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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전하지만 외국어 편력이 좀 심한 편이다. 영어를 제외한 첫 외국어는 망가, 애니, 일드, 일영으로 이어진 일어였지만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는 Francais.
Le francais n'est pas difficile.(불어는 안어렵다.)에 속아 넘어간 나는 수학에 강한 문과생이었고 국어든 영어든 별로 못하던 나는 언어습득능력이 보통사람에 비해 떨어지나보다 하고 그냥 단념했다. 잘 찍자!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그래도 기본기인 아베쎄데 abcd… 가 있으니 ㅡ.ㅡ;; 하고 초급불어강독과 초급불어회화에 도전했다가 식겁했다. '초급'이란 말이 무색하게 수업시간에 한국말을 한마디도 안쓴다. 들리는 말은 Salut, Cava, Tres bien. 안녕, ok, 훌륭해! 제일 많이 쓴 말은 Je ne sais pas, Oui, Non, Merci, Pardon. 몰라요, 네, 아뇨, 쌩유, 쏘리. 

결국 회화과목은 착한 강사님과 착한 친구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과분한 학점(무려 C+)을 받게 된다. 착한 친구 JJ는 프랑스에 초딩때 이민을 갔다가 돌아와서 개인과외 수준으로 날 구해주었지만, 정작 그는 수업에 별로 나오지 않아 C-를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맘 상했을텐데 배은망덕 붕대의 폭로로 인해 근 1년간 놀림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프랑스에서 10년을 살고 초급불어 C- . 정말 미안해 JJ. Je ne l'si pas fait expres. 고의는 아녔어.

반면 초급불어강독은 악마 같은 강사를 만난데다 도움 받을 수 없는 1:1 구술시험의 결과 F를 받고 만다. 그래도 F라니 싶어서
몇 번을 연구실로 과사무실로 찾아가 어렵게 만난 그 강사. 내 눈을 똑바로 보며 "학생 태도를 고치기 전엔 패스할 수 없을꺼야?" 라고 불어로 한번, 한국어로 한번씩 또박또박 말 해 준다. 내가 무슨 죽을 죄라도 지었나? 나름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1학년 때라 별로 때묻지도 않았던 나는 꽤 충격 받고 아무 말도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인데 그 분은 내가 빼먹었던 수업에서 앞으로 공공연히 수업시간에 한국말 하면 반드시 F를 줄거라고 경고했고, 나는 반항할 뜻은 결코 없었지만 내 썰렁한 개그가 그 시대감각에 맞았던 것을 어떡하나. 내가 한 농담들은 발음을 갖고 한 몇가지 고의성 없는 장난들 + 실수들.  그런데 까뮈와 싸르트르를 읽으면서 유머감각도 없으면 그 무서운 강사의 수업을 견딜 수 없었으리라.

지금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대충, 응가 발음 나는 것들을 이용한 더러운 개그와 쉬바(ㄹ) 스러운 발음들을 이용한 욕개그(?), 그리고 에튀디앙(대학생)을 에꼴리에(초딩)으로 혼동해서 쓰는 의도 없는 실수들의 연속. D도 감사하게 받을 수 있었기에 매달렸다면 혹시 패스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고 말하면 역시 거짓말이고 그보다는 상황에 적절한 정치적 센스가 없었다. 갑자기 무릎 꿇는 건 이상하잖아. 차라리 잔뜩 쿨한척 C'est ca. 그래요 뭐 그럼. 이라고라도 했더라면 멋있기나 했을텐데 아쉬울 뿐이다.

3학년이 되어 재수강을 했다. 악마강사를 피해 선하고 선하다는 교수님 수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불어강독 수업이 원래는 초, 중, 고급, 세미나로 4단계 나뉘었었는데, 그 즈음 불어강독 1, 2, 3 3단계로 나뉘며 1이 예전 초급과 수업번호는 같은데 수준은 중급으로 변했다는 것. 

첫 날 수업. 적당히 구석진 자리를 찾아앉았는데 교수님 쫌 액티브 하신 분이었다.(La femme d'action) 강의실을 마구 돌아다니면서 질문을 해대신다. 움츠러 든 나는 겨우 알아들은 질문에 대답한다. "까뮈 소설중에 읽은 것 있어요?" 하는데 일단 반갑긴 했다. 또 까뮈와 사르트르 일래나 싶어서. "페스트요." 라고 했더니, "라 뻬스뜨, 그리고? La peste, et (avec ca)?" 하신다. 호곡. '최초의 인간'도 읽었고 '이방인'도 읽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Le premier homme의 쁘르미에도 L'etrange에뜨랑제도 생각 안났다. "C'est tout. 그게 다에요"

수업시간에 우리말을 써도 문제되지 않는 평온함도 있었지만 어쨌든 버티고 버텨서 맞이한 기말 구술 시험. Simone de Beauvoir <La Femme Rompue, 위기의 여자> 에 관해서 이미 rapport도 낸 상태이고 비중도 높지 않은 구술이었지만 하나도 늘지 않은 불어실력을 한탄하며 오해와 되는 대로의 답변이 이어진 뒤. 선생님왈, "왜 이 수업 들었어요? 불문과 전공수업인데." 나는 2년전을 떠올리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가만히 듣더니 "학생 태도는 문제가 없어요. 프랑스어가 문제지. C 이상은 안되요." 역시 천사셨다. La professeur de bonne. Je t'aime bien! 좋은교수님 겁나게 사랑해부러요~

그 무렵 알리앙스를 반년을 다녔지만 모제1 Mauger(프랑스기초문법책) 을 넘어서지 못했고, 프랑스어 싸이트를 찾아다니며 사전끼고 탐독하던 열정도 있었지만 그 때 뿐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프랑스 사상계를 동경하는 주제에 프랑스어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씨리즈물을 기획했다. 언젠가 꼭 해봐야지 했었는데 이 따위 소재로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흥분된다. 이것이 씨리즈물의 매력인지도. 문득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 좀 시작해 볼까 하다가 시작된 포스팅. 요즘 때늦은 사춘기인지 이것저것 해볼까 하는게 너무 많아 큰일이다.

Posted by 붕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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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aria.textcube.com BlogIcon 善水 2010.09.26 18: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했었는데
    "워 셜 한꿔~런" 밖에 기억이....절흔..;

    저도 불어는 노래한곡만 외워서 기타치면서 불러보고 싶은데
    그리고 스페니쉬 하나, 중국어 하나요 하핫^^

    • Favicon of https://boongdae.tistory.com BlogIcon 붕대소녀 2010.09.26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Tombe la neige 돈벌어 나줘? 같은 우아한 노래 한곡 뽑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래퍼인생을 걸어가기로... ㅋ

      것보다 숑크숑크송 아시는지? 한 때 무도회장을 휩쓸었던 노래였는데, 문득 생각나서 찾아보니 원곡보다 조혜련곡이 유명하군요. 못살아. ㅋ