공존했으면 합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6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하신 다룰 수 있는 논제들 다 공감가는 군요. 저역시 이번 토론배틀을 눈여겨보면서 계속보이는 문제가 의미없는 통계자료의 남발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반론을 위한 인용은 긍정적으로 이해하려 하지만 자신의 논거로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반감되더군요. 통계의 허구와 귀납에 대한 불신탓일까요? ㅎㅎ

      90년대 이후 대학가에 성에 대한 담론들이 자유롭게 쏟아졌고, 요즘의 대학생들은 아마 충분히 성문제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토론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성문제는 한참 혈기왕성한 사람들의 의견이 진국이겠죠.^^

      3라운드가 외교정책에 관한 토론이었는데, 친미냐 친중이냐의 문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8강전 4주제중 제일 재미있었는데,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리뷰를 못하고 있네요.

      방문해주시고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16 1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볼 때마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거짓말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그리고 서울대 3김시대는 차분하게, 다시 돌이켜본 후 댓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2달 전 즈음에 서울대생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우선 하나만 휙 던지고 가자면.., "촌놈들의 역사주의" 정도가 되겠네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6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촌놈들의 역사주의... 가늠은 안되지만 기대됩니다. Highdeth님 etude의 대상은 세상만사일것 같다고 함부로 추정해보는데요. 그곳에 정리해주시고 트랙백 붙여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습니다. 산문시와 같은 님의 글이 댓글로 소모되는 느낌이라 아까운 마음이 들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16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철학을 취미로 하시는 분은 무서워요-_-;;;;

      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흔히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로 구분하곤 하는데... 저는 역사철학을 독학으로 하고 있고, 대학원에서 보다 세밀하게 배우려 하고 있어요, 3분야에서 역사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서술은 아무래도 사양사 쪽이 두드려져서 서양사, 그리고 현대사를 전공할 생각이에요. 작년엔 거시사에 천착해오곤 했는데, 올해엔 미시사에서도 '일상사'에 뿌리를 두려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세상만사'라고 말씀하신건 정확히 집어주신 거죠^^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트랙백 붙여드리겠습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7 0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섭긴요. 소뒷걸음입니다. ㅋ
      제 나름의 개똥철학의 정의는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에 대한 소극적 반발일 뿐입니다. 적극적 반발을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할텐데 아는게 쥐뿔이 없어서 소극적인거지요. 아는척은 잘하는데 큰일입니다. ㅎㅎ

  4. mjkim 2010.08.17 16: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냉정한 평가 감사합니다.
    3R,4R리뷰도 볼수있을까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7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뭔가 부족한 글입니다. 냉정한 평가라니요... 그저 뒷담화겠죠. 물어뜯기는 원래 자신있지만, 워낙 다들 죽자고 덤벼대는 와중에 저까지 할 필요는 없을듯 하구요. ㅎㅎ

      3,4라운드 다시보기를 한 번 하고 써볼까 하는데 안올라오네요. 사흘 지났더니 기억이 자극적인 몇가지 밖에 안남아서 못쓰고 있습니다. 시의성은 놓치겠지만, 어짜피 제 리뷰 첫째 목적은 제 공부니까요. ㅋ 여튼 늦더라도 다시보기 되는대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5. 다시 2013.04.07 2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태에 대한 찬반 양론은 언제까지고 존재할 것 같아요...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1라운드> 가난은 국가의 책임인가?

찬성(국가의 책임이다)
VS 반대(개인의 책임이다 )

·
찬성
- 연세대학교(언금술사)
“가난은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있어야“
· 반대 - 서울대학교(3김시대)
“국가는 슈퍼맨이 아니다, 가난은 철저히 개인의 책임”



토론에서 주도권을 잡고 간다는 것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주장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동의를 얻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준 토론이었다.


처음부터 분명한 논지 개진이 돋보인 한 판이었다. 개인의 빈곤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얼마나 물을것인가? 국가가 해결해 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결국 논의는 해줄 수 있는데 왜 안하느냐? 와  하려고 하는데 안되는 것을 어찌하냐? 로 흘러갔고 결과적으로 토론의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한 연세대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승패를 떠나서, 양팀의 논거제시 수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토론이 더디게 진행된 것은 빈곤의 정의, 국가책임=정책문제 이라는 공통분모를 빨리 합의하고 다음으로 나가지 못한 탓일 것이다. 어느 한팀의 문제도 아니었고, 토론시간의 문제라고 봐야겠다.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보는이의 입장에서 지루해 질 일이겠지만 결과는 모를 일이었다. 사회와 국가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계속되는게 바람직 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팀으로서 아쉬운 점은 그 부분을 제대로 부각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국가를 변호하는데 힘을 너무 뺀 나머지, 자신들의 논거를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상태로 상대의 논거를 반박하는데 집중하게 된 것이 패인이다.

후반부에 가서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의견개진들이 나온점은 긍정적으로 봐야겠다. 자활의지와 기회평등, 교원평가제, 워킹퓨어 등에 대한 논의에서 총론은 연세대팀의 일관된 논지 개진에 손을 들어줘야 겠지만, 각론에서 서울대팀의 반박은 합리적이었다. 다만, 반박후 주도권을 못가진것이 문제다. 제대로 반박되어지기전에 또 각자의 이야기만 늘어놓게된다.

최후논변에 가서 이 문제가 다시금 드러난다.

서울대팀의 국가의 기능은 돕는것이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결론은 이해는 가지만, 불치병 환자의 예를 든것은 잘못된 유비이다. 유비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부적절한 유비였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불치병 환자가 의사의 탓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적절한 예가 되었지 않았을까? 상대토론자의 논거를 근거없는 불평이라 논평하게 되었을테니...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 문제는 있지만 어쩔수 없다라는 불가지론의 견해를 결론으로 내세운 셈이다. 불가지론이 이성적 동의를 구하기 힘든 점은 본인들이 더 잘 알것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반박이 아니라 그저 방어가 되어버린 최후논변은 그 전에 주도권을 잡지 못한 팀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연세대팀은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부연한다. 덜 가진 사람들을 국가가 도와주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 서울대팀이 여기에 동의하고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상대편 토론자가 국가무용론자인양 부드럽게 정리해준다. 논점 없음이 간파되더라도 굳이 반박할 필요를 남기지 않았다.


16강전 리뷰를 할 때, 연세대 언금술사를 주목해보고자 한다는 뜻을 남겼다. 8강전이 실망스럽다는 뜻은 아니고, 더 나을 것이 없었다는 감상이다. 두 팀은 대학토론배틀이라는 이벤트가 끝나고도, 한 번쯤 다시 만나 이어보는 것은 어떨지? 배틀에서 승리한 쪽이나 그렇지 않은 쪽이나 할말이 너무 많이 남은 듯하다.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연세대팀은 4강에서는 재빨리 상대의 논의를 정리하고 동의하는 부분을 재빨리 뛰어넘는다면, 훨씬 경제적인 토론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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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2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02 2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줄은 몰랐네요. 저에겐 밀린 숙제로 남아있어서 4강 결승까지 정리좀 해야할텐데, 좀 정나미가 떨어지는 이야기를 곁다리로 많이 듣게 되네요. 그럼에도 이런 장이 열린다는것 자체는 무조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해가 거듭된다면 여름을 더 달구는 Hot Issue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요.^^*


닷새전 16강전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 이번엔 어찌됬건 긍정적 리뷰를 써봐야지 하고 스스로 다짐했다.
사실 이미 일어난 사태에 관해서 꼬집는 것이 쉽다. 음... 묶어놓고 패는데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건 아니니깐.
그래서 일까? 역시나 끝장토론 시청자게시판은 비난일색에 가끔씩 비판이 올라온다. 격려도 의외로 있다. 훈훈하다.
어쨌든 객관적인 리뷰를 기대한다는 황송한 말도 들었지만, 내 생각일뿐, 무슨 객관성은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아주십사 한다.


토론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하나만 꼽자면 그것은 아마 논거를 얼마나 명확히 제시하느냐에 달린 문제일것이다.
하지만 논거가 부족해도 승리는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대학토론배틀을 보고 배운점(?)이다. 심사위원+시민토론단 의 정확한 심사기준은 홈페이지에 소개는 되어있지만 역시 정확하게 모르겠다. 심사결과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심사평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지나치게 논리와 이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논리와 이성이 합리적인 도구임에는 분명하지만, 토론자들이 때로는 감성이 합리에 우선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언명법에 100% 동의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 대학토론이라면 궤변도 교묘한 오류사용도 나는 반갑다. 상대가 그것을 박살내어줘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즐겁다. 실제로 설득의 기술에 효과적인 것은 논리만은 아니지 않은가.


보통의 끝장토론과 대학토론배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행자의 개입여부다. 대학토론배틀에서 백지연씨는 토론내용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반면 보통의 끝장토론에서의 역할은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거나 할때, 분위기 전환, 요약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어쨌든 평가에 불필요한 요소가 개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눈앞의 상대 토론자보다 심사위원과 패널들을 의식하는 듯 하기도 한다. 물론 배틀이니까 당연히 그렇다. 배심원 제도가 있는 법정에서 누굴 보고 이야기하는 변호사가 옳겠는가? 하지만, 그래서인가. 내가 기대하는 재기발랄함이 안나오는 건가보다. 참가자들이 안전한 길만 가려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의심된다.

아우 참, 또 비판이 시작되었다. 제대로된 비판도 아니면서 쉬운길이니까 계속 접어든다. 이러지 않으리라 했는데... 역시 나의 한계인가 보다. 나를 까세요. 까임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무덤덤해지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이 블로그의 본래의도로 돌아가야겠다. 내 맘대로의 개똥철학. 하지만 비난만은 삼가야 하겠다는 신념을 지키자.

다시보기 링크를 걸었더니 5분나오고 이어보려면 tvN으로 가라고 나오고, 결국 로그인을 해야 마저 볼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난 내 블로그에서 그냥 주욱 보기를 원했던것 뿐이고~, 왠일로 퍼나르기를 허용해주나 했더니 역시나...
4강전이 방송되기전에 8강전중 가장 재미있었던, 부산대와 전북대의 3라운드와, 가장 안타까웠던 이화여대와 명지대의 4라운드 리뷰는 좀 제대로 쓰고 싶다. 한번만 더 보고 쓰고 싶은데, 다시보기는 언제 올라오는거니?...ㅠㅠ



들어가기에 앞서
16강전에서 추첨을 통한 포지셔닝을 했던것과 달리 8강전은 주제선택과 진영선택을 합의하에 자율적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적어도 토픽자체의 유불리는 이제 논외다.

다음 제목을 클릭하면 리뷰로 갑니다.



<1라운드> 가난은 국가의 책임인가?

찬성(국가의 책임이다) VS 반대(개인의 책임이다 )


· 찬성
- 연세대학교(언금술사)
“가난은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있어야“
· 반대 - 서울대학교(3김시대)
“국가는 슈퍼맨이 아니다, 가난은 철저히 개인의 책임”

<2라운드> 혼전 임신으로 생긴 아이, 낳아야 하나?

찬성(낳아야 한다) VS 반대(낳지 말아야 한다)


· 찬성
- 성신여자대학교
“낙태 허용은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지 않는 임시방편일 뿐”
· 반대 - 고려대학교
“낙태는 선택의 문제. 여성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3라운드> 21세기 외교親美가 우선인가, 親中이 우선인가."

친미가 우선이다 VS  친중이 우선이다

부산대학교(토론스타P) - 친미가 우선이다
"미국의 패권과 힘, 다자간의 협상을 잘 활용해야 21세기 동북아의 외교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다.
전북대학교(카이케로) - 친중이 우선이다
“대한민국이 외교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과의 파트너쉽이 필요!

<4라운드> 부자는 죄인인가?

찬성(죄인이다) VS 반대(죄인이 아니다.)
  
이화여자대학교(오만과 편견) - 찬성
“서민들을 착취해서 얻은 부를 나누지 않는 부자야 말로 죄인- 
명지대학교(비주얼) - 반대
“자본주의 시장에서 부는 재원창출에 대한 노력의 댓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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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organicfarmer.tistory.com BlogIcon 꿈이촌놈 2010.08.16 1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론을 배틀로 한다는 생각은 사실 반대여요.
    누구의 생각을 가지고 이기고 진다라고 이야기 한다는 자체는 좀 싫어요.

  2. 언금술사 2010.08.18 0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붕대 소녀님~ 글 정말 좋군요. 언금술사 패널로 나갔던 학생입니다.ㅎㅎ 이름까진 밝히기 그렇고..ㅎㅎ 이미 다 끝났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군요. 어쨌든 제가 본 리뷰 중에 가장 적절한 비판이었습니다.
    서울대와의 승부에서 논점 잡기가 정말 어렵더군요..님 말씀대로..게다가 시간 제한이라는게 있어서 현장의 저희는 계속 시계를 보고 말을 해야하다 보니.... 경제적인 토론을 위해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4강도 리뷰 부탁~~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8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저는 덕분에 아주 유쾌한 여름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

      이미 녹화가 다 끝난건가요? 이거 시청자 입장에선 좀 답답하군요. ㅎㅎ

      단순 감상+@ 를 해보고 싶은데, 한 번 보고는 제 머리가 나빠서 정리가 잘 안되는군요.

      다른 댓글에서 밝힌바와 같이 한참 뒷북이 될지 몰라도, 제 나름의 리뷰 올리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tvN방침에 달린 문제겠지만 4학년이 아니시라면, 내년에도 꼭! 뵐 수 있었음 좋겠군요.

  3. 연대참가생 2010.08.29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냐 이밑도끝도없이 주체감없는 해설은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29 2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밑도 끝도 없다는 표현은 너무 좋은 것 같은데요. 그게 제 주체감일텐데 ㅎㅎ.
      뭐냐 <--- 이게 불쾌감의 표현이시라면, 머 미안해요.

      근데 '뭡니까?'라고 했으면 의미도 더 분명하고 저한테 하는 이야기로 들릴텐데 '뭐냐'로 시작하니 독백같군요. 제 블로그에서 하시지 말고 독백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29 2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욕설, 명예훼손, 광고등이 아니라면 누구나 쓸 수 있고 아무것도 삭제하지 않을겁니다. 이점은 오해없으시길 ㅎㅎ

    •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30 0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등가교환이로군요. 밑도 끝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글에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댓글을 달아주신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아! 이 댓글은 마치 이상의 <권태>를 읽었을 때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듯 합니다. 권태에 권태에 권태를 겪고 자기 자신마저 권태의 나락으로 떨어 뜨리며, 스스로를 해체시킨 이상의 그것을 닮아있습니다. 풍자의 백미라 하면 무엇보다 스스로를 풍자하는 것일진대, 이를 실천하는 것을 보면 살아있는 지성인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넷상에서 Ubermensch를 만나게 될 줄이야!!

      연세대와 서울대 토론에서 언금술사를 응원하였습니다. 저는 빨갱이라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논조를 개진한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노릇이었지요. 무엇보다 밑도 끝도 없이 가난은 사회의 책임이라며, 논거없이 블랙홀로 빠져서 찐따포스 드리우신 서울대생을 보며 껍데기는 신동엽 시인의 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세상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가늠이 되질 않는 군요.

      밑도 끝도 없는 서울대 이름모를 그분과 이 댓글은 마치 거울을 보듯 닮아 있군요. 밑도 끝도 없다 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던지는 걸, 주장만 하고 논거를 대지 않는 걸 보면 말입니다. 주체의 분열, 포스트 모더니즘은 역사에서도, 현실에서도 현재진행형인 모양입니다.

      성신여대와의 토론에서는 기여입학제를 지지하는 쪽을 택하셨죠?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시는 분들께서 기여입학제를 찬성한다는 것에서 연대의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존재론적으로 두 대상을 따로 볼 필요도 있습니다만, 기여입학제의 골조는 신자유주의의 맥락에 놓여 있는 것이니, 이 역시 주체의 분열을 스스로 조장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만, 이건 반론의 여지를 드리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화내는 사람은 지는 사람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승하지 못한 화풀이를 이곳에 배설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내년에는 제발 나오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더이상 대머리 독수리의 비상을 보고 싶지 않군요. 자랑스런 학교 이름에 먹칠하는 것은 이 댓글 하나면 족할 듯 합니다. 당장 가발이라도 하나 사서 쓰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신촌바닥에서 쪽팔린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품격을 숨겨주는 가발을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베이에 한 번 문의해보시는게...


요즈음 <백지연의 끝장토론>을 보고 있다. 손석희씨가 <100분 토론>을 그만 둘 무렵, 끝장토론을 스을쩍 본 적이 있었는데, 진행자만 빼고 Jerry Springer 쇼 인줄 알고 식겁하고 잊은 채 지내다가 '대학토론배틀' 한 꼭지를 보고는 기대감을 갖고 다시보기를 시작했다. 내가 가진 기대감은 별 다른 것이 아니었다. 주로 정치인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들의 스스로의 생각보다 취해야 할 입장의 변론들이 난무하는 토론이 아니라 생각의 나눔이 이루어질꺼라는 기대였다. 반짝거리는 아이디어가 아닐지라도 호소력있는 소구를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보통 토론은 그 주제를 보고나면 흐음, 찬성쪽은 이런논리를 반대쪽은 이런논리를 펼치겠구나라고 쉬이 짐작이 된다. 내가 머리가 굵어져서가 아니라, 딱 그정도의 토픽이 토론에 적합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배틀이 되는 토론주제란 본질적으로 Controversial 한 것이니 누가봐도 입장이 애매할 수 밖에, 게다가 찬성과 반대 어느 한쪽을 지지해야한다. 양비론과 양시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피난처는 토론에서는 허락될지라도 배틀에선 허락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 토론의 쟁점은 찬성측이든 반대측이든 간에 두가지의 선택지가 생긴다. 찬성측 입장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찬성할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하거나 반대할 수 없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공세를 취할 수 있고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토론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주제에 따라 찬성의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16강전 1라운드의 주제를 보자. "국민영웅 박지성 술광고 해도 되나?" 이건 뭐, 제작진이 홍보효과를 노리고 '박지성'이라는 태그를 썻다고 밖에 안보인다. 찬성쪽은 시작도 하기전에 우위에 있다. 성인 남성, 그리고 직업선수가 합법적인 일을 하는데, 무슨 논리로 반대를 하나? 인터넷 세상에서는 박지성선수 안티세력에 심정적으로 기대볼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자신없다. 급 반대쪽의 논리가 궁금해졌다. 이 난관을 어떤 재기로 극복을 해낼것인가 기대감이 생겨 tvN에 계정을 만들고 다시보기 몰아보기 신공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는...

낚였다.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었다.
박지성이 아니라 김연아를 운운했음 수만명이 낚였을지도 모르겠다.

명지대 학생들은 철저하게 유리한 입장에서 누구라도 준비할 수 있는 모든것을 준비해왔고, 연세대 학생들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 공익에 반하는 광고를 찍으면 안된다는 법리적 근거에 기반해 상식적인 바늘구멍을 파보다가 바로 막혔다. 분명히 불리한 입장에서 출발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애처로울 정도로 빈약한  논거였다. 게다가 끊임없이 상대토론자에게 자신의 견해를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는다면 인정하지 않는 논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토론의 기본을 모르는 자세다. 폭력이다. 토론에서 자신의 견해는 말해지는 것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스스로 논거를 세우지 못하고 상대의 동의를 구해야 성립하는 전제밖에 준비하지 못했다니 실망이다.

열심히 토론을 준비했을 학생들에게 이런 독설을 날리게 되다니 나도 나에게 실망이다.
행여나 토론당사자가 이 포스트를 접한다면 1라운드에 출연한 죄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대략 4시간 가까이 8가지 토픽의 토론을 본 결과 감상은 한마디로 학생은 학생이다 였다. 열심히 예습해와서 나 이만큼 공부해왔어! 나좀 봐줘! 라는 아우성이었다. 아쉬운 점은 학생들의 수준이 아니었다.(물론 수준도 기대이하인 팀도 있었지만) 태도의 문제였던 것이다. 본인들의 논리를 차근차근 전개시키기보다 상대의 말실수와 허점을 하이에나 처럼 파고들려는 일부 학생들의 태도에서 익숙함을 느낀건 나 뿐일까?

제비뽑기로 결정되었다는 진영의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팀이 나온다면 얼마나 멋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확고한 논리로 이성에 호소하는 팀 VS 청중을 울릴만큼의 감성에 호소하는 팀
이런 대결은 무리일까?
부르투스와 안토니우스의 대결을 기대한 건 내 욕심일까?

지극히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지만 
이화여대 오만과 편견 팀, 연세대 언금술사 팀에 은근히 매력을 느낀것은 단순히 뽑기운과 대진운이 따랐다고 폄하해버릴 수 없는 포스가 느껴져서였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그나저나 백지연씨는 너무 매력적이라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확인하며 8강전을 그래도 기대해본다.


다음은 16강전 링크, 스압과 플레이시 광고의 압박이 살짝 있습니다만 tvN에서도 광고는 봐야넘어가는군요.

(추가내용) 5분까지 밖에 플레이 되지 않고, 어짜피 tvN으로 가서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군요. 처음에 미처 몰랐습니다.


<1 라운드>국민영웅 박지성 술광고 해도 되나? 
명지대 '비주얼' 찬성 VS 연세대 'Beautiful Debate' 반대

<2 라운드>학교체벌 해야하나?
고려대 '잡담' 찬성 VS 이화여대 '엣지론' 반대

<3 라운드>서울역, 치욕인가? 문화재인가?
서울대 '쾌담' 찬성 VS 이화여대 '오만과 편견'
 

<4 라운드> 전작권 환수 연기
찬반논란
계명대 '마나마나' 찬성 VS 성신여대 'Let`s' 반대

<
5
라운드>
탈북자 계속 받아줘야 하나?
전북대 '카이케로' 찬성 VS  전남대 '휴먼스쿨' 반대

<6 라운드>국민스포츠 야구냐? 축구냐?
부산대 '토론스타P' 야구 VS  서울여대 '매력토론' 축구

<7 라운드>누드비치 국내에 있어도 되나?
서강대 'I-POD' 찬성 VS 연세대 '언금술사' 반대

<8 라운드>인간복제 해도 되나?
충남대 '맥스봉' 찬성 VS 서울대 '3김시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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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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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organicfarmer.tistory.com BlogIcon 꿈이촌놈 2010.08.11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끝장토론을 본적은 없지만 일반 토론과 다르게 자유분방한 프로라고 들은적이 있어요.
    붕대소녀님의 포스트를 접했으니 관심을 가지고 시청해봐야 겠네요. 좋은 포스트 잘 보았습니다 *^^*
    올블릿 살짝쿵 클릭하고 갑니다 ㅎ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1 1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괴짜님 당첨 축하드립니다. 제 블로그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ㅠㅠ감동~ 당첨선물은 없습니다만 ㅋ 괴짜님 블로그 매일방문으로 갈음하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ghostjin.tistory.com BlogIcon Ghost JiN 2010.08.12 0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끝장 토론 한번씩 보는데 흥미있는 내용이 많죠 좋은글 잘보고 간답니다~
    오늘하루 마무리 잘하세요~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2 0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버라이어티도 그렇긴 하지만 토론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역량은 절대적인것 같습니다.^^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리플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8.14 2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대 3김시대 토론보고 기겁했습니다. 저런 분들이 나중에 한나라당가면 골로 가시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엣지론 팀을 응원했는데, 목소리톤도 인상도 너무 상냥하셔서 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현재 국내 방송 토론에서 모종의 똘레랑스를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는 일절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쇼인거죠. 토너먼트 방식이긴 하지만 배틀보다는 쇼를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모습이 일절 없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풍자라는 게 쥐꼬리 만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5 0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풍자까지는 기대안하고 대학생들의 토론인 만큼 당략이나 선언으로 끝나는것이 아닌 논점을 벗어나지 않은 토론을 기대했었습니다. 실망한 부분이 부각되었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했었습니다.

      방금 8강전 3,4라운드를 보고 왔습니다. 역시 마찬가지 감상이지만, 각각의 수준차가 너무 커서 옥석을 가리기 도리어 힘들군요. 좀 쉬고나서 8강전에 대한 리뷰를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이번엔 좀 긍정적인 부분을 들추어 내 봐야 겠습니다.^^

  4. sin 2010.08.15 0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론참여했던 학생입니다 ㅎㅎ 8강리뷰 보고싶네요^^ 객관적인 평가 부탁드립니다! 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16 0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접한 글이라 부끄럽습니다. 정작 제가 토론에 참여한다면 박살이 여러번 날꺼라 생각하면서도 논평을 하는것은 비판을 통해 훈계하려는 생각이 아니고 저 스스로 배워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관점에 따라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뷰는 개인적으로 철저히 주관적으로 써나갈 예정입니다. ^^ 방문해주셔서 고견남겨주시면 배움이 될듯 싶습니다.

  5. adw0412 2011.07.31 1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16강전 다시보기 해도 1,2,3 라운드는 방송으로 안나왔더군요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나머지는 tvn홈페이지에서 봤는데 이 세개는 못찾겠네요;;

  6. ekgml188 2011.12.21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생이안되는것운 저뿐인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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