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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여입학제도 허용해야 하나
                                   
연세대학교(언금술사) - 찬성

"소수의 기여 입학으로 다수의 저소득층에게  장학혜택을 줄 것"  

성신여자대학교(렛츠) - 반대

"기여 입학은 학벌을 돈 주고 사는 것,  교육 평등권에 위배"

   

 

미리 깔아두는 사설

"나 잔디 깔고 들어왔어." 1학년 1학기 학사경고를 때려 맞은 동기의 말이었다. 나는 상당히 순진한 아이(?)였기에 곧바로 그의 집안배경이 남 다르다는 것과 학사경고를 맞고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에서 내가 아는 몇몇 뼛 속 깊이 부잣집 아이라는 낙인이 찍힌 친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실제 입학 당시 잔디가 새로 깔렸으니 정황증거도 확보되었다. 그런데 뭐?

그 친구가 잔디를 깔고 왔건, 건물을 짓고 왔건 별 관심 없었던 이유는(대체 얼마나 사는집 애일까? 하는 관심은 충만했다 사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을 뿐.) 시험문제 몇 개 더 맞고 덜 맞고 하는 것으로 정해지는 대입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러냐고? 아니다. 시험제도가 바뀐것과 상관없이 생각이 좀 바꼈다. 여전히 그닥 신뢰는 안하지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대입 완전 자율화 되기 전까지의 유보적 입장이지만.

대학기여입학제. 이 토론 주제를 보면서 뻔한 이야기를 그려보았다. 가진자의 횡포 vs 공리주의. 보통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던 대학토론이 왠일로 그대로 재현된다. 그래서 토론자체의 진행과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어져 버렸다. 승부가 명확히, 그리고 지나치게 일찍 나버렸다는 것이 원인일꺼다. 승부와 살짝 벗어난 곳에 촛점을 맞춰서 늘 그래왔듯 몇 가지 가설과 억측을 내세워 없는 재미를 찾아 보았다.

다음은 상상의 나래, 혹은 가설과 억측들을 빙자한 강도 높은 비판.


'그들'의 이야기 vs '우리'의 이야기

어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토론전 준비과정에 대한 배경 정보를 전해 들었다. 다소 특정팀의 인상을 부정적으로 이해하게 될 스토리이다. 뭐 그 분의 인품은 신뢰하지만 그 분이 전하는 정보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상상력에 도움은 되지만 동시에 편견을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세한 것을 밝히면 허위사실 유포가 될수도 있을테니 표현의 자유를 남용해 드러난 사실을 갖고 구라를 쳐봐야지.

전반전 성신여대팀의 "연세대에 자발적 기부문화가 싹트고 있다. 블루버터플라이라고 아시겠지만...?" 이라는 이야기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연세대팀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처음보는 '찬스'까지 써가면서 작전회의를 갖는다. 아이러니 한 점은 대학토론배틀에서 내가 본 학생들은 객관성을 어필하고 싶었던 탓인지, 몇몇 순간들을 제외하면 '우리'의 이야기나 '나'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줄곧 해왔다. 심지어 자신이 속한 준거집단의 지칭에도 '그들' 을 사용하고 '그들의 이야기' 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이 토론도 양팀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전략적으로 제시된 "니네 학교 이야긴데, 알아?" 한마디에 우왕좌왕 하는게 좀 코메디다.

이는 익명의 제보자가 전해준 정보의 신뢰도를 높여주었고 연세대팀의 사전조사와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라는 의혹을 정당화 해줬다. 포인트가 단순히 허를 찔린거라고 생각하기보다 준비성부족으로 보게 된 이유는, 이전 라운드에서 연세대팀이 주도적으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때론 반론을, 때론 보충을 해왔던 것에 비해, 4강전에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여입학 시행사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편집된건가? 모르겠다.) 막말로 그냥 머리비우고 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Anarchist vs Blindness

성신여대팀이 입론에서 주장한 쟁점사항은 황금만능주의 조장, 교육평등권 침해, 양극화 심화의 3가지이다. 시종일관 이 관점에서 연세대팀의 공격을 방어해 냈다. 어짜피 3가지로 나뉘어서 그렇지 '평등'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한 가지 말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과연 3가지 쟁점 사안이 기여입학제에 의해 빚어질 문제인가 의심된다. 반문해보고 싶어진다. 기여입학제와 상관없이 상존하는 문제 아니던가? 정당한 반론이 되지 않을런가 몰라도, 일단 따져는 봐야겠다.

우선 황금만능주의 라는 듣기에 부정적 뉘앙스 만빵 깔려있는 이 단어는 무엇일까? 아 정말 익숙한 질문 만났다.

지나치게 돈을 숭배해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돈이 있는 사람을 강자로 여기고 돈이 없는 사람을 약자로 여기는 풍조. 고위공직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남용하고, 기업인들은 거기에 줄대려 비자금을 만들고, 가진자들의 물욕은 한계효용을 뛰어넘고 서민들의 삶은 힘들어져만 간다.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 있는 사람은 풀려 나고, 돈 없는 사람은 감옥 간다.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서열화 시킨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2010년의 대한민국이다. 즉 대한민국 정부는 황금만능주의를 착실히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 없다. 성신여대팀, 그대들은 무정부주의자들인가? 연세대팀, 그대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 사나? 


나쁜인재(?)론

성신여대팀의 주장중에 "교육자본은 인재양성에 쓰여야 마땅한데, 기여입학제는 본말을 전도하여 자본을 위해 나쁜인재(?)를 대학에 입학시킨다" 는 논리가 있다. 좋은 말이고 주목할 만 하다. 여기서는 누가누가 잘했나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라(결국은 따질꺼다만) '나쁜인재'라는 표현이 주는 재미만 일단 취한다.

'나쁜인재'란 과연 어떤 인물일까? 입학성적 또는 수학능력이 같은 학교의 다른 학생에 비해 못미치는 학생이라는 것과 윤리성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이라는 특징 외에 찾아낼 만한 근거가 없다. 주요쟁점이 되었으면서도 정의는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다.

논의가 진행되며 나왔던 국가유공자자녀특례등에 양팀 다 동의한 것으로 보아 '나쁜인재'는 수학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윤리적 잣대. 그런데 이넘의 윤리라는 것이 상대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 아비가 또는 어미가 자식을 위해 거금을 쾌척해서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것이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기여입학제가 없는 상황하에서는 정당할 것이다. 탈법적인 행위이고 사회정의라는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니까. 그런데 제도가 마련되면 그건 더이상 윤리적으로 따질 수는 있되 비난할 것이 못된다. 부모의 뜻에 따르는 자식을 비윤리적이라 할 수도 없다. 이것은 현행 형법도 특례로 보호해준다.

결과적으로 성신여대팀의 주장을 차포떼고 해석하면 제도가 시행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제기를 제도 시행전의 잣대로 하는 격이다. '차포떼고' 라는 표현은 논리를 제외한 정서에 호소하는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즉 성신여대팀이 심각한 논리적 오류를 범했으므로 잘못했다가 아니라, 정서에 호소할 여지를 남긴 주장일 뿐일 수도 있는데, 연세대팀이 너무 쉽게 논리적으로도 받아들인 것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다.


조삼모사론

연세대팀이 기여입학제 시행의 방법론으로 제시한 '지방대순차론'에 대해 성신여대팀의 반박에 나오는 말이다. 연세대팀의 주장은 소수 상위권 대학에 재원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면, 소외 받을 가능성 있는 대학부터 먼저 시행해 보면서 제도적 보완을 하자는 것이었고, 성신여대팀의 반박은 순차적으로 시행해도 상위권 대학에 기부금이 몰릴 것이 분명하고 결국 기부금을 척도로 하는 또다른 대학서열을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좋은 치고받기다.

그런데 조삼모사라면, 대가성 기여인가, 보상적 특혜인가에 관한 논쟁에도 같이 적용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성신여대팀이 대가성 기부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면서, 보상적 특혜인 국가유공자자녀특례, 농어촌특별전형 등에 면죄부를 주었는데, 보상적 특혜도 전형화 되면 대가성으로 쉽게 비화될 수 있는 것을 우리사회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던 나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보상적인 성격이었다가 이젠 대가성이기도 한,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만 봐도 그렇다. 국민적 합의가 어느정도 뒷받침 되고 있지만, 매번 사안이 벌어질때 마다 이미 규정이 있음에도 그에 우선해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보상적 특혜와 대가성 기여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상상의 나래를 접고 현실로 돌아와서

성신여대팀이 준비를 참 많이 해오는 팀이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정작 논지전개과정에서 자가당착적 논리를 보이는 것과 쟁점을 희석하는 스킬들을 잘 써온 것들을 이전 라운드에서 봤던 바. 나는 솔직히 실력있는 소피스트들이라는 혐의를 씌운 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번 토론에서 시종일관 쟁점을 쥐고 흔들며 논리적으로 추궁하고, 논점을 벗어나지 않고 싸운 완승이라는 점에 적잖이 놀랐고 감탄했다. 

특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것은 아니다. 평등권에 기반한 황금만능주의, 교육평등권침해, 양극화심화 이 세가지 폐해를 제시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전반 내내 환기시키는데 성공했고, 몇몇 깔끔한 반론과 더불어 승부를 일치감치 냈다. 그리고 맞이한 후반전에서 반격에 치중하는데, 몇 번의 함정을 파는듯한 질문은 쓸데없어 보이긴 했지만, 연세대팀의 후반 국면전환 시도를 깔끔히 차단하고 승기를 굳히는데에는 특유의 토론스킬이 아낌없이 발휘되었다.

반면 연세대팀이 지난 라운드에서 상대논점의 오류를 점잖게 그러나 강하게 공격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번 토론에서 너무 무기력함에 또 놀랐다. 준비도 제대로 안되었고 논리개발도 안되었고, 애초에 끌고갈 쟁점에 대한 논거조차 준비안 된 상태로 억지로 대안제시를 통한 국면전환을 노렸던 것 같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니들은 안된다고만 이야기하지, 우리는 되는 방법을 생각하자는 거야." 로 축약되는 연세대팀의 논지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쟁점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 뒤에야 결정타가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이성적인 필드에서 참패한 팀이 뒤늦게 꺼내든 감성카드는 아무런 힘을 발휘 할 수 없었다.

아 이제 최악의 결승전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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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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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14 14: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토론배틀은 공영방송에서 해주는건가요? 저는 하루종일 텍스트에 파묻혀있다 붕대소녀님 블로구에 들어오니 또 학교에 온 기분........ 읽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나중에 제정신으로 정독한후 댓글 달도록 하겠습니다 ㅋㅋ

    (딴소리)
    전 막 영화 한편 보고 들어오는길이에요 이런류 영화의 팬인 동생의 손에 이끌려 레지던트이블을 보고왔는데 영화는 둘째치고 저는 3D가 왜이리 적응이 안되는지요...- - 뭔가 미국사람들 코에 맞춰 제작한 줄줄 흘러내리는 안경.... 집에 굴러다니는 안경으로 담번엔 자체제작을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 핫도그는 맛있어... 열심히 먹으며 전편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안습기억력에 내내 설명만 열심히듣고 왔담다 ㅋ 음 좀비는 계속 진화하는군요 나중엔 원생동물처럼 번식하기 시작하면 어케 될까요? 암턴 저는 괴물영화가 싫다능 휴~ 하지만 통쾌한 액션은 시원 ㅋ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5 0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이런... 영양가 없이 길기만 한 글이 선수님을 미혹에 빠뜨리는 군요. ㅋ

      요 프로그램은 케이블에서 한거에요. 끝난지 보름 넘었구요. 저는 그냥 나름의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참 진행중일 때 여행을 다녀와서, 대학토론배틀이라는 이벤트에 관한 시의성과 상관없이, 토픽 자체를 대상으로 쓸까 했는데, 평범한 뒷북리뷰가 되었습니다.

      마무리 퍼뜩 하고 다시 건조한 글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ㅋㅋ

      레지던트이블은 여긴 내일 개봉인가 보네요. 뭐 무조건 봐줘야 할 영화이긴 한데, 저도 좀비류는 별로입니다만 어쩔 수 없어요. 어린시절 과학관이나 엑스포에서 보면서도 별 감흥을 못느낀 3D영화가 이렇게 대세가 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ㅋ

  2. Favicon of http://highdeth.tistory.com BlogIcon Highdeth 2010.09.14 1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종적인 히까닥은 tvN이란 생각이 들어요. 수준 운운하는 거 정말 좋아하진 않지만, 토론 프레임을 어떻게 고따구로 짜셨느지 궁금할 따름이에요. (이건 토론배틀 리뷰가 끝나는 대로 정리를~)

    전 이거 보면서 변희재가 떠올렸어요. 작년에 변희재와 변희재 딱깔이 여대생, 김지윤씨와 서울대생 이렇게 20대 관련 토론을 했었어요. 베스트는 변희재 딱깔이 여대생에게 주고 싶었던 게, 관객 대부분이 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프레임 내에서 잽을 날리는 게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울대생은 네임밸류에 비례하는 인상을 남기진 못했고, 지윤씨야 워낙 말 잘하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구요. 변희재가 기여입학제를 쟁점으로 끌고 오더니, 자기 얘기만 쏼라쏼라하고 지윤씨 반박에는 귀를 휙 닫아 버리다라구요. 어떤 면에서 보면 저것이 진정 토론도사의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ㅋㅋㅋ

    이때의 토론이 오버랩되면서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서 기여입학제를 지지하는 연대를 보면서.. '참 연대 답다.'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구요. 이거시 왼쪽 깜빡이 키고 우회전의 전형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참 합리저기로세...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똑똑한 것 같은데 똑부러지는 맛은 없는 느낌이랄까요? 쌈장없이 삼겹살먹는 더러운 기분이었어요!-_-+ 물론 성신여대가 소금장 역할을 해서 이긴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당연히 이길 길일 간 것일 뿐이죠. 물론 결승의 결과는 논외. (그 남자의 뒤끝작렬!!)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5 0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변희재가 많이 읽었고, 많이 쓰고, 많이 씨부린 것에 한 점 의혹도 없지만, 그 녀석 멍청해 보이기만 합니다. 참 처절하게도 산다 싶고 이해가 안됩니다. 그렇게 살 필요 없는데. 예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가 토론에 꽤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는, 토론을 정말 즐기기 때문일겁니다. 상대를 자극하고 발끈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나 봅니다. 듣보잡이라는 말의 불순함에 거부감이 들어 잘 사용안해오다가 한 때 즐겨 사용하게 된 이유도 그가 제공해 주었구요. 좌우지간 오래 살 것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4강전의 성신여대팀은 소금장은 아닐지 몰라도 룰을 지키면서도 깔끔하게 승리한 것이 최대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승에서도 좀 룰을 지켰으면 좋았을텐데...

      대학토론배틀에선 똑똑한 사람들을 찾기보다, 신선한 사람들을 찾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토론참가자나 패널 개인에 대한 평가를 피하는 이유는, 팀으로 평가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까닭이고, 팀일 뿐인데 대학이름을 들먹이는 것은, 공식적 대표성과 상관없이, 대학생의 소속감(조직충성도)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저는 꽤 집단주의나 공동체주의에 경도되어 있는데, 신자유주의와 반대방향에서 와서 손을 맞잡는 형국이군요. ㅎㅎ 이런젝일.

  3. Favicon of http://ghostjin.tistory.com BlogIcon Ghost JiN 2010.09.17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붕대소녀님 ~몇번 왔다가 너무 진지한글이라 글을 적을 용기가 없었는데~ 그냥 가기도 미안하고 해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근데 기여입학의 장단점을 따지긴 뭐하죠. 대학은 순수한 교육과 배움의 상아탑으로써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야만 할텐데 돈이 오가는 문제가 있다면 기본 취지에 반하는것 같아 못내 가슴아픕니다. 대학이 취업을 위해 혹은 학벌을 위해 원 취지가 변색한거야 어쩔수없는 변화라 하더라도 그 정신만은 잊어선 안될텐데 말이죠.
    대학은 순수한 학문의 깊이와 배움의 열망과 호기심으로 진학해야 함이 옳은데 말이죠. 저역시 대학진학후 한참을 방황한적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고 학문을 배움에 뜻이 그다지 없이 남들이 가는 길이고 정해진 수순이였지게 초중고 진학하듯 자연스럽게 가야하는 곳으로 인식했기에 배움에 심취한게 된건 군제대후 2학년을 좀 넘긴 후부터였죠. 그나마 이런 늦은 반성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졸업할때까지 그저 그런 대학생활의 외적인 방탕한 낭만에만 심취해있는 사람도 많은게 아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부입학까지 한다면 대학 존재의 근원적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솔직한 말로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전문 직업인 교육만 받아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는데 굳이 비싼 학비를 소비하며 대학에서 아무런 감흥없는 무미건조한 놀이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또는 취업과 학벌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이런 기부입학으로 인한 대학의 이미지 실추는 엄청난 정신적 폐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이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의 문제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무의미 하지만 도의적으로 부유한자들이 최소한 대부분의 중하층민이 누릴 배움의 자리를 아주 작은 숫자더라도 빼앗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유한자들에게 주어진 혜택이 교육의 질을 높일 재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기본 취지를 훼손시킨 후 교육의 질이 향상되더라고 이미 썩어버린 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적다 보니 너무 길게 적었내요.....지송
    아무튼 너무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철학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대부분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인데~ 대단하세요
    하지만 그 삶자체가 철학인만큼 철학은 친근한 것이겠죠. 종종 삶이 힘들면 놀러 와서 넋두리 할께요~ 상담해주세요~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삶의 생각하는 깊이가 깊다고 하잖아요~ 많은 생각 좋은 생각 많이 많이 하셔서 더욱 풍요로운 정신을 가지시길 바래요~ 이만 줄입니다. 진짜 너무 주책스럽게 길게 적었내요...그리고 주제에 조금 벗어난 댓글인듯해 죄송합니다. ㅎㅎ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7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님 감사합니다.^^
      장문댓글 저는 무지 좋아합니다.

      애초에 이 대학토론리뷰는 논평쪽이 아니라 논리구조분석으로 가려는 기획이었는데요. 중간에 여행도 다녀오고, 게으름으로 미뤄지고 하면서 시간을 두고 보니 논평질을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ㅋ

      사람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님 글을 보면서 정서적으로 무척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정보제공에 있어서도 배려해 주시는 마음에 살짝 반했습니다. ㅋㄷ

      저는 물론 현시점에서 기여입학도입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좀 급진적인건지 몰라도 대학입시 완전자율화(대학이 알아서 문제를 내든 지지고 볶던 알아서) 이후에는 기여입학을 해도 된다는 입장이에요. 대학의 서열이 고착적인 것을 해소하기 위해 프랑스처럼 아예 국공립화 해서 재배치 할 수 없다면(그것도 썩 훌륭한 대안이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전국시험을 폐지하는게 급선무라는 생각 때문에요. 그 후에는 뭐 대학이 다 알아서. ㅋ 비판에 대한 책임도 알아서... 이미지 실추가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원칙이란 것을 지키지 못하고 기여입학을 도입한 대학은 도태될꺼라는 이상적인 생각이네요.

      철학에 관심이 많지만, 너무 허접합니다. 생각도 별로 안깊어요. 상상을 많이 할 뿐입니다. ㅋㅋ
      주제에 전혀 벗어나지도 않고, 좋은 글 주시고 격려까지 해주셔서 무척 기쁘답니다.^^;;

  4. 2010.09.17 17: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7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튼 뭔가 저도 대책을 마련해야 될듯요. 당연히 앞으로도 오해살 일이 생길 것 같고, 그 때마다 님처럼 다 이해해 주실 것 같지도 않고요. 일단은 지금 아는 분들은 됬고 음 어케든...

      바쁘실텐데 이렇게 글 따뜻하게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대학, 기업의 영어공용화 찬반논란
                                   
명지대학교(비주얼) - 찬성

"글로벌화 시대 소통의 도구는 영어! 영어 공용화로 경쟁력 쌓아야"

전북대학교(카이케로) - 반대  

"영어 얻으려다 한국어 정체성 잃을 수 있다!

 



시작하며 - Introduction

First of all, this review 는 지극히 사변적이지 않다. Logic의 싸움인 debate의 review가 응당 이성에 의해야 할 것임이 마땅하겠지만, 시간이 너무 흐르고 흘러서... 라는 구구절절한 변명을 앞세워 personal matter로 다룬다 like a manifesto. Therefore, if you are going to find objectivity of this review, it would be useless. Do not waste your time. Taste is personal matter. However any tackle will be welcomed.(영어공용화에 대한 나름의 해석)

영어공용화문제, 이것을 이제와서 대학과 기업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기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미 2년여전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에 포함된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영어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한다"는 교육정책하에서 대학과 기업의 영어공용화 문제가 새삼스럽게 도마위에 오르는 것이 이해되지 않지만 대학생(수용자) 입장에서의 토론은 그 나름의 의미를 분명 갖고 시사하는 바도 있으리라는 제작진의 의도에도 공감할 수 있다.

전술한 바 대로 '오렌지'하니 못 알아먹고 '오륀지'하면 알아듣더라는 명언(?)이 기억난다.
급 오랑젠자프트Orangensaft가 한 잔 땡겨서 냉장고Kühlschrank를 살폈더니 우유Milch밖에 없구나. 괜스레 독일어 단어를 쬐끔 안다고 자랑하려는게 아니다. 피히테가 남긴 '독일국민에게 고함'에는 독일어를 순수하게 사용하는 국민과 다른 라틴어계열 파생어를 섞어 쓰는 국민의 국민성을 비교한다. 이런 것들이 결국 나치즘의 이론적 기반이 되어 독일어는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라 신성시 되었고, 독일어와 다른 언어를 섞어 사용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타락했고 지적으로 떨어진다고까지 주장되기 이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Reden an die deutsche Nation' 이라는 피히테의 책 제목은 라틴어 파생어 Nation이 변형없이 포함되었다는 것. ('언어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 책이 어딨는지 보이지 않는다. 재미난데.)

독일의 예에서 언어문제를 제도적으로 제한할 경우 빚어지는 코메디를 보았다. 그런데 똘레랑스의 나라 프랑스가 배타적 자국어 보호를 법령으로 강제하는 현실을 비추어 보면, 역시 답없는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대학과 기업에서의 영어공용화 문제라는 주제의 토론이지만 대학과 기업에 한정되어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고 정치적 맥락, 제도적 맥락에서 언어와 문화를 통제하려 하는 기획은 공감되지 않지만 어쨌든 토론은 토론, 들어나 보자. 


전반전

"대학과 기업에서 영어공용화는 국제화 시대의 요구이다." 찬성측 명지대팀의 입장은 명료하고 포괄적이다.
"영어획일화의 폐해, 우리 고유의 가치(언어, 문화)에 대한 악영향, 사회적 계급분화의 폐해" 반대측 전북대팀의 입장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다.

토론에서 포괄적(종합적) 명제를 카드로 내세우는 것은 일반화 해서 이야기 한다면 전세가 유리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일 테고, 개별적(분석적) 명제를 내세우는 이유는 구체적 사례를 통한 반증을 하겠다는 기획인 것으로 보인다. 찬반토론에서 익숙한 쟁점제안인데 전반전 토론에서 양팀은 외견상 격렬히 부딫혔지만 주요쟁점에서는 탐색전으로 일관했다고 본다.

초반의 영어정체성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중반을 지나가며 대학 영어공용화의 실용성 논쟁에서 전북대팀의 공세에 명지대팀이 다소 말려들었던 부분에 주목한다.

명지대팀의 반박중에 "영어공용화가 계층분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란 주장에서 논거가 좀더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 앞서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하향 평준화 하자는 이야기냐?"하는 반론을 제시했던 입장이었고, 고등교육의 특수성을 주장하고, 일방적 평준화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면서 대학교육이 엘리트교육이고 계층분화에 동참한다는 것을 사실 인정한 상태다. 이 조건하에서 명지대팀이 굳이 대학에서 영어공용화가 계층분화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반론하기 보다는, 앞서 주장했던 대학교육의 특수성을 더 강조하고 계층분화초래(이것은 이미 대학교육의 본질이니까 영어공용화 여부와 상관없이)라는 상대팀의 주요쟁점 하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주장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더 밀어 붙이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아마도 후반전까지 내다본 전략적 선택이었겠지. 

반면, 전북대팀의 주장 중에 "영어공용화는 위에서 시작하는 제도적인 시행이 아니라, 초중등교육(공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계층분화의 폐해를 논하기 위해 제시된 명제라고 이해는 되지만, 이는 입론에서 주장한 다른 문제들(영어획일화, 우리 고유의 가치상실)을 되려 심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의문이 생긴다. 입론에서 제기한 문제로 보아서는 영어공용화의 본질적 문제를 적시하고 있는데, 대응논리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면서 동시에 스스로 세운 입론에 반하는 주장을 하게 된 것은 이후의 진행과정에서 간파되고 논박되어질 가능성을 남겼다. 언뜻 현정부 영어심화교육론과 엇비슷해 보이는데 그걸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설마 아니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것 역시 전북대팀이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봐야하겠지.

명지대팀에서 찬반토론의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 먼저 반대논리를 공격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게 잘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반전의 운용은 전북대팀이 효과적으로 이끌었다고 본다. 양팀 공히 관점에 따라 모순된 주장(반격되기 쉬운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명지대팀이 전북대팀의 '영어 획일화' 문제제기에 대해 논박하며 "영어강의의 존재는 그만큼 영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로 정면대응 아닌 논점무효화 시도를 했고, 계층분화론에 대해서는 반박을 시도했지만 위에 설명한 대로 하다 말았다. 반면 전북대팀은 영어공용화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취하면서 필요에 따라 '대학과 기업'이라는 제한을 넘나들고, 윤리적 잣대와 실용적 잣대를 자유롭게 들이댔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면을 공격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대학과 기업이라는 제한을 걸고 그 안에서 '영어공용화'라는 주제를 갖고 시작된 토론은 그 제한이 토론 참가자들에게 조차 큰 의미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실제 제도문제와 교육문제까지 논의가 확장되었던 것이 그 증거) , 정서적으로 반대입장이 지배담론이라고 생각한다.(대학과 기업에 국한된 토론이라면 실제 사례들로 봤을 때, 그 반대라고 생각되지만) 
즉, 전반전에서 쟁점의 범위를 제한하는데 엄격하지 않았던 이 토론에서 포지셔닝은 일단 전북대팀에 유리하게 돌아간 측면이 있다. 전북대팀이 8강에서 부산대 '토론스타P'팀의 맹렬한 공세를 받아치기 위주로 버텨내고 결국 4강에 진출한 이유중에 하나는 상대의 공격라인을 예측하고 그것을 피하는 전술을 잘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걸 또 명지대팀이 모를 리 없다. 명지대팀이 이전 대전에서 상대방의 논리구조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일반화 시키고 단칼에 베어버린 모습을 상기하면서 압도적인 전북대의 중간평가 승리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의 전개가 기대되는 최초의 토론"이라는 김옥영님의 심사평에 100% 공감하며 후반전으로 넘어간다.


후반전

명지대팀의 영어공용화가 왜 계층분화를 만드냐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북대팀이 필리핀의 예를 들어 답변한 것과, 영어공용화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논리에 반해, 실제 적용사례가 영어만을 쓰게 한다는 반박은 적절했다. 반면
우리말이 파괴되고 있다는 전북대팀의 논리에 인터넷부터 끊으라는 명지대팀의 반박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즐겨 써먹는 논리다.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주장도 있다. 각각 상대팀에 의해 반박되어졌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 맴도는 언어와 문화의 관계에 대해 양팀이 공유하고 있는 전제들에 대한 의문이다. 

우선 "영어는 수단으로써 우리의 문화등을 알릴 수 있는 유용한 것이고, 영어공용화가 이에 기여한다."는 명지대팀의 주장.

대학과 기업에서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 환장하겠는데 영어를 못해서(영어공용화가 아니라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은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우선 든다. 더불어 애초에 문화를 알리는 방법에 대한 근본적 고민에 빠진다. 굳이 관심없는 사람은 영어로 되어 있든 한국어로 되어 있든 알려고 하지 않을꺼고, 관심있는 사람은 외계어로 되어 있어도 알려고 할거라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 그 관심을 환기하는 수준의 영어라면 절대 전국민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 영어교육, 공용화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전반적인 문화수출지향정책에 회의적이다.

정작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 친구들이 묻는다. 한국홍보CM에서 봤다며 "머리로 리본 돌리기 체조 하던 사람은 어디가서 봐?" "음? 글쎄?" 잘모르겠다. "부채춤은?" "응?" 나는 TV에서만 봤는데, 한글 티셔츠를 입고 김치를 좋아하는 미국인 친구는 뉴욕에서 봤단다. 또 다른 미국 친구는 인사동 스타벅스에 가고 싶단다. 한글간판 앞에서 사진찍어 자랑질 할꺼래나 뭐래나. 영어가 문화홍보의 수단이 될거라는 것을 전면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영어배우는 것이 우리문화를 알리는 수단이 되기 보다는 우리가 타 문화를 배우는 쪽의 수단으로써 주로 기능하게 될꺼라 나는 확신한다.

"영어공용화는 영어만 강조하여 타문화와 언어습득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전북대팀의 주장.

영어공용화를 안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모습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영어만 강조하고 있고 그닥 타문화와 언어습득에 신경 안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어공용화가 시행된다고 해서, 이를테면 일본어 공부하던 사람들이 그만 둘꺼 같지는 않다. 그외 유럽권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거의 영어도 어지간히들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내 편견만은 아닐텐데. 혹시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영어만 강조하고 있는것 만큼은 사실 아닌가. 그러니 영어공용화를 한다고 해서 천지개벽할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국어보호법이 발동되면 난리 날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옥외간판 외국어 사용금지라도 한다라면 어떨지.

주목한 부분은 전북대팀의 '한국판 에라스무스 시행'에 대해 명지대팀은 기존 교환학생제도의 실효성 문제와 재원마련등의 문제를 들며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반박을 하고, 이에 전북대팀이 현실성을 논하기 이전에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정서적 호소를 하는 부분이었다. 대학토론배틀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우리 대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한 번 시도는 해봅시다!" 로 들렸던 그 목소리에 전율했다. 

하지만 그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전에 명지대팀에서 토론의 진행을 보면서 계속 의문점을 가졌던 부분을 지적해준다. "대학과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세계화 방향에서 영어공용화를 이해해야한다."라는 이번 토론의 주제를.

사실 토론주제의 범위를 넘나든 것은 전북대팀만의 문제는 아니었음에도 어떤 주장은 사실관계를 뛰어넘어 힘을 갖는다. 세부쟁점에서 대학과 기업에서 영어공용화 문제를 논했지만, '영어공용화 '라는 단어 사용에 있어 양팀 다 크게 범위에 신경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토론의 열기가 한참 고조되었을 때, 그리고 전북대팀의 "대학생으로 서 할 수 있는 고민을 해봅시다!" 라는 선동적인 발화에 의해 논리는 잠시 뒷전으로 밀려간 순간의 타이밍 좋은 반박이었다고 보인다. 적어도 나에겐 지금까지 전북대의 주장이 입론부터 논점을 벗어난 것 처럼 순간 환기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결과는 박빙의 차이로 명지대팀이 승리하여 결승에 진출하게 됬지만, 역시 누가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은 승부였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토론막판 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진정성이 와 닿은 토론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넘의 진정성이 대체 뭐냐고 물어본다면, 정말 대학과 기업에서 영어공용화를 하는 것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또 갈 수 있는지 찬성측 명지대팀이 생각하는지의 부분이고, 대학과 기업의 영어공용화는 사교육 광풍을 낳고, 국어폐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대측 전북대팀이 진심으로 공교육에서의 영어교육 강화를 통해 입론에서부터 제기한 우려되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의 부분이다. 단지 내가 의심쟁이라면 다행이겠다.

그럼에도 팽팽하고 흥미진진한 토론을 즐겁게 보았고, 이런 토론이라면 12시간쯤 이어진다 해도 도시락 싸들고 봐줄 의향이 있다. 


뱀다리라 하기보다는 도마뱀꼬리쯤.

역시 시간이 많이 흐른뒤에 하는 뒷북리뷰에는 감상이 너무 많이 개입된다. 가급적 리뷰글은 건조하게 핵심을 건드리는게 좋다는게 내 신조인데, 때늦은 리뷰라 그렇게 깔끔한 짓을 못하겠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 중에 곱씹게 되는 언어와 문화, 그리고 대학과 유학에 관한 생각들이 남는다.

전북대팀이 제안한 '에라스무스 플랜'(유럽연합 소속 2000여개 대학이 참여하는 학점교환, 학생및 교수 교류 프로그램)을 듣고 드는 생각.

2005년 전후였다. 그 즈음 코카콜라 프로모션중 일부를 진행하며 만난 아더 반 벤섬Arthur van Benthem 사장. 몇 번의 미팅을 가졌었고 인터뷰도 했었다. 보통 인터뷰를 하게되면 인터뷰이의 배경조사는 당연하고, 취향도 알아보고 경우에 따라 선물도 준비하게 된다. 네덜란드 출신의 그에게 적절한 선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청자로 된 다기셋트를 선물했다. 선물을 받아든 그는 크게 감사함을 표하며 고려청자 이야기를 꺼낸다. 청자와 백자, 하멜로 시작되는 네덜란드와 한국의 교류사. 그의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얕은 그의 이력에 관한 사전조사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무식한 나와 일행은 계획한 인터뷰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가 이끄는 이야기에 넋을 놓고 듣기만 했다.

문득 벤섬사장이 떠오른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출신대학이 에라스무스 대학이라는게 기억나서라는게 전부다. 게다가 그가 위에서 말한 에라스무스 플랜의 덕을 보았는지 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웨덴어, 인도네시아어 그리고 네덜란드어까지 6개국어를 구사한다는 그가 당시 한국어 공부에 열올리고 있었던 모습을 기억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공통점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Global'이라고 대답한다. 세계화, 세계적 인재양성을 이야기 하지 않는 대학이 없는 것 같다. 있다면 제보 바란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에서 키워내겠다는 이 'Global'한 인재가 과연 어떤 모습의 괴물이 될런지 궁금할 따름이다.

후반전 끝에 나온 명지대팀의 "외국 유학 다녀온 친구들, 갔다 왔더니 영어 활용할 데가 없다더라."라는 불평에 관한 이야기.

명지대팀의 주장하는 바는 정리한 대로 잠재적 글로벌 인재의 재능을 썩히지 않도록 하자라는 것임은 잘 알지만, 그냥 툭 떼어서 앞부분에 든 일례에 대한 감상에 빠져버렸다. 나름 대학도 나오고 외국어 쓰며 프로젝트도 진행 해봤고 다양한 외국생활 경험을 가진 나는 과연 글로벌 인재냐? 하는 자문이다. "글로벌 맞네, 자랑질이냐?" 라고 하지 말라. 글로벌은 개뿔이... 라는 게 '진정성'을 가진 심정이고, 활용할 곳이 없다는 불평은 "비겁한 변명입니다." 가 솔직한 고백이다. 외국에 나가보지도 않고 나보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등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니들이 비정상적으로 대단한거야!"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들 앞에서 "쓸 데가 없다 보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난 학습부진아야", "기억력이 좀 짧아" 따위가 맘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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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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