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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변명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업무에 실수한 직원에게 질책을 할 때, 돌아오는 대답은 주로 이런 식이다.

"기획안 다 됬어?"
"어제 너무 늦게까지 야근을 해서." 

"어제 거래처 전화 돌렸지?"
"인턴한테 챙기라고 했는데..."

질문과 호응하지 않는 답들은 대부분 변명이다. 국어성적이 나빴을리 없는 직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내가 기대하는 대답은 아마 이런 것인가 보다.

"2시간 정도면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늦어져 미안합니다." 

나는 어떠냐고?
사과의 달인이다. 사고의 달인이기도 해서 문제다.^^
"미안합니다." 한마디가 왜 이렇게 힘든걸까?
아마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보다 유야무야 시키는 것이 이롭다는 경험에서 비롯한 것일 테다. 

흔히 '좀 배웠다는 사람들' 이라는 표현이 있다. 솔직히 좀 배우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는 세상임에도. 
콕 찝어 좀 배웠다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경우,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이거나 대중매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때로 까임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런 좀 배웠다는 사람들은 그냥 까이기만 하지 않는다. 되깐다. 방법도 같은 논술학원이라도 다녔는지 비슷하다.

"달을 보라고 했더니 왜 내 손가락만 보나?"

나는 이 달드립이 지겹다. 좋은 말도 하루이틀이지.. 란 의미가 아니라. 너무 자주 잘못 쓰이다 보니, 의미가 변해가는게 아닐까 싶다. 

指月之敎

무진장이 혜능선사께 물었다.

"열반경을 여러 해 공부했으나, 아직 이해를 못하는 곳이 많아 가르침을 주십시오."
"나는 글자를 모릅니다. 그대가 경문을 소리 내어 읽으면 그 속의 진리를 해석할 수 있을런지 모르지요."
"글자도 모르면서 어찌 진리를 안단 말입니까?"
"진리란 문자와 무관한 것!(不立文字) 진리란 마치 하늘의 달과 같고, 문자는 우리들의 손가락과 같은 것이오. 손가락은 달이 있는 곳을 가리킬 수 있어도 손가락이 달이 아니니. 달을 보려고 할 때 반드시 손가락을 통해 바라볼 필요는 없잖소." 


자 이 이야기를 곱씹어보자.

손가락은 열반경이고 달은 깨달음이다. 깨달음을 구하는데 열반경의 이해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불교의 일화에 이런 비유 말고도 훨씬 엽기적인 이야기들도 부지기수다.
똥막대기에 머리통을 후려맞는 이야기도 나오고 개에게 불성이 있느냐 없느냐 말장난 같은 이야기도 있고, 스스로 팔을 자르는 이야기도 있다. 경전을 찢어발긴 이야기도 있다. 도배지로도 쓰고 화장실에서도 쓴다. 
혜능선사가 열반경을 던져버리지 않은 것은, 무진장스님에게 맞춤형, 요즘 말로 '눈높이 교육'이었다고 해야겠다. 정말 손가락을 쳐다보다간 영영 달을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달드립을 칠때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도구로 남용 될것이 아니다.




하지만 손가락도 안보고 달을 어찌 볼것인가? 

다른 것은 다 떠나서 만약 무진장이 "열반경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라고 했더라면 혜능선사가 달을 가리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고사성어를 그 고사에 맞추어 쓰라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이란 것은 화자의 의도를 드러낼 수 있다면 충분하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공자 말씀이다.(오늘 포스팅은 유불 통합?ㅋ) 
달드립을 쓰고 싶다면 혜능선사처럼 처음부터 제대로 된 목적을 갖고 쓰자는 이야기다. 그러니 변명으로 "나는 달을 보라 손가락을 쳐들었는데, 내 손가락만 보니?"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지 못한 이유를 좀 돌아봤으면 좋겠다. 애초에 손가락이 어느곳도 가리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던가? 아니면 늘 태양만 가리키다가 간만에 갑자기 달을 가리킨건 아닌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보통사람들은 말하는 사람의 손가락에 익숙 하지 않다. 가능하다면 손가락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저는 지금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라고 안내해 주어야 한다. 그걸 제대로 했는데도 사람들이 오해한다면 달드립치기전에 좀 기다려보라고 권한다. 보통 사람들이 경전을 오래 공부한 무진장스님 같지는 않겠지만, 그리 무식하지도 않으니까. 

나는 위에 말한대로
"변명을 하기전에 해명부터 해야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사과가 먼저다." 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내 지론을 사뿐히 즈려밟는 손가락질들이 있다. 아주 산뜻하다.

참고로 아래 소개되는 것들은 좀 철지난 것이다. 여기서 말한 사과가 요 Apple은 아니지만...



스티브 잡스가 "게으른 아도비"라고 플래쉬 자체의 Performance와 모바일 기기와 Compatibility의 문제를 제기했던 것에 대한 반격으로 Adobe가 만든 광고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플래쉬를 지원하지 않는것을 빗대어 제목과는 반대로 Apple을 교묘히 까는 광고다. 



요건 애플의 공식반박은 아니고 어떤(누군지는 모르겠다) 네티즌의 패로디. 플래쉬 에러를 풍자한 것이다.
F5에 자연스레 손이가게 만드는 기발한 착상이다.

여튼, 여기에 무슨 손가락을 보고 아 아도비는 애플을 사랑하는구나... 할 사람은 없다.
(물론 여기서 달은 두 회사의 표준싸움과 시장지배권 싸움이겠지만...)

뭔가를 까거나 되깔때는 요렇게 세련되게 하면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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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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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organicfarmer.tistory.com BlogIcon 꿈이촌놈 2010.08.20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J DOC 형들이 이 사실을 알면... ㅎㅎㅎ

  2.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8.20 14: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름 개인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말투 중 하나입니다.

    미안해" 고마워" 알았어" 라는 간단한 말에 담긴 많은 느낌과 영향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질문과 답이 서로 평행선에서 달리고 있는 것은 저도 상당히 싫어하는 성격이라.ㅎ
    주로 사회생활에서는 상대방이 알면서 그런 답을 낸다는 것을 알 때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주로 많이 경험해본 상사들이 말이죠.:

    생각할 것이 많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ㅎ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20 1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에그 파르르님 말씀을 잘못 이해했네요. 상사들이 당한다는 말씀인데, 상사들이 이용해 먹는다는 걸로 오해하고 위에 글 달았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참..ㅋ 여튼 제가 위에 쓴 것은 일부의 이야기지만, 핑계를 대게끔 유도하고는 더 크게 혼내는 사람들도 있더라는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

    • Favicon of http://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8.20 1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함정에 빠뜨리고 나서 구해주려는 사람들이겠지요. 제 주변에도 엄청 많은데, 저는 꽤 싸움잘해서 ㅎㅎ 늘 티격태격 합니다. 그래도 싸우고 나서 곧바로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 하나 만큼은 늘 감사한답니다.^^

    • Favicon of http://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8.20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위의 댓글도 아래 댓글도 편안히 이해했습니다.

      요즘 여러 부분으로 주제이야기를 하시는 붕대님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많습니다.ㅎ

      건강히, 편안히 휴가 다녀오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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