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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05:07

1%의 자극제 낙서장/좀무거운낙서장2010.09.01 05:07

 
보통 어린아이에게나 할법한 '자라서 뭐가 될꺼니?' 라는 질문을 대학을 마치고 취업까지 한 친구들에게 자주 쓴다.

"자라서 뭐가 될꺼니?"
"네?"
"……" 

이렇게 마무리 되기 일쑤인 대화. 내 잘못인 것은 확실한데 그래도 궁금하다. 대답을 못하는 걸까 안하는 걸까? 본인은 다 자랐다고 생각하는 걸까? 뭐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등등 쓸데없는 생각에 또 빠져든다.
아마 질문의 의미를 따져보는 거겠지만, 별 의미 아니다. 그냥 정말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것은 '꿈이 뭐니?'라는 질문과 같은 의미다. 이 질문이 더 이상 무의미 한 것일까? 아니잖아! 


오늘은 꿈의 유효기한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4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내 삶이 얼마나 애초 기획대로 굴러가는지. 

어린시절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뭔 영화를 본 탓인지 슈바이쳐박사 전기를 읽은 탓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평생 치료해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동경했다. 집안에 의료계 종사자라곤 하나도 없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실습삼아 시커먼 접이식 도루코 칼을 메스로,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책받침을 수술대로 삼아서 금붕어 여럿 생체실험도 감행했다. 댓가는 나름 치뤘다. 성할 날 없었던 내 종아리 ㅠㅠ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할 짓이지만 어린아이는 때로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니까. 


깔끔한 천막수술실 실제도 이럴라나?


고등학교1학년 때, 문이과를 나눌 때, 나는 여전히 의대진학을 목표로 했기에 이과를 선택했다.
그런데 곧바로 나는 색약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신체검사 때마다 색신검사를 어떻게 넘겨왔는지 알 수 없지만, 고2가 되고서야 비로소 색신이상(적록색약)이라는 판정을 처음 받게 됬다. 병원을 찾았고 친절하게 확진받았다. 어머니는 우셨다. 그렇다 한들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니깐 별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진학을 생각해보니 이과에서는 갈 수 있는 학과가 거의 없었다.(90년 즈음의 이야기입니다.) 수학과 조차도 특정대학은 대학의 편의에 따라 지원할 수 없었다. 뭐가 그리 칼라풀한 수의 세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색신검사책을 25페이지까지 외우다가 문과로 옮겼다. 내가 수학을 엄청 잘한다고 착각한 잠시동안의 허무한 기쁨이 지나가고, 여전히 내겐 수많은 선택지가 남아있었지만 선택의 폭이 내 잘못도 아닌 일에 의해 제한 된 것이 무척 서러웠었던 기억이 있다.


어째어째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알아본 바, 세계최고의 의대라고 꼽히는 존스홉킨스대학에도 색약자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입학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지만 이미 던져버린 후라 별 관심도 안가져봤다. 졸업 후 살짝 방황할 때, 필리핀에서 의대를 마치고 미국에서 치과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친척이 생겨났다. 알고보니 그도 색약. 미백에는 문제 없어서 그런가? 하고 잊어 버린 채, 취업해서 좀 적응할 만한 참이 올 무렵이었다. 부모님 왈, 너 걔처럼 필리핀에서 의대가보는 건 어때? 원체 툭툭 던지는 말을 잘 하시는 분들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묘하게 동했다. 진지하게 알아보기 까지 했다. 그런데 용기가 부족해서 또 잊었다. 그러곤 아주 잊었다.

분명히 잊었고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며 세월도 지났다. 그럼에도 최근 몇년간 메디컬드라마에 중독되어 지내던차 선한 사마리아법이 발효 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길을 걷다가도 문득 공상에 또 빠져버린다. 내 앞에서 누군가 급 심장마사지가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든가 하는 일이다. 주변엔 따로 도와줄 사람도 없어보이고 앞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드라마에서 본 기억을 짜내어, 호흡과 맥박을 급히 확인 후, 기도확보, 왼손에 오른손을 포개어 깍지끼고 하낫, 둘, 셋, 넷, 다섯......

200쥴 차지! 클리어!



붕대는 이따위 말도 안되는 상상을 무척이나 즐긴다. 이를테면 비행기를 탓는데 기장과 부기장이 동시에 문제가 생기고 떨리는 목소리의 기내 방송이 나오는 것이다. "승객 여러분 중에 혹시 비행기 조종을 할 수 있으신 분?"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보다 내가 대통령 되는게 쉬울 일이겠지만 뭐 이런 상상한다고 잡혀 갈일도 아니고... 나름 즐겁고 유쾌한 상상이다. 그럼에도 심장제세동기 사용법은 학교에서라도 가르쳐야 할듯 싶은데 어떤지 모르겠다. 가급적 사용해야할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어쨌든 어린시절 꿈꾸던 일은 잊었다 싶었다가도 계속 상기되는 법인가보다.

붕대는 요즘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려고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것 중의 하나다. 따져보면 별 대단한 것도, 비밀도 아닐테지만 일단 나 자신을 위해 제대로 시작부터 하고 볼일이라 성과가 보인다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가 때로 생기는 것, 나로서는 그저 우연에 의한 것이 99%인데, 그럼에도 1%의 자극제가 필요하다.

이미 너무 유명해서 식상할 지도 모르겠지만,
1%의 자극제가 필요한 꿈에 도전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뮤직비됴 한편 소개해 본다.



くるみ - 詞,曲 Kazutoshi Sakurai  唄 Mr.Children 2004.


곡명이자 끊임없이 나오는 쿠루미くるみ는 호두나무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의인화 되어있어서 호두나무는 어색하다. 미라이未來를 뒤집어 라이미來未 한뒤에 쿠루미來る未로 활용한 것이라고 곡을 쓴 사쿠라이가 어느 방송에서 이야기 했다는데. 뭐 어찌됬건 미래를 뒤집었으니 과거란 뜻일까? 아니면 미래를 뒤집어보자라는 발칙한 제목일까?

철학이야기는 오늘까지도 휴가중. 내일은 뭔가 덧붙여봐야할텐데... ㅋ
여튼 붕대가 가끔 낙담하거나 뭔가 의욕을 불사르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 보는 3개의 보석같은 뮤비중 하나입니다.


천막수술실 사진출처
일드 "구명병동24시" 시즌3 스페샬 中

심장제세동기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drkang9?Redirect=Log&logNo=400562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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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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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02 2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째 자라면서 도망갈 구멍만드는데만 선수가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이젠 꿈이 뭐니? 라고 스스로 먼저 묻게 되는게 아니라, 겪어갈 이러저러그러한 것들에 어떻게 대처해나가겠니? 라고 먼저 묻게됩니다.

    새로운일에 도전하시는 붕대소녀님께 완전 화이팅!!!

    저도 이 뮤비 참 좋아라 합니다..^^그래서 희망의 수만큼 실망의 수가 늘어날거란 걸 알고 노래하는 미스터아자씨들이 더 코끝이 시큰한지 훌쩍~ 호두나무인줄은 들어 알고있었는데 미라이를 뒤집은 과거가 새롭고 미래를 뒤집어보자는 해석이 무지 맘에 듭니당^^

    • Favicon of https://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02 2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늘 가까운 사람이 이걸 보고 하는 말인지, 의대갈려구? 라고 묻습니다.
      응? 아~ 아니? 왜?(당황스럽더구요 ㅋ)
      일단 그정도로 여유있거나 용기있지는 않은데 ㅋ 괜한 오해를 샀습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확률이 높은 일도, 빨리 결과를 볼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차근차근 해봐야지요. 뭔가 멍 때릴때마다 여기로 돌아와서 선수님 댓글보며 힘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Favicon of https://sgoi.tistory.com BlogIcon parrr 2010.09.09 16: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새로운 부분에 발을 디뎌볼 용기를 다시 내보려고 조금 고민 중이었던지라 더 공감이 되는 글과 음악입니다.

    아직도 젊은 혈기가 남아있는지 자신감도 조금은 충만한지 안해본 일들에 기웃거리게 되는군요.ㅎ

    • Favicon of https://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10 0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parrr님도 화이팅이요! 저는 하루하루가 기웃거림입니다. 오늘은 흠... We get it sometimes like tonight. Dancing in the moonlight~! 하고 싶은 날이군요. 몸치붕대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