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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뭐 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과정을 완전히 마친 것 도 아니니 유학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 어학수업을 한 과목(유닛은 꽤 되었지만) 들었으니 어학연수라 하기도 좀 뭣하고 신사유람이라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테다.

영어는 못하지만 자신감과 적응력은 내 무기.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설레임 아니다 ㅡ.ㅡ;;) 가득 안고 날아간 곳은 San Francisco. 출발 하기 직전까지도 부모님은 MBA과정을 준비하는 걸로 착각하고 계셨다. 게다가 바로 이름만 딱 대면 알만한 대학에 들어갈 꺼라고 얼토당토않은 확신에 차 있으셨다. 원래 부모들이란 그렇다. 자기 자식은 다 천재인 줄 알고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좋다고. 하지만, 정말 몹쓸 일이지만 내 계획은 전혀 달랐다. 경영학이라니 원. 애초에 계획한 대로 일이 안 풀리기도 했지만, prerequisite course(선수과목 - 응? 선수?ㅋ) 때문에 한동안 시간을 보내야 했다. Public Speaking과 Studio Art등등 뭐 의욕과 달리 공부는 별로 열심히 안 했으니 할 말은 없고 ㅋ. 참 잘 놀았다.

미국생활에서 제일 먼저 맞닥뜨린 것은 운전면허였다. 일단 준비해 간 국제면허증으로 당장 운전은 가능했지만, 차량 구매부터 보험가입까지 여러 가지 불이익이 많았다. 곧바로 신청하고 얼마 후에 맞이한 면허시험은 턴어바웃 할 때 오른 손으로 시험관 어깨를 후려 쳐 준거 외에 가볍게(?) 커트라인으로 통과해 주시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DMV사무실로 가던 중이었다. 의외로 주행시험 내내 친절했던 시험관이 뭐라뭐라 하며 나를 불렀다. 대충 축하한다는 말이겠거니 해서 "쌩유~썰" 하며 밝은 미소를 날려주는데. You left your car light on.(니차 불 켜져 있어.) 하며 내 차를 가리킨다. 아하. 바디랭귀지의 고마움이란.

일단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못 알아 먹는 말이 나오면 주눅이 든다. 면허시험장 사무실로 돌아와 간단한 신체 검사를 받을 때였다.(나는 분명히 시험 후 신체검사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해서 물어보니 다들 시험 전 신체검사란다. 내 기억의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그때 그때 다른 것일까?)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꽤 형식적인 신체검사임은 매 한가지인데, 나는 색약 문제로 매번 복잡하다. 하나의 램프에 빨강, 초록, 노랑 불이 교대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러줘야 하는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레드, 그린, 옐로우, 그린, 레드,... 무슨 키에슬롭스키 영화도 아니고. 그러던 중 마침 기계가 고장 났는지 작동하지 않는다. 직원이 뭐라뭐라 나에게 설명하는데, 도저히 못 알아 듣겠더라. 일단 난 괜찮다고 That's ok! 했는데, 묘한 표정으로 또 뭐라뭐라 한다. 아참 OK해야 할 쪽은 내 쪽이 아니라 그쪽이지... I'm sorry. Pardon me. Say it again please.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해 여러 번 듣고도 끝내 이해 못해서 나 영어 잘 못 알아 들어요~ 라고 고백했다. I have hearing problem.(제 청각에 문제가 있어요.) 그러자 그 직원 갑자기 사무실이 떠나 갈듯한 소리로 Oh~~~ I am sorry~~~ 외친다. 순간 나도 깨달았다. 급한 마음에 뭔가 내뱉는 다는게 I mean I am not good enough to speak in English.(난 영어로 말할 자격이 없어요.) 그 센스직원 금방 깨닫고 한국계 직원을 불러준다. 진즉 그럴 것이지. 

면허시험 합격의 기쁨보다 무안함이 휘몰아친 하루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인근에 사시던 교회집사님 댁에서 빨래를 해주셨었지만 늘 미안해서 그 날 저녁 지하에 있는 코인세탁실로 처음 갔다. 빨래를 돌리며 혹 훔쳐가면 어쩌나 싶어 옆에서 그냥 잡지를 읽고 있는데 어떤 힙합청년 타입의 애가 들어오며 말을 건넨다. How is it going?(안녕~) Well m... It's 1st time, so I don't know it goes well actually.(응? 나 사실 첨이라 잘 될지 모르겠어.) 아 뭔가 꼬일려면 한도 끝도 없이 꼬인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날이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좋은 점은 누구나 5분이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게 늘 좋은 점만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하루 였다. 무엇보다 더 이상 입을게 없어질 무렵까지 그 세탁실에 못갔다.

부끄러운 하루를 고해성사라도 할 겸, 다음 날 만난 역시 유학생인 Jackie라는 친구에게 이야기 했다. 그 친구는 예술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MBA과정에 있던 나름 유식하고도 똑똑한 사람의 전형 같은 느낌의 Mentor격이었는데, 실제로도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성격의 소유자인 그가 깔깔깔 웃으며 자기도 그런 적 있다며 해 준 이야기.

I love you 4 centimeter reason에서 4 centimeter 가 어떤 메타포인지 궁금하다고 친구에게 물어봤단다.




다른 사람 버전은 몰라도 Nat King Cole 버전은 그럴 만 하다. ㅋ
I love you 4 cm reason, Jac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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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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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10.02 0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 어쩐지 빨간장미 입에물고 수요일에 가고시픈(?)
    아름다운 곳에 계셨군요~~ 부럽루럽
    미국도 여러지역에 계셨나봐요 그런데 샌프란시스코는 너무 물가가 비싸지요?(이런...낭만제로 ㅎ)
    그래서 그런지 장거리 출퇴근이 많은것 같았는데 해서 주말이면 호텔이 저렴해서 좋았던것도 ^^ㅋ -근처엔 대형 차이니즈마켓이 많았던것 같기도 하고 유독 기억에 남는 고기섹션에 껍데기 벗긴 개구리를 팔던것도... 발구락 사이에 피가 고여있..으악)
    전 처음 놀러 갔을때 집들이 참 희한하게 다닥다닥 붙어서 지어놔서 어떻게 지었을까 되게 궁금했었는데 아직도 풀리지않은 미스테리....
    한날은 비지터센터에서 나눠주는 공짜 지도에 보니 걸어서 두시간이면 도시를 다 볼수 있다고 해서?(기억이 가물해서 확실한지...그래도 분명히 두시간-_-!) 왠걸 정말 하루종일 이골목 저골목 방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핫 과거 할렘 분위기를 방불케하는 먼지 풀풀날리는 음산한 어떤 골목에 들어갔다가 생수병차고 노는 흑인아찌들이 에이~(헤이~ 그 특유 뉘앙쓰) 마 레이디~ 하는데 나 레이디 아님. 골목끝까지 총알탄 육상선수처럼(오바) 튀었던 기억

    그런데 처음이신데 상당히 매끄러운 영어를 구사하셨던듯 합니다. 저는 땡큐밖에 몰랐더랬어요 하핫 (see? follow me 시발로마) 웃는 얼굴에 침못뱉는다고 못알아들으면 뭐든지 땡큐! 그럼 안되보였는지 좀더 도와주고 ㅎㅎ
    말씀처럼 누구나 금새 어울릴수 있고 특히 고맙다는 표현, 미안하다는 표현 많이 하는게 저는 참 너무 좋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마주치면 늘 웃는것도 (처음엔 저한테 관심있어서 그러는줄 알았는데) 항상 습관적인 말인것 같아도 늘 허니~ 스윗할트~ 이렇게 해주는것도 저는 들을때마다 좋은지요 ㅎㅎ
    그나저나 4센티미터 리즌은 푸핰ㅋ 너무나도 큰웃음주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시절 라됴에서 자주 나오던 에미넴 노래중에 'Without Me' 란 곡이 있었는데, "round the outside~~round the outside~" 이게 아무리들어도 "마미 아웃사이드")

    왠즈이 오늘도 쓸데없는 수다만 떨고가는 선수 응? ㅎ 선수였습니다 (__)
    저는 10월첫날! 왠지 감이 너무 좋습니다 맨날 감은 좋은데 ㅎㅎ 암턴 저의 이 좋은 기분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붕대소녀님도 마무리 하시는 논문 화이팅!!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2 0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포스팅은 일전에 말씀드렸던 '치기' 어쩌구 하다가 생각나버린 '센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ㅋ

      샌프란시스코가 물가가 비싸단 생각은 한 참 뒤에나 할 수 있었어요. 산타바바라 옮긴 뒤에야 제대로 확신하고. 절대 빈곤생활이었지만 비교대상이 없어서 그냥 미국은 그런가보다 했었구요. 샌프란시스코가 뭐 별로 대도시 같지도 않다보니 ^^

      차이나타운 꽤 크죠. ㅎㅎ 재팬타운도 자그마 하지만 일본식 건물과 키노쿠니야서점등이 자리해서 그냥저냥 일본거리 다운 느낌이 있고, 워낙에 히피들 투성이라 혼자 걸어댕기기 좀 당황스러울때도 많고 ㅋㅋ 여튼 아트 하고싶은 사람이 서부로 간다면 무조건 샌프란시스코 추천해야 될듯요.

      음... 매끄러운 영어라니요. ㅋ 그냥 짧게 이야기하면 못알아듣길래 길게하는 습관이 붙어가던 중이었어요. 스타벅스 가서 주문할때, 그란데 라테 플리즈... 이게 안통하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결국 포기하고 Today's coffee를 한동안 마실 수 밖에 없었다는...

      마미 아웃사이드 ㅋㅋ 저 이런거 디게 많아요. ㅋ

      여튼 저는 산 곳은 샌프란시스코, 산타클라라(산호제), 산타바바라 이렇게 옮겨다녔어요. 이를 두고 1.4후퇴냐? 하던 친구도 있었다는...

      글도 안되고, 머리도 복잡한데 오늘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수제인형 핸드폰줄 선물받았어요. 머리 좋아진대나 어쩐대나. ㅋㅋ 근데 그냥 웃고 말았는데, 선수님 장문의 댓글보며 기분 완전 업됬습니다. 죙일 달려봐야겠습니다. 근데 논문이 되면 안된다니깐요!! ㅡ.ㅡㅋ

  2. Favicon of http://mih.bottesuggds.com BlogIcon ugg 2013.04.07 1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mih.christianlouboutinouti.com/

  3. Favicon of http://dpq.cheapsuprashoeso.us/ BlogIcon supra society 2013.04.19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은 반짝반짝 빛이 나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빛은 사라저버릴거야,지금 우리처럼

2010.09.26 23:00

슬픈 외국어 2 - 안녕, 독일어 슬픈외국어2010.09.26 23:00

 

대학 3학년 즈음에 근대철학을 들으며 전공에도 뒤늦게 좀 재미를 붙이게 된 나는 대륙의 합리론, 영국의 경험론으로 정리되는 영국, 프랑스 중심 이야기에도 잠시 매혹되기도 했지만 워낙 칸트의 무게감이 큰 나머지 그의 매력에 슬그머니 빠지게 되었다. 철학사 책을 비롯 칸트해설서들(워낙 넘치도록 많다)을 읽다보니 역자에 따라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게 되고, 개념어 다르게 쓰는 거야 금방 적응해 냈지만 곧 원서로 읽고 싶다는 턱없는 욕심이 생겼다. 솔직히 그 욕심이 강렬한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어나 제대로 공부하자, 아니다 영어부터 좀 해놓고 까불자, 아니다 우리말로 된 책이나 더 읽자 등등 현실적 고민들 때문에. 하지만 그정도 만으로도 자연스레 독일어 바람이 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프랑스어부터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될 때까지라고 한정할 수 없었고, 영어부터 좀 이라고 해봐야 역시 마찬가지 문제였다. 외국어를 '마스터' 한다는 게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싶었다. 어차피 라틴어 파생언어들 같이 좀 사랑해 주지 뭐 하고 시작된 독일어 바람. 

독일어라곤 아베체데 abcd 와 Ich liebe dich. 밖에 모르던 내가 덜커덩 남산쪽에 있던 괴테인스티튜트에 등록했다. 우선 알리앙스보다 훨 비싼 등록금에 놀라고, Vive la France! 독일보다 프랑스가 더 좋은 이유 하나 추가, 투덜투덜 했지만, 역시 비싼 만큼 열심히 다니리라 싶어 쌈지돈 쾌척했다. 게다가 문법위주가 아니라 회화위주 클래스니까 뭐 하는 가벼운 마음도 있었다. 주변 친구들과 가족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한 개 만 해!", "걍 알리앙스나 계속 다녀" 이 정도는 정말 애정 어린 충고였고, "영어나 좀 하지?", "독일문화원에 기부?" 등의 비아냥이 대부분이었다. 그래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련되는 법. 반년만 지나봐라 내가 독일어로 비웃어주지. 

수업은 놀랍게도 정말 ABCD 부터 시작되었다. 만약 다른 것을, 이를테면 PC관련 소프트웨어, 배울 때 이런 식이었더라면 나는 짜증이 확 몰려왔겠지만, 정말 Guten tag! 하고 Auf Wiedersehen! 사이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고 들리지도 않는 나에겐 무척 적절한 교수법이었다. Besten Dank! Kris 쌤. 

하지만 진전은 없었다. 그렇게 쉽게 시작했지만, 외워야 할 것은 너무 많았고 게다가 단어 외우기 전에 반드시 외워야만 할, 데르데스뎀덴, 디에데르데르디에, 다스데스뎀다스, 디에데르덴디에. 이건 다행인지 아직 안까먹었군. 그리고 아인아이네스아이넴아이넨,… 관사는 영어가 더 어렵다고들 하지만 독일어 결코 만만치 않다. 외국어 공부라는 건 정말 장기레이스를 각오해야 하는데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고난 뻔뻔함이랄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떠들기는 잘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모든 외국어에서 문법을 잘 모르는 나의 문제가 되었을지도. 혹자는 아니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문법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문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범생들에게 하는 소리고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여튼 명사의 성, 수 등 문제는 불어에서 이미 겪을 대로 겪어봐서 낯설지는 않았고, 동사의 변화도 상당히 규칙적인 편이라 일단 볼 때는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외워지지 않아서 그렇지. 문장을 만들어 외우는 게 당연히 낫겠다 싶어서 기본문장들을 외우기 시작했으나. Dies ist das buch. 이 것은 책입니다. 따위의 말을 대체 어느 순간에 써먹을 수 있단 말인가.(혹 문장외우기 하시는 분이 있다면 성/격 도 바꾸고 단어도 바꿔서 정말 써먹을 수 있는 문장으로 외우시길) 외운 문장을 적시적소에 써 먹는건 로또번호 맞추기 같은 거라 꽤 힘든 일이다. 그래도 그 기쁨을 한 번 누리면 중독되긴 하지만 한마디씩 던지고 뭔가 되돌아 왔을 때, 못 알아먹으면 기쁨보다 자괴감에 푸욱 빠지고 만다. 아 조급한 내 성격.

영문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독일어 문법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나로서는 문법적으로 어려운 것은 영어나 불어나 독어나 마찬가지였다. 죄다 어려우니 심리적 위화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독문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영어공부 할 때도 잘 안하던 단어장을 만들어서 꼼꼼히 정리하기 까지 하던 나. 역시 처음 3주정도는 정말 열심히 했고, 그 다음 3주 정도는 어지간히 하다가 뭐가 그리 바빳는지 하루 이틀 수업을 빼먹다 보니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되었고 레벨테스트에서 낙방. 재수강을 해야 했다. 그렇게 또 3달쯤 지나가자 동기부여도 어디론가 실종되고 너무 급하게 그만 두고 말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채 반년도 안 되는, 5개월도 안 되는 그 독일어 공부가 이후 한글 번역된 칸트나 니체, 훗설과 하이데거 책을 보면서 도움이 되더라는 것. 거짓말 같지만 대단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그전 까지는 단어 하나 때문에 오해하거나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이 사전 조금 뒤적인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독일철학의 난해함이란 번역의 문제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내 생각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금새 또 알게 되었다. 하이데거에 대한 독일인들의 농담에 <Sein und Zeit> (존재와 시간)은 언제쯤 독일어로 번역되나? 라는 게 있다. 그게 그런거다. 훗설의 용어나 하이데거의 용어는 그들에게도 어렵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위안은 된다.


그리곤 Auf Wiedersehen! Das Deutsche. 안녕,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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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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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10.02 0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보통 외국어를 배울때 기본? 알파벳->단어 순으로 익히는것 같은데
    친구중에(중국인) 대략 3개월만에 영어를 프리토킹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언어를 이해하는것 같았는데 억양같은 들리는 그대로 그 느낌을 먼저 흡수?하더라구요 제가 가끔 한국말을 하면 그 높낮이 톤, 강약의 정도 그런것을 바로 캣치해서 금방 제게 똑같은 말을 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저는 마땅히 표현할 단어에 머리 굴리고 있는동안 친구는 술렁술렁 분위기에 따라 들은대로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언어가 완성되어가더군요. 아마 꼭 우리가 어렸을때 모국어를 배우던 방식처럼이요. 그때 그친구를 보면서 말하려는것에 집중되어있는것과 들으려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 범 인류적인(?)고민이 들까말까(?) 했던것 같습니다.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쿨럭; 갠적으론 일본영화나 애니를 보면서 자막을 치우고 지금껏 봤더라면 벌써 유창해졌을거란 생각이 ? 믿거나 말거나 ㅎ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10.02 0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범 인류적인 고민... 세계평화에 이바지... 왤케 웃기심 ㅋㅋ

      언어적 재능이란게 분명 있는게 분명해요. 음악적 재능과 마찬가지. 어릴때, 중1때... 피아노를 체르니 40번 까지 쳤는데, 교회 찬송가 반주를 못했어요. 반주자가 아파 못나왔을때, 전도사님이 절 시키는데 ㄷㄷㄷ. 무조건 외우지 못한 악보는 못치는 주입식 교육의 희생양. ㅋ(절대 제 재능없음을 탓하지 않음.)

      반면 제 가족은 피아노 학원 다녀본 적 없는데 곧잘 쳐요. 늘 무시당합니다. ㅠㅠ

      그런데 중국애들이 확실히 영어를 빨리 배우긴 하더라구요. 어순이 같아서 편한듯. 우리가 일본어 배우기가 상대적으로 쉬운것과 마찬가지인듯요. 뭐 더듬거리더라도... 중국어랑 일본어는 슬픈외국어 씨리즈 4,5편쯤 나올듯요. 기대는 마시고, 걍 봐주셈~ ㅋ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hanjin1633 BlogIcon LordKang 2011.01.22 2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올해 철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서양철학 수업내용을 이해하고,
    그 수업에서 좋은성적을 받기위해서는 독일어 원서 독해가 가능할 정도로 독일어를 할줄 알아야하나요?
    원서강독은 대학원 과정에서나 하는줄 알았는데요...

    학부과정에서도 출중한 독일어능력이 요구되는지요??

 

지금도 여전하지만 외국어 편력이 좀 심한 편이다. 영어를 제외한 첫 외국어는 망가, 애니, 일드, 일영으로 이어진 일어였지만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는 Francais.
Le francais n'est pas difficile.(불어는 안어렵다.)에 속아 넘어간 나는 수학에 강한 문과생이었고 국어든 영어든 별로 못하던 나는 언어습득능력이 보통사람에 비해 떨어지나보다 하고 그냥 단념했다. 잘 찍자!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그래도 기본기인 아베쎄데 abcd… 가 있으니 ㅡ.ㅡ;; 하고 초급불어강독과 초급불어회화에 도전했다가 식겁했다. '초급'이란 말이 무색하게 수업시간에 한국말을 한마디도 안쓴다. 들리는 말은 Salut, Cava, Tres bien. 안녕, ok, 훌륭해! 제일 많이 쓴 말은 Je ne sais pas, Oui, Non, Merci, Pardon. 몰라요, 네, 아뇨, 쌩유, 쏘리. 

결국 회화과목은 착한 강사님과 착한 친구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과분한 학점(무려 C+)을 받게 된다. 착한 친구 JJ는 프랑스에 초딩때 이민을 갔다가 돌아와서 개인과외 수준으로 날 구해주었지만, 정작 그는 수업에 별로 나오지 않아 C-를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맘 상했을텐데 배은망덕 붕대의 폭로로 인해 근 1년간 놀림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프랑스에서 10년을 살고 초급불어 C- . 정말 미안해 JJ. Je ne l'si pas fait expres. 고의는 아녔어.

반면 초급불어강독은 악마 같은 강사를 만난데다 도움 받을 수 없는 1:1 구술시험의 결과 F를 받고 만다. 그래도 F라니 싶어서
몇 번을 연구실로 과사무실로 찾아가 어렵게 만난 그 강사. 내 눈을 똑바로 보며 "학생 태도를 고치기 전엔 패스할 수 없을꺼야?" 라고 불어로 한번, 한국어로 한번씩 또박또박 말 해 준다. 내가 무슨 죽을 죄라도 지었나? 나름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1학년 때라 별로 때묻지도 않았던 나는 꽤 충격 받고 아무 말도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인데 그 분은 내가 빼먹었던 수업에서 앞으로 공공연히 수업시간에 한국말 하면 반드시 F를 줄거라고 경고했고, 나는 반항할 뜻은 결코 없었지만 내 썰렁한 개그가 그 시대감각에 맞았던 것을 어떡하나. 내가 한 농담들은 발음을 갖고 한 몇가지 고의성 없는 장난들 + 실수들.  그런데 까뮈와 싸르트르를 읽으면서 유머감각도 없으면 그 무서운 강사의 수업을 견딜 수 없었으리라.

지금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대충, 응가 발음 나는 것들을 이용한 더러운 개그와 쉬바(ㄹ) 스러운 발음들을 이용한 욕개그(?), 그리고 에튀디앙(대학생)을 에꼴리에(초딩)으로 혼동해서 쓰는 의도 없는 실수들의 연속. D도 감사하게 받을 수 있었기에 매달렸다면 혹시 패스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고 말하면 역시 거짓말이고 그보다는 상황에 적절한 정치적 센스가 없었다. 갑자기 무릎 꿇는 건 이상하잖아. 차라리 잔뜩 쿨한척 C'est ca. 그래요 뭐 그럼. 이라고라도 했더라면 멋있기나 했을텐데 아쉬울 뿐이다.

3학년이 되어 재수강을 했다. 악마강사를 피해 선하고 선하다는 교수님 수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불어강독 수업이 원래는 초, 중, 고급, 세미나로 4단계 나뉘었었는데, 그 즈음 불어강독 1, 2, 3 3단계로 나뉘며 1이 예전 초급과 수업번호는 같은데 수준은 중급으로 변했다는 것. 

첫 날 수업. 적당히 구석진 자리를 찾아앉았는데 교수님 쫌 액티브 하신 분이었다.(La femme d'action) 강의실을 마구 돌아다니면서 질문을 해대신다. 움츠러 든 나는 겨우 알아들은 질문에 대답한다. "까뮈 소설중에 읽은 것 있어요?" 하는데 일단 반갑긴 했다. 또 까뮈와 사르트르 일래나 싶어서. "페스트요." 라고 했더니, "라 뻬스뜨, 그리고? La peste, et (avec ca)?" 하신다. 호곡. '최초의 인간'도 읽었고 '이방인'도 읽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Le premier homme의 쁘르미에도 L'etrange에뜨랑제도 생각 안났다. "C'est tout. 그게 다에요"

수업시간에 우리말을 써도 문제되지 않는 평온함도 있었지만 어쨌든 버티고 버텨서 맞이한 기말 구술 시험. Simone de Beauvoir <La Femme Rompue, 위기의 여자> 에 관해서 이미 rapport도 낸 상태이고 비중도 높지 않은 구술이었지만 하나도 늘지 않은 불어실력을 한탄하며 오해와 되는 대로의 답변이 이어진 뒤. 선생님왈, "왜 이 수업 들었어요? 불문과 전공수업인데." 나는 2년전을 떠올리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가만히 듣더니 "학생 태도는 문제가 없어요. 프랑스어가 문제지. C 이상은 안되요." 역시 천사셨다. La professeur de bonne. Je t'aime bien! 좋은교수님 겁나게 사랑해부러요~

그 무렵 알리앙스를 반년을 다녔지만 모제1 Mauger(프랑스기초문법책) 을 넘어서지 못했고, 프랑스어 싸이트를 찾아다니며 사전끼고 탐독하던 열정도 있었지만 그 때 뿐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프랑스 사상계를 동경하는 주제에 프랑스어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씨리즈물을 기획했다. 언젠가 꼭 해봐야지 했었는데 이 따위 소재로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흥분된다. 이것이 씨리즈물의 매력인지도. 문득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 좀 시작해 볼까 하다가 시작된 포스팅. 요즘 때늦은 사춘기인지 이것저것 해볼까 하는게 너무 많아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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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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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6 1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했었는데
    "워 셜 한꿔~런" 밖에 기억이....절흔..;

    저도 불어는 노래한곡만 외워서 기타치면서 불러보고 싶은데
    그리고 스페니쉬 하나, 중국어 하나요 하핫^^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6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Tombe la neige 돈벌어 나줘? 같은 우아한 노래 한곡 뽑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래퍼인생을 걸어가기로... ㅋ

      것보다 숑크숑크송 아시는지? 한 때 무도회장을 휩쓸었던 노래였는데,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 원곡보다 조혜련곡이 유명하군요. 못살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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